4월 총선을 두 달 앞두고 여야 간 인재 확보전이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하다. ‘시대·세대 교체론’을 총선 기치로 내세운 국민의힘은 통일 문제 등 미래 담론에도 청년 인재를 과감히 배치하며 젊은 피 수혈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연말 국민의힘 총선 인재로 발탁, 영입된 1991년생 청년 김금혁은 통일 비전을 제시하는 통일부장관 직속 자문기구 통일기획미래위원회 자문위원이다. 앞서 2023년에는 역대 최연소로 국가보훈부 장관정책보좌관(5급 사무관) 자리에 채용됐다. 그보다 앞서 2021년에는 윤석열 캠프에 합류해 대선 이후 인수위도 경험했다. 그리고 그보다 앞서 지난 2012년 한국에 도착, 귀순했다. 그렇다. 그는 평양에서 온 탈북민이다.
김금혁 전 보좌관은 북한의 최고 대학인 김일성종합대학 출신이다. 재학 도중 중국으로 유학을 떠났고, 그곳에서 같은 북한 유학생들과 정치 및 사상에 관한 독서회를 결성하고 비밀리에 활동했다. 북한 민주화를 꿈꿨던 그다. 그러던 2011년 김정일이 사망하면서 새로운 세상이 올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축하 파티를 열었다 밀고당했다. 북한 당국의 포위망이 좁혀지는 상황에서 김 전 보좌관은 그대로 중국에서 탈북을 결행, 몇 달 후 한국에 도착했다.
한국에 온 지도 벌써 12년, ‘대한민국 국민’ 김금혁은 현실 정치에 이제 막 뛰어들었다. MZ세대의 대변인으로서 “인구 소멸에 접어든 우리 사회에서 통일 정책이야말로 청년들의 미래와 직결된 결정적 담론”이라는 생각에서다.
“정치인이라는 직업은 배지를 달고 권위를 누리고 권력을 점유하는 자리가 아니며, 국가가 나아갈 방향을 명확하게 제시할 수 있는 능력과 용기를 가진 사람들이 정치를 해야 한다”고 역설하는 김 전 보좌관과 2월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앞서 북한의 민주화 운동이 장마당 세대(북한의 MZ세대)를 중심으로 가속화할 것으로 예측했는데 그렇게 예측한 근거는 무엇이며, 최근 북한에서 전해진 자유민주주의정당 창당 적발 소식 관련해 북한 MZ세대인 장마당 세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나도 장마당 세대 중 한 명이다. 내가 경험했던 것들을 지금 북한에 남아 있는 장마당 세대가 겪고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북한 체제에 대해서, 기존에 믿고 있었던 여러 가지 것들이 흔들리게 되고 눈을 뜨게 되는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어떤 게 정답인지를 찾아나가는, 어떻게 보면 고통스러운 시간들을 겪고 있을 것이라는 의미다.”
“자유민주주의정당 창당 주도자가 중학교 교사라고 했는데, 나이대를 유추해 보면 30대 초중반으로 추측된다. (주도자를 비롯해) 정당 창당에 관여한 이들이 곧 장마당 세대라는 뜻이다. 내가 장마당 세대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여기에 있다. 자유라는 것은 결국은 누군가 선사해 주는 그런 선물이 아니라 본인이 쟁취해야 하는 가치라는 것이다. 남이 선사해 준 자유는 언제든지 남이 앗아갈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이 스스로 노력해서 어떤 고통스러운 여러 과정을 거쳐서 얻어낸 자유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지금 여러분들이 겪고 있는 여러 가지 고통이나 탄압 같은 것들이 결코 이겨내지 못할 것처럼 느껴지고 지금 처한 현실이 바뀌지 않을 것처럼 느껴진다 하더라도 언젠가 변화가 찾아올 것이다. 작은 움직임 하나하나가 결국은 거대한 물결을 이루기 때문에 결코 혼자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여러분들의 동맹은 전 세계 곳곳에 있다.”
“또한 (탈북한 장마당 세대인) 나 같은 사람들에게 더 노력하자고 말하고 싶다. 나 같은 사람들이 장마당 세대가 어떤 세대이고 그들이 지금 북한 체제의 변화를 위해서 어떤 노력들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한국 사회에 좀 더 선명하게, 더 많은 사람의 응원을 이끌어낼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한국에서 20대를 보냈는데 한국 MZ와 북한 MZ(장마당 세대)의 차이점과 공통점이 있다면.
김 전 보좌관은 “자유주의 성향,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도드라지게 나타나는 것이 지금의 MZ세대”라며 그런 부분에서 상당히 큰 공통점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현재 한국의 MZ세대가 개인주의적인 성향을 갖게 된 것은 결국은 그전에 존재하던 어떤 집단주의적인 문화에 대한 반발감으로 개인주의적 성향이 더 도드라지게 나타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과거 1970~1980년대 국가와 공동체를 위해 개인을 희생시키던 문화에 대한 반발이다. 북한의 장마당 세대도 마찬가지다. 부모님 세대인 윗세대는 북한 체제에 충성했다. 그 결과물은 고난의 행군처럼 굉장히 참혹했다. 그런 부조리를 목도하면서 의문을 갖게 된 세대가 장마당 세대다.”
“어떤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능력이라든가 동력은 장마당 세대가 조금 더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든다. 태어날 때부터 비교적 자유롭고 풍요로운 세상에서 살아온 우리 MZ세대와는 달리, 북한의 장마당 세대는 이제 그 자유와 풍요를 향해 가고 있는 세대다. 자유와 풍요를 향한 욕망이 우리 MZ세대보다는 장마당 세대한테 조금 더 있지 않을까 싶다.”
대한민국 MZ세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그는 MZ세대를 “통일에 대한, 그리고 북한에 대한 관심이 가장 낮게 나타나는 세대이자 북한에 대한 적대감이 가장 높은 세대”라고 표현했다. “물론 MZ세대가 바라보는 북한은 사실상 김씨 정권이고 북한 주민 전체를 가리키지는 않을 것이다. 어찌 됐건 북한이라는 대상을 향한 관심이 떨어지고 적대감이 높아진다는 것은 결국 통일에 관한 여러 논의가 사라지는 결과를 불러오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다.”
김 전 보좌관은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고 했다. “우리가 기존에 통일을 논의할 때는 민족주의적 관점에서 접근을 해왔다. 1989년 노태우 정부 때 발표한 ‘한민족 공동체 통일 방안’에 기초해서 통일 논의가 진행돼 왔는데, 사실 지금 우리 한국 사회가 단일민족 국가냐라고 따진다면 그건 또 아니라고 본다. 통일을 의논할 때 언제까지 민족인 부분을 강조하면서 북한을 바라볼 수 있겠냐라는 질문을 던져볼 때에도 회의감이 드는 게 사실이다. 민족 담론을 내세우면 민족이라는 키워드 때문에 북한의 여러 안 좋은 모습들이 감춰지게 되는 그런 맹점이 있어왔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민족이라는 불투명한 개념으로 접근하는 게 아닌, 다른 방식으로 생각을 전환하기를 촉구한다. 대한민국은 선진국이자 전 세계 자유민주주의를 선도하는 국가다. 자유를 먼저 쟁취한 국가의 국민으로서, 자유가 없는 사람들을 위해서 작은 목소리 하나 정도는 내줄 수 있는 것이 결국은 선진국 국민으로서의 어떤 여유이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아울러 인류적인 관점에서 접근을 해도 한반도라는 같은 공간에서 누구는 열악한 상황 속에서 어떤 강요받은 삶을 살고 있다면, 이에 대한 동정심리 혹은 ‘그건 잘못됐다’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관심 정도는 우리가 줄 수 있지 않겠냐는 생각이다. 정리하면 수십 년 동안 자유민주주의를 쟁취하면서 얻어냈던 그 결과물을 자유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 국민들이 누려가는 과정 속에서 그 자유를 보편화하는 것도 하나의 할 일이라는 생각이고, 그런 시각에서 북한 주민을 바라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유를 먼저 가진 사람이라면 자유가 없는 사람들을 위해 내 하루 24시간 중에 한 10분 정도는 관심을 기울일 수 있지 않을까. 흔히 볼 수 있는 기부 문구 중에 ‘1만 원을 투자하면 이들의 삶이 달라진다’는 말이 있다. 똑같은 원리다. 내 10분을 그들의 삶에 관심을 기울이는 쪽으로 투자함으로 인해서 북한에 있는 사람들은 정말 큰 힘을 얻는다. 그런 관점에서 생각을 해주었으면 좋겠다.”
문재인 정부를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말살하는 사람들’이라고 정의한 이유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자유민주주의가 얼마나 진보했냐라고 생각했을 때 나는 많은 부분에서 결코 진보하지 않았고, 오히려 퇴보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시는 헌법 개정 시도다. 대한민국 헌법은 자유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거기서 자유와 민주주의를 분리하려는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 굉장히 우려가 들었다.”
김 전 보좌관은 남북관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물론 남북관계의 화해 무드는 좋지만, 유화적인 대북 정책을 펼칠 때에도 분명한 철학을 가지고 이어가야 한다. 그 철학이라는 것은 결국은 상호주의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김정은을 향해서 평화적 메시지를 보내고 할 때의 낮은 자세, 보내는 메시지의 내용, 그리고 북한 주민의 인권에 대해서는 언급할 수 없는 그런 분위기를 형성하고 북한 인권단체들을 탄압하고 했던 이런 요소들이 우리가 지키려고 하는 자유민주주의와 전혀 닮아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탈북민이자 MZ세대인 조경일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비서관은 보수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면서 “위기보다 평화를 말하는 사람이 지도자가 돼야 한다”고 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개인적으로 친한 형이다. 사석에서도 자주 보는 사이이고 저번에는 이 주제를 가지고 둘이서 토론도 했었다. 조경일 씨가 펼쳤던 주장을 100% 반박할 수 있다.”
“조경일 씨는 ‘보수 정부의 대북 정책은 잘못됐다’면서 그 근거로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하지 못한 것을 꼽았다. 나는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했다고 해서 진정한 평화가 왔다고 말할 수 있는지 반문하고 싶다. 북한이 핵실험을 시작한 게 2006년이다. 2006년이면 노무현 정부 때고, 2007년에 남북 정상회담이 있었다. 그 전 김대중 정부 때도 남북 정상회담이 있었다. 진보 정부가 두 차례나 정상회담을 개최했지만 아무도 핵실험을 막지 못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남북 관계의 유화기에도 분명한 철학, 상호주의가 필요하다. 북한을 원조하는 대한민국의 선의는 공짜가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의 세금이기도 하다. 그 점을 절대로 간과하면 안 된다. 국민의 세금을 자기 쌈짓돈처럼 북한에 퍼주는 게 선의라고 포장되면 안 된다.”
그는 보수 정부의 대북 정책이 일관되게 유지됐다면 분명한 성과를 거뒀을 거라는 입장을 밝혔다. “우리는 북한에 시종일관 정확한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 ‘너희가 하자는 대로 끌려가지 않겠다’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는 한, 신뢰할 수 있는 상대로 거듭나지 않는 한 어떠한 지원도 할 수 없다’ ‘우리 국민의 세금을 가지고 A라는 정책을 펼쳤을 때 최소 B라는 기댓값이 나와야 하는데 B라는 기댓값을 채워주지 않는다면 하지 않겠다’… 이게 상식적인 접근 방법이다. 이러한 상식에 대해서 단지 남북관계에 긴장관계를 조금 악화했다고 비판하는 건 견월망지(見月忘指)가 아니겠는가.”
“남북 관계의 긴장 고조를 마냥 나쁘다고 표현하는데, 왜 나쁜지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얘기를 안 한다. (그나마 거론되는 이유가) 주가가 떨어진다는 건데, 주가는 언제든지 연동성이 있는 요소다. 남북 관계가 긴장되면 해외 투자가 줄어든다고 하는데 남북 관계가 긴장됨으로 인해서 오히려 북한 정권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바라봐야 한다. 남북 관계를 환자에 비유해 표현을 한다면 남북 관계의 긴장은 칼을 들고 집도를 하는 셈이다. 분명 고통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집도를 하고 병든 부위를 도려내야 비로소 병이 완쾌되는 것이다. 그 과정이 싫다고, 그게 아프다고 진통제만 계속 놓는 그런 것은 환자의 병을 낫게 하지 못한다. 언제든 재발할 것이다.”
김 전 보좌관은 “지금까지 남북 정상회담이 세 번 있었다”며 “그러나 북한의 그 어떠한 변화도 이끌어내지 못했다. 그 점에서 민주당은 반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같은 취지에서 본다면 대북 정책에 대해서 우리가 이제는 기존의 민족주의적인 관점 혹은 내재적 접근법에 기초해서 북한을 바라보는 태도를 버릴 때가 됐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조언했다.
북한이탈주민 대부분은 대북정책이나 대중외교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보수정당의 노선을 지지하는 경향이 높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북한이탈주민에게 있어 제1의 적은 북한 정권, 제2의 적은 현 중국의 시진핑 정권이다. 이들은 자유가 없는 것이 당연시되던 사회에서 이제는 자유가 있는 것이 당연시되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 그렇다면 과거에 왜 그렇게 살았어야 했는가, 다름 아닌 김씨 일가 때문이다. 이들이 북한 정권의 여러 비인권적이고 비합리적인 태도를 눈감아주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라든지 진보 세력의 대북 접근법에 대해서 반대를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또 중국의 시진핑 정권하에서 비합법적인 고통을 받은 북한이탈주민들이 상당히 많다. 탈북 후 중국을 거치는 과정에서 탈북민들은 분명히 유엔(UN) 협약에 의해서 난민 지위를 인정받아야 한다. 그러나 중국은 북중 관계 때문에 국제조약과 국제법을 무시하고 있다. 중국이 정말로 전 세계의 리더 국가로서 자리매김하고 싶다면 가장 기초적인 유엔 협약부터 지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대부분의 북한이탈주민이 이에 공감하지 않겠나.”
그간 대북 정책에 ‘연속성’이 없다는 지적을 꾸준히 해 왔는데 ‘연속성’이란 현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를 계속해서 견지해야 한다는 뜻인가.
“기본적으로 우리 사회에 합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대북 정책을 추진함에 있어서 그 추진 동력은 당시 집권 여당이나 지도자의 의지에 의해 실행이 됐을 뿐, 어떤 사회적인 합의나 국민적인 합의에 의해서 진행되지는 않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화해 모드로 갈 것인지, 혹은 강경 모드로 갈 것인가에 대해서 아무리 시일이 걸리든 간에 끝장 토론을 한번 진행해 봐야 한다. 그래서 국민의 51% 이상이 동의를 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그래야 동력이 생긴다. 정권이 바뀌어도 기존 정권의 것을 완전히 무력화하지 않을 수 있다. 지금은 그런 국민적인 합의가 존재하지 않다 보니 손바닥 뒤집듯 정책을 너무나 쉽게 뒤집는다.”
김 전 보좌관은 현재 자기가 주장하는 대북 강경책이 100% 옳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전제했다. “나와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과 전문가들이 모여서 결론이 날 때까지 토론을 해봐야 한다. 어떤 것이 궁극적으로 대한민국의 발전과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인가에 대해서 논의를 거쳐 합의된 의견을 토대로 국민적인 동의를 구하고 그다음 대북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물론 결국은 강경책으로 가야 한다고도 생각한다. 남북 관계를 한반도의 틀 안에서 바라보면 제로섬 게임으로만 해석된다. ‘네가 양보 안 하면 나도 양보 안 한다’의 식이다. 외교적인 측면에서 봐도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는 미·중·일·러 이른바 ‘4강 외교’에서 벗어날 수 없다. 남북 관계를 국제 관계의 틀 안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시야를 넓혀서 국제 정치의 관점에서 바라보자. 지금 국제사회는 권위주의 세력과 자유민주주의 세력 간에 신(新)냉전에 돌입한 상태로 풀이되고 있다. 남북은 지금 그 최전선에 서 있다. 그런 측면에서 한국 혼자서 북한을 압박하는 것보다는 자유민주주의 진영이 전체적으로 단합을 해서 북한을 압박하고, 그런 과정에서 북한의 여러 가지 고리들을 끊어낼 수 있다. 미·중·일·러 외에도 동남아 국가들과 논의를 한다든가, 호주 또는 캐나다와 논의를 한다든가 등 선택지도 더 넓어지게 된다.”
최근 한반도 긴장 고조 상태와 관련, 일부 전문가는 한반도 전쟁 가능성을 경고하기도 했다. 어떻게 전망하나.
“나 또한 미국 CSIS 등 여러 리포트를 봤는데, 한반도 전쟁 위기설을 얘기하는 전문가들은 전문가라는 타이틀을 내려놔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현시점에 대해서 너무 단편적으로 지금 눈에 보이는 것에 치중해서 분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반론을 제기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전쟁을 준비하는 나라는 전쟁에 필요한 물자를 다른 나라에 파는 행위는 하지 않는다. 지금 북한은 러시아에 100만 발 이상의, 추정하기로는 거의 200만 발에 육박하는 양의 폭탄을 판매했으며 폭탄뿐만 아니라 각종 미사일이라든가 자동화기 등을 팔고 있다고 알려졌다. 정말 당장 전쟁을 준비하고 있는 국가라면 그런 행위는 하지 않는다. 폭탄 200만 발이라는 것은 군수공장이 24시간 돌아가도 6개월 이내에는 생산할 수 없는 양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런데, 하물며 북한이 생산할 수 있겠는가. 이건 말도 안 되는 얘기다. 또 북한은 경의선 철도를 폐지하면서 거기다 지뢰를 설치했다. 공격하려는 사람이 지뢰를 까는 경우는 없다. 오히려 공격을 위해서는 심어 놓은 지뢰를 제거하는 것이 맞다. 지뢰를 까는 입장은 결국은 남의 침략이 두려운 심리다.”
“결정적으로 김정은의 니즈를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김정은에게 가장 최우선의 니즈는 본인의 권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10대에 불과한 자신의 딸에게 안정적으로 권력을 이양하는 데 있다. 그런 사람이 불확실성의 극치인 전쟁을 벌이겠는가.”
김 전 보좌관은 “종합적으로 분석했을 때 북한은 전쟁을 할 능력도, 전쟁을 벌일 의지도 없다”고 결론 내렸다. “다만 북한은 자신들이 능력과 의지가 없다는 사실을 들키고 싶지 않아 한다. 그래서 ‘허세’를 떠는 거다. 하지만 맥락 하나하나를 지켜보면 ‘너희가 먼저 쳐들어오지 않으면 우리는 안 한다’는 의미를 계속 강조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경각심을 늦추자는 말은 아니다. 경각심을 가지되, 이성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
과거 우리나라 문화 콘텐츠를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는 ‘소프트 파워’라고 강조했다. 소프트 파워를 이용해 어떤 시도를 해 볼 수 있을까.
“한류가 다른 국가들에만 영향을 미친 게 아니다. 북한에도 상당히 많은 영향을 미쳤다. 나만 해도 어렸을 때부터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자랐다. 한류가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지대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이 한류의 영향을 어떻게 극대화할 것인지를 논의해야 한다.”
“일단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 기존에는 드라마와 영화에서 한국의 발전된 모습만을 보여주는 데 국한돼 있었다면 앞으로는 자유라든가, 인권이라든가, 민주주의라든가 이런 보편적인 개념들을 북한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콘텐츠도 제작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북한 사람들은 ‘왜?’라는 의문을 갖고 있다. 이 ‘왜?’라는 질문에 답을 줄 수 있는 좀 더 다층적인 콘텐츠가 필요하다.”
톱다운 방식의 통일 경로 모색과 관련, 새롭게 등장하는 북한 엘리트 계층과 기존 북한 김정은 체제를 벌려놓을 방안으로는 어떤 게 있을까?
“일단 내가 톱다운 방식의 통일을 선호하는 이유는 버텀업 방식, 그러니까 민중의 변화에 의한 혁명은 물론 그것도 우리가 고민할 수 있는 지점이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혼란에 대해서 늘 걱정이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례가 존재한다. 시리아 등 다양한 국가에서 민중의 봉기에 의해 체제가 바뀌는 일이 있었지만 결국은 제대로 된 민주주의 체제로 이행됐느냐라고 했을 때는 그렇다고 말하기 어렵다. 민중은 거대한 힘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새로운 체제를 받아들이고 체계를 구축하는 과정에 있어서만큼은 다소 미흡할 수 있다. 결국은 이 과정에서 권력 구조를 이해할 수 있는 엘리트 계층의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 전 보좌관은 북한의 신진 엘리트 계층에 주목했다. “내가 이상적으로 그리는 톱다운 방식은 김정은 체제를 받들고 있는 현재의 북한 엘리트 계층이 아닌, 새롭게 등장하는 엘리트 계층에 있다. 장마당 세대에 해당하는 이른바 ‘돈주(私경제 활동을 통해 부를 축적한 북한의 신흥 부유층)’ 계급과 그들의 교육받은 자녀들, 이들에 의해서 북한 체제가 변화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본다. 이들은 북한 체제의 수혜를 입지 않은 사람들이다. 본인들이 노력을 해서 돈을 벌고 교육을 받은 그런 계층이다. 본인이 노력해 부를 축적한 사람들이 항상 걱정하는 게 있다. 국가 권력에 의해서 부를 뺏기지 않을까에 대한 걱정이다. 기존 북한 체제의 전통 엘리트 계급은 언제든지 뺏을 힘이 있는 사람들이고, 이 두 세력 간의 갈등이 분명히 존재할 것이라고 본다.”
“북한의 이러한 신진 엘리트 계급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이 계급에 속한 이들을 변화시킬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이상적인 톱다운 방식이 아니겠는가. 세대교체는 언제나 존재하는, 막을 수 없는 흐름이다. 수십 년이 지나면 김씨 일가에 충성하는 계급은 사라지게 돼 있다. 결국은 맞이할 수밖에 없는 역사의 격동기에서 신진 엘리트 계급이 합리적이고 옳은 선택을 내리게끔 유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관련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 전달할 메시지는 앞선 질문에서 나왔던 콘텐츠라든가 하는 게 있을 수 있다. 결국은 그런 메시지들이 흘러 흘러 들어가게 돼 있다. 아울러 나 같은 사람이 한국 국회에 들어가거나 해서 북한의 장마당 세대를 대표하는 메시지를 밖으로 내보내면 그것도 흘러 들어갈 것이고, 그러면 그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해서 얘기할 수 있는 저런 사람들이 있구나, 만약 북한 정권에 대항해서 들고일어났을 때 호응해 줄 수 있는 세력이 남한에 있구나, 싶을 것이고 그것 역시 굉장히 큰 시너지 효과를 낳을 거라고 본다.”
본인의 국민의힘 인재 영입 이유를 얘기하며 “누군가는 총대를 메고 ‘굉장히 고통스러운 과정을 극복하고서라도 통일을 이뤄내야 하는 이유’를 내놓고 국민적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했다. 만약 본인이 총대를 멘다면 그 ‘이유’는 무엇이 될까.
“통일이 궁극적으로 대한민국의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많은 정치인이 북한의 정권 붕괴에 대해서 말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예컨대 당장 내일 북한이 붕괴된다면 사회가 얼마나 혼란에 빠지겠는가. 이에 대해 얘기하는 정치인은 쓸데없는 얘기를 한다고 욕을 먹는다. 인기가 없다. 하지만 정치인이라는 직업은 배지를 달고 권위를 누리고 권력을 점유하는 그런 자리가 아니다. 국가가 나아갈 미래의 방향에 대해서 명확하게 제시할 수 있는 능력과 용기가 있는 사람들이 정치인이 돼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정치인이 항상 얘기해야 하는 주제는 국가의 미래, 즉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이라고 믿는다. 이런 맥락에서 (정치인으로서의 나는) 우리 사회는 반드시 통일로 가야 한다고 말하겠다. 모름지기 대한민국 정치인이라면 대한민국의 궁극적인 미래, 안보적인 이익을 위해서는 북한 정권의 붕괴가 최대의 국익이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그뿐만 아니다.”
그는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확보 차원에서도 통일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대한민국은 고령화에 접어들었다. 노동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 이런 문제는 정부가 아무리 수십 조에 달하는 재원을 투입해도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다. 많은 전문가가 결국은 외부에서 노동력을 데리고 오는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그렇게 따지면 가장 훌륭한 외국인 노동자는 북한의 2300만 인구다. 일단 언어가 통한다. 문화적으로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그들은 그 누구보다 굶주려 있다. 여기서 말하는 굶주림이란 배고프다는 의미가 아니라 자유라든가, 어떤 직업이라든가 등에 굶주려 있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누구보다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이렇게 본다면 대한민국은 가장 최소의 비용을 들여서 최대의 이익을 누릴 수 있는 입장이다. 통일을 투자의 개념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북한 주민의 해방이라는 아이템에 우리가 투자를 한다면, 이를 통해서 대한민국이 거둬들일 수익은 어마어마할 것이라는 소리다.”
그간 각계각층의 탈북민들이 중국의 탈북민 인권 문제를 입 모아 지적했고 국제사회 역시 이와 관련해 중국에 국제법 준수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이를 계속해서 무시하는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며, 또 중국에 탈북민 인권 보호를 강제하게 하려면 어떤 방안이 필요할까.
“북한과 중국과의 관계는 순망치한(脣亡齒寒)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중국이 북한을 버릴 수 없는 이유는 한국전쟁 때의 경험을 떠올리면 된다. 중국은 자유민주주의 세력이 중국을 포위하는 것에 대해서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한다. 북한 주민의 대거 탈북이 북한 정권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서 중국도 분명히 계산을 했을 거다. 그런 악영향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 다시 말해 북한 정권이 흔들리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 북한이탈주민을 북송한다고 본다. 이러한 중국의 결정을 우리가 현시점에서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은 나는 없다고 본다. 우리의 요구를 수용하게 하려면 중국이 북한을 버리는 만큼 손해를 보는 (중국의) 국익을 우리가 채워줘야 한다. 우리가 사실상 그만큼 채워줄 수 있는 무언가는 없다.”
김 보좌관은 “그렇다면 우리에게 남은 선택지는 국제사회 차원에서의 압박”이라며 “중국이 지금 본인들이 행하고 있는 행위에 대해서 압박과 부끄러움을 느끼게끔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렇기 때문에 ‘네이밍 쉐이밍(naming and shaming·공개적 비행폭로)’을 우리가 좀 더 강하게 할 필요가 있다. 시진핑을 네이밍 쉐이밍하는 것은 사실상 의미가 없을 것이다. 시진핑이 부끄러워하겠는가. 하지만 예를 들어 중국 본토에서 탈북민을 체포하고 북송하는 데 관여했던 관계자들을 찾아내서 그 사람들을 인터넷을 통해 신상 공개를 하고 또는 기소를 하고, 이런 적극적인 행위들은 할 수 있고 또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본지가 만난 탈북민들은 “중국은 북한과 마찬가지”라며 “공산당과 공산주의 사상 자체가 이 세상에서 없어져야 인류가 평화롭게 살 수 있다”고 했다. 본인도 공산주의 사상 자체가 문제라고 보는가.
“그렇다. 공산주의 사상을 이용해서 독재를 하는 권력자가 문제지, 사상 자체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그런 사람들한테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반론은 역사에서 성공한 공산주의 국가를 찾아보라는 말이 있겠다. 모든 주장에는 근거와 사례가 있어야 한다. 주장만 하고 근거나 사례를 대지 않는다면 그건 그냥 궤변에 불과하다. 반면 자유민주주의가 성공한 사례는 무척이나 많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용한 국가들은 주민 대다수가 굶지 않고, 기초생활 수준을 이루었고, 어느 정도의 평등이 이루어졌고, 어느 정도 수준에서의 공정한 경쟁을 통해서 부가 나뉘는 안정된 사회가 만들어지고 또 그게 유지되는 의미에서의 성공을 대부분 거뒀다. 공산주의 체제를 구축한 국가들은 그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많은 공산주의 국가가 무너졌다. 공산주의 사상은 적어도 아직까지는 우리 인류 사회에 맞지 않는다는 진실을 방증하는 셈이다.”
“공산주의는 인간의 욕심을 부정한다. 강제적인 평등을 이룩하려고 한다. 과연 그게 얼마나 가능하겠는가. 원시 사회부터 지금까지 인류가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결국은 인간의 욕심, 경쟁 심리 때문이었다. 국가적인 시스템을 통해서 인간의 본성을 억제할 수 있다고 믿는 그 순진한 생각이 굉장히 잘못됐다는 말이다. 인간 본성을 거스르는 모든 사회는 지금까지 실패했고 앞으로도 실패할 것이다.”
지난해 “중국이 글로벌 스탠더드가 되려는 시도의 위험성을 국제사회에 알릴 필요가 있다”고 발언했는데 이를 위해서는 어떤 방안이 필요할까.
“떠들어야 한다. 중국은 자신들의 외교에 대해서 ‘전랑외교’라고 표현한다. 그런데 전랑외교는 우리가 해야 한다. 전랑외교란 늑대처럼 힘을 과시하는 외교 방식을 가리킨다. 대한민국이 오히려 그런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늑대처럼 상대방을 물어뜯지 않으면 강대국들 사이에서 우리의 이익을 어떻게 지키겠는가. 대한민국이 주로 취하고 있는 외교적인 스탠스는 조용한 외교, 중립외교 내지 균형외교다. 특히나 문재인 정부 때 늘 지향하고 추진했던 게 균형외교였다. 취지까지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그 균형이라는 것도 힘이 있어야 유지할 수 있는 것이지, 상대적으로 국력의 격차가 벌어진 중국이나 미국을 상대로 우리가 그 사이에서 균형을 취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순진한 생각인가. 균형이란 아무리 억센 바람이 불어와도 버틸 수 있는 단단한 힘이 동반되는 것이 균형이다. 살짝의 바람만 불어도 휘청거리고 무너지는 균형이 진정한 균형인가.”
대한민국 역시 늑대 같은 외교를 펼쳐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우리는 중국이 글로벌 스탠더드가 되려는 시도에 대해서 물고 뜯어야 한다. 중국이 글로벌 스탠더드로 거듭나면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국가가 대한민국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를 막기 위해 최전선에 나서야 한다. 반중(反中)의 최전선에 나서야 하고 대만 문제에 있어서도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대만해협이 중국에 의해서 통제를 당하게 되면 가장 큰 경제적 타격을 입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이다. 일본은 그 사실을 알기 때문에 대만 문제에 진심이다. 한국은 그러지 못하고 있다. 역으로도 생각해 보자. 우리가 중국의 편이 된다고 해서 중국이 북한을 버리겠는가. 그렇지 않다. 중국에 있어 북한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재다. 우리는 이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오히려 중국을 아프게 해서 양보를 얻어내야 한다. 중국이 요구하는 대로 다 들어주면 우리가 원하는 것을 결코 얻어낼 수가 없다. 이제 우리는 물고 뜯는 외교를, 파이팅 외교를 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중국을 둘러싼 어떤 신(新)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도 만드는 데 우리가 일조해야 한다. 필리핀,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중국의 글로벌 팽창에 위협을 받는 국가들은 대부분 남중국해에 위치한 국가들이다. 한국도 남중국해가 중국의 손아귀에 들어가면 똑같이 영향을 받는 입장이기 때문에, 나토가 과거 소련의 서진(西進)을 막기 위해서 만들어진 개념이었다면 이제는 중국의 남중국해 진출을 막기 위해서 신나토 같은 안보 동맹이 필요하다고 본다. 우리가 주축이 돼서 그러한 안보 동맹을 만들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