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기 예전만 못한 베이징·상하이…中 대도시 ‘유령 상가촌’ 확대

중국 경제의 내리막이 뚜렷해지고 있다. 베이징, 상하이 등 주요 도시에서도 많은 기업의 영업 축소와 상점 폐점이 잇따르고 있으며 소비자들도 지갑을 굳게 닫고 있다.
도대체 중국 경제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에포크타임스 계열사인 위성채널 NTD가 중국 현지의 여러 시민을 만나봤다.
중국 수도 베이징 서북부 하이뎬(海淀)구에 위치한 중관춘(中關村)에 거주하는 왕(王)모씨는 “전반적으로 경기가 좋지 않다. 우리는 가능한 한 돈을 쓰지 않기 위해 지갑을 꼭꼭 닫고 있다”고 말했다.
1988년 5월 중국 최초의 ‘첨단 기술 개발지구’로 지정된 중관촌은 한때 중국판 실리콘밸리로 불리며 수도권에서 가장 번화한 곳 중 하나였지만 지금은 활기를 잃고 한산한 곳이 됐다.
왕씨는 “명절이라고 몰아서 소비하는 일은 이제는 없어졌다. 모든 게 다 올랐다. 예전에는 식초 한 병에 9위안(약 1600원)이었지만 지금은 13.6위안(약 2500원)이다”라고 말했다.
기업 도산 등으로 도시에는 실업자가 넘쳐나고 있다. 실직은 면했다 해도 월급이 줄고 있다. 반면 물가는 크게 상승하고 있다. 소비자의 구매력 저하로 인해 상품이 팔리지 않는 매장은 점점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베이징과 허베이성을 자주 오간다는 리(李)모씨는 “까르푸(프랑스계 마트체인)가 철수한 이후 베이징의 외국계 대형마트는 거의 다 망했다. 월마트가 유일하게 버티고 있다”며 달라진 소비 분위기를 전했다.
아시아 최고의 상업도시인 상하이에서도 여기저기서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상하이는 입지 조건이 꽤 좋은 곳에서도 빈 점포가 드물지 않다. 이를 촬영한 영상이 중국 소셜미디어에서 확산하고 있다.
한 상하이 시민은 “예전에는 상하이의 밤은 매우 활기찼다. 지금은 저녁 8시 반 정도만 지나면 인파가 줄어들어 한산하다”고 말했다.
상하이에 사는 페이(裴)모씨는 “(작년) 전염병이 발생한 후 많은 사람이 상하이를 떠났다. 그래서 이제는 도로가 막히지 않을 정도다”라고 말했다.
또한 “물가도 너무 비싸다. 부유한 사람은 상하이를 떠났고, 다른 지역에서 일하러 온 노동자들도 일자리가 없어 대부분 상하이를 떠났다. 일부 중산층만 남아 있다”고 전했다.

인구 2500만 명의 거대 도시 상하이는 작년 3월 말부터 2개월여 봉쇄됐다. 중국에서 가장 앞선 도시에 살고 있다는 상하이 시민들은 자부심에 큰 상처를 받았고, 그와 함께 “불안해서 못 살겠다”는 불만심리가 퍼졌다.
작년 4월 중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등에 따르면 상하이의 부유층 사이에서는 이민 문의가 폭증했고, 올해 6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경제 둔화와 해외 이민 열풍으로 상하이 집값이 10% 이상 급락했다고 전했다.
중국 번화가의 빈 상가 외에 사무건물의 공실률도 눈에 띈다. 지난 7월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업체 세빌스 조사 결과, 올해 2분기 베이징 사무건물 공실률은 18.3%로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상하이, 선전, 광저우 등도 상황은 비슷했다. 세계 최대 상업용 부동산 서비스업체 미국 CBRE 통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사무건물 공실률은 상하이 18.7%, 선전은 20.3%, 광저우는 17.5%였다.
부동산 서비스업체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는 선전의 사무건물 거래 중 투자회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작년 말 19%에서 올해 상반기 14%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팬데믹 이전 30~40% 수준에서 계속 감소한 것으로 각국 투자회사들이 선전의 사무건물을 떠나는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중국은 전국 도시를 5개 등급으로 나눠 관리하는데, 가장 발전되고 생활 수준이 높은 곳을 1선 도시로 분류한다.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 등 4개 도시가 여기에 속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중국 경제를 이끈 이들 1선 도시에서도 최근에는 일제히 상업·기업 활동이 전반적으로 위축되는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