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위키피디아는 더 이상 ‘중립’이 아니다” 공동설립자 래리 생어

“위키피디아, ‘중립성’ 상실…좌파 편향으로 변질”
“익명 편집자 85%…책임은 누구에게도 없다”
“경쟁 기사 허용하고 편집자 책임제도 도입해야”
“일론 머스크의 ‘그로크피디아’, 새로운 백과사전 혁명 될까?”
위키피디아 공동설립자 래리 생어는 현재 위키피디아가 ‘중립성’을 상실하고 좌파 성향의 편향된 정보 플랫폼으로 변질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10월 15일 에포크타임스의 시사 프로그램 ‘미국의 사상 리더들(American Thought Leaders·ATL)’에 출연해 “정치적 사안에서 위키피디아는 사실상 선전 도구가 됐다”며, 익명 편집자와 특정 매체 의존 구조가 왜곡을 낳았다고 지적했다. 생어는 ‘경쟁 기사 허용’과 ‘편집 투명성 회복’ 등 9개 개혁 논지를 제시하며, 의회가 개입해 개선을 유도할 필요성도 언급했다.
ATL 진행자 얀 예킬렉이 인터뷰했고, 한국지사에서 분량과 표현을 다듬어 편집했다. 자세한 내용은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예킬렉: 래리, 오랜만입니다. 위키피디아를 20년 넘게 지켜봤는데, 초창기엔 합리적이었지만 지금은 왜곡된 정보가 넘칩니다. 에포크타임스에 관한 기사도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했어요. 왜 이렇게 됐을까요?
생어: 당신만 겪는 일이 아닙니다. 최근 여러 언론이 같은 불만을 제기했죠. 위키피디아는 ‘좌파의 제도 장악(march through the institutions)’에 포함된 사례입니다. 특히 트럼프 취임 이후 언론 전반이 객관성을 잃었고, 위키피디아도 그 흐름을 그대로 따라갔습니다. 예전 중립성 정책은 사실상 폐기됐어요. ‘거짓 균형 금지(false balance ban)’라는 조항이 들어가 논란이 있는 사안에서도 한쪽이 옳다고 판단되면 반대 의견을 삭제할 수 있습니다. 이는 중립성의 완전한 붕괴입니다.
예킬렉: 그건 더 이상 중립이 아니네요.
생어: 맞습니다. 완전한 왜곡이죠. 이런 현상은 2005~2006년부터 시작됐습니다. 예를 들어, 지구온난화 문제에서 위키피디아는 ‘과학적 관점’을 강조했지만, 그것은 과학계 주류 견해일 뿐 진리의 전부는 아닙니다. 언론이 트럼프 이후 노골적으로 편향되면서 위키피디아도 같은 방향으로 갔죠.
예킬렉: 지금의 위키피디아는 특정 이념, 즉 글로벌리스트·학계·세속·진보(GASP) 관점을 따르는 것 같아요.
생어: 정확합니다. 정치적 영향이 없는 주제는 중립적이지만, 정치나 사회적으로 민감한 주제는 거의 예외 없이 좌편향돼 있습니다. 위키피디아는 ‘보수적 매체’를 아예 인용 금지 목록에 올려 두었습니다. ‘영구 출처 목록(perennial sources)’이라는 내부 문서를 통해 인용 가능한 매체를 색상별로 구분합니다. 뉴욕타임스, BBC, CNN은 ‘초록불’이라 자유롭게 인용할 수 있지만, 에포크타임스나 폭스뉴스 같은 매체는 ‘빨간불’로 금지됐습니다.
예킬렉: 그런 구조는 심각하네요.
생어: 심지어 금지된 매체를 인용하려 하면 편집자 자격이 박탈될 수도 있습니다. 위키피디아 내부엔 이념적 통제가 뚜렷합니다
예킬렉: ‘제도 장악’이라는 표현을 조금 더 설명해 주시죠.
생어: 마르크스주의 이론가들이 제시한 전략으로, 언론·교육·종교 등 사회 핵심 제도를 점진적으로 점령하자는 것입니다. 위키피디아도 사실상 ‘신뢰해야 할 지식 권위’처럼 작동하며, 사회 인식 통제 수단이 됐습니다.
예킬렉: 유명 작가 필립 로스의 사례가 떠오릅니다.
생어: 맞습니다. 로스는 자신의 소설 인물의 실제 모델을 직접 밝혔는데도, 위키피디아는 뉴욕타임스 보도를 더 신뢰했습니다. 그는 결국 뉴요커에 글을 실어야 했고, 그 글이 다시 위키피디아 인용 근거가 되는 아이러니가 벌어졌죠. 이는 ‘당사자 발언 같은 1차 출처보다 2차 언론 보도가 우선이다’라는 비합리적 규칙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위키피디아는 언론의 편견을 신뢰하며 그대로 복제하는 구조가 됐습니다. 즉, 1차 당사자의 발언보다 2차 언론 보도가 우선입니다.
예킬렉: 위키피디아의 구조적 문제로 보이네요.
생어: 네. ‘세컨더리 소스(2차 출처)’를 우선시하는 규칙이 지나치게 엄격해, 비합리적인 관료주의로 변했습니다.

위키피디아 공동설립자 래리 생어. | 에포크타임스
예킬렉: 예전엔 “위키피디아는 개혁 불가능하다”고 하셨는데, 이제는 9개 논지를 내셨네요.
생어: 그렇습니다. 완전한 절망보다는 실천 가능한 구조적 개혁을 제안하고 싶었습니다. ‘새로운 이용자들이 집단적으로 참여하면 변화가 가능하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편집자 총회(assembly)를 만들어 규칙을 투명하게 제정해야 합니다. 익명 편집 체제는 조직적 조작을 감추는 장벽이 됐습니다. PR회사나 정치세력이 여론을 조작해도 추적이 어렵습니다. 이런 구조를 개혁해 실질적 권한자의 신원을 공개해야 합니다. 지금은 ‘누가 정보를 통제하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예킬렉: ‘경쟁 기사 허용’도 흥미로운 제안이네요.
생어: 네, 경쟁 기사 작성을 허용하면 다양한 관점을 병렬로 제시할 수 있습니다. AI나 공공평가를 통해 품질을 검증하고,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메인에 반영하는 방식입니다. 또 초기 중립정책 복원을 병행하면, 논쟁 사안을 한쪽이 독점하지 않게 됩니다. “논쟁 사안은 양쪽 주장을 모두 제시해야 한다”는 원칙을 되살려야 합니다.
편집자 총회를 구성해 실명 기반의 ‘편집 헌법회의(editorial assembly)’를 열어 규칙을 정해야 합니다. ‘규칙을 무시하라’는 것도 폐기해야 합니다. 이 문구는 초창기 유연성을 위한 목적이었는데 지금은 내부 엘리트가 신입 편집자를 억누르는 수단이 됐습니다. 공정한 평가 시스템 구축을 위해 기사 품질을 공공 혹은 AI 평가로 측정하고, 알고리즘을 공개해야 합니다.
편집자를 영구 추방하는 제도는 권력 남용의 온상입니다. ‘영구 차단제’를 폐지해 일정 기간 후 복귀할 길을 열어야 합니다. 편집 참여 다원화도 필요합니다. 보수, 종교, 자유주의자, 파룬궁 신앙인 등 배제된 집단이 참여해야 진정한 중립이 가능합니다. 법적·윤리적 책임 부여하기 위한 장치도 필요합니다.
예킬렉: 즉, 모든 프레임을 ‘공정하게 병렬화’하자는 거군요.
생어: 그렇습니다. 예컨대 ‘미국적 중립 프레임’이라면 민주·공화 양측의 근거를 모두 싣는 식입니다. 그렇게 하면 각국·각문화별 시각이 공존할 수 있죠.
예킬렉: 하지만 ‘좌파적 관용(마르쿠제의 억압적 관용)’은 반대 의견을 배제하는 구조를 만들어왔죠.
생어: 네. 과거엔 ‘표현의 자유는 보편적 가치였고 ‘다양한 관점’이 상식이었지만, 지난 15년간 그 가치가 급격히 퇴색했습니다. 중립과 표현의 자유가 오히려 ‘우파적 가치’로 낙인찍힌 현실은 매우 위험합니다.
예킬렉: 결국 위키피디아의 문화 자체가 바뀌어야겠군요.
생어: 맞습니다. 이상적으로는 위키미디어 재단이 스스로 개혁을 주도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미국 의회가 압박해 개혁을 유도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의회는 위키피디아의 외국 영향력 문제를 조사 중인데, 이런 계기가 될 수 있죠.
예킬렉: 법적으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습니까?
생어: 핵심은 통신품위법 230조(Section 230)입니다. 이 조항 덕분에 위키피디아는 명예훼손이 있어도 소송을 피할 수 있습니다. 편집자 85%가 익명이라 책임 주체가 없어요. 이런 구조는 “명예훼손의 면허장”이 됐습니다. 따라서 의회가 ‘예외 조항(carve-out)’을 두어 익명 중상에 대해선 소송이 가능하도록 해야 합니다.
예킬렉: 정부 규제 위험은요?
생어: 저는 규제를 원하지 않습니다. 다만 피해자가 법적으로 대응할 통로는 있어야 합니다.

에포크타임스의 시사 프로그램 ‘미국의 사상 리더들(American Thought Leaders·ATL)’ 진행자 얀 예킬렉 | 에포크타임스
예킬렉: 일론 머스크가 추진 중인 ‘그로크피디아(Grokipedia)’는 대안이 될까요?
생어: 아직 미지수입니다. 현재 그로크 AI는 좌파 성향이 강합니다. 내부 프롬프트를 수정하면 균형을 잡을 수 있지만, 설계 의도 자체가 편향돼 있습니다. 물론 머스크가 진정으로 ‘중립적 AI 백과사전’을 만든다면 의미 있을 겁니다.
예킬렉: 저는 여러 AI를 비교하며 쓰는데, 상대적으로 중립적으로 보이더군요.
생어: 주제에 따라 다릅니다. 하지만 AI 백과사전 간 경쟁은 흥미로운 실험이 될 겁니다. 다만 ‘인간 편집’ 없이 완전 신뢰할 수는 없습니다.
예킬렉: 지금 에포크타임스처럼 위키피디아에서 왜곡돼 있는 언론이나 인물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생어: ‘항의서한(letter of protest)’을 조직적으로 제출해야 합니다. 명예훼손 피해자들이 연대해 위키미디어 재단과 의회에 공식 문제를 제기해야 합니다. 동시에 일반인도 다시 위키피디아 편집에 참여해, 균형 잡힌 시각을 되찾아야 합니다. 단, 규칙을 잘 지켜야 하고 ‘캔버싱(조직적 동원)’은 피해야 합니다.
예킬렉: 사실상 ‘중립 복원 운동’을 제안하시는군요.
생어: 그렇습니다. 종교인, 보수주의자, 자유주의자, 파룬궁 수련자 등 그동안 배제된 그룹이 대거 참여하면 위키피디아 내부의 균형이 서서히 회복될 수 있습니다. 위키피디아는 아직 완전히 폐쇄된 공간이 아닙니다.
예킬렉: 가장 이상적인 개혁 시나리오는 무엇입니까?
생어: 편집 헌법회의(editorial constitutional convention)를 개최해, 실명 기반 책임 편집체계를 도입하는 것입니다. 또한 ‘규칙을 무시하라(ignore all rules)’ 같은 역이용 규칙을 폐지해야 합니다. 여론의 압력과 내부 지지로 일부 개혁은 충분히 가능합니다. 최종 목표는 위키피디아를 “지식의 공공재이자 세계시민적 플랫폼”으로 되돌리는 것입니다.
예킬렉: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생어: 감사합니다. 이런 대화가 개혁의 출발점이 되길 바랍니다.
위키미디어 재단은 에포크타임스의 논평 요청에 즉각 응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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