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등의 문제로 일본과 중국 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이 일본인 한 명을 간첩 혐의로 체포했다. 중국 형법에서 ‘체포’는 사실상 한국의 ‘구속’에 해당한다.
지난 19일(현지 시간)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베이징에서 붙잡힌 50대 일본 남성이 이달 중순 공식 체포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날 마쓰노 장관은 “일본 정부는 중국 측에 다양한 방식과 기회를 통해 조기 석방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공산당 정권은 일·중 관계가 더 나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일본 국민을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일본 당국과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50대 중반의 일본인 남성 A씨는 일본 대형 제약회사 아스텔라스의 간부급 직원이다. 과거 주중 일본 상공회의소 고위 관리로 재직하는 등 중국 주재 경력이 20여 년에 이르는 ‘중국통’으로 알려졌다.
A씨는 앞서 지난 3월 중국 주재 임기를 마치고 일본으로 귀국하기 직전 중국 반(反)간첩법(방첩법)을 위반한 혐의로 공안에 붙잡혔다. 이후 베이징 내 수용시설에서 지낸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번에 공식 체포로 전환됐다.
중국 측은 주중일본대사관에 체포 사실을 통지했으나 A씨의 구체적인 혐의 내용을 밝히지 않고 있다.
중국에서는 간첩 혐의로 재판에 넘겨질 경우 최대 무기징역이 선고된다. 특별 규정이 적용되면 사형 선고도 가능하다.
중국 반(反)간첩법
A씨의 구속은 올해 7월 중국이 반간첩법 개정안을 시행한 이래 외국인을 간첩 혐의로 공개 구속한 첫 사례다. 문제는 개정된 반간첩법 조항들이 모호하다는 점에 있다.
말 그대로 간첩 행위를 처벌하기 위한 반간첩법 개정을 통해 중국공산당은 간첩 행위의 범위를 기존 ‘국가 기밀·정보를 빼돌리는 행위’에서 ‘국가 안보·이익과 관련된 자료 제공’으로 크게 확대했다. 또 간첩 혐의로 외국인을 구금·기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처벌을 강화하는 한편, 물증이 없어도 정황만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일본 외 다른 국가들에도 반간첩법이 적용됨은 물론이다. 실제 미국 민츠그룹은 지난 3월 중국 당국으로부터 베이징 사무소를 급습당한 사건을 계기로 베이징 사무소를 닫았다. 영국의 리스크어드바이저리그룹도 최근 홍콩 지사를 폐쇄했다.
개정안은 이처럼 중국 주재원들뿐만 아니라 그 가족 등 교민과 심지어는 관광객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어 우려를 낳는 상황이다. 미국 등 세계 각국은 중국 방문자들에게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한편, 일본 대사관은 국민 보호 차원에서 A씨에게 영사 면회와 가족 연락 등을 계속 지원 중이다. 이와 함께 바로 직전 외무대신인 하야시 요시마사 전 외무상이 중국을 방문, A씨의 조속한 석방을 요구하기도 했다.
*황효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