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 처리수를 바다에 방류하기 시작한 뒤 중국에서는 근거 없는 소문들이 넘쳐나고 있다.
그중에는 이런 내용도 있었다.
“후쿠시마 오염수를 마셨던 일본 관리가 자취를 감췄다.”, “일본 관리가 원전 오염수를 마신 뒤 골수암에 걸려 사망했다.”, “사망 전부터 온몸이 썩기 시작했다더라.”
이는 모두 소노다 야스히로 전 일본 내각 정무차관에 관한 소문이었다.
실제로 그는 2011년 10월 도쿄전력 본사에서 인터뷰 중 원전의 안전성을 강조하기 위해 기자들 앞에서 물을 한 잔 마셨다. 이 물은 후쿠시마 제1원전 5‧6호기 원자로 옆의 샘물을 떠 온 것이었다.
최근 중국에서 일본의 원전 오염 처리수에 관한 소문과 괴담들이 떠도는 가운데, 12년 전의 일이 재조명돼 ‘사망설’로 부풀려졌다.
심지어 중국 언론들까지 나서서 이를 기정사실화하고 사망 기사를 내보내자, 결국 당사자인 소노다 전 차관이 입을 열었다.
그는 최근 일본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멀쩡하게 살아있다”며 사망설을 부인했다.
공포와 반일감정을 조장하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 처리수가 방류되기 시작한 지난달 24일부터 중국 관영 언론은 일본에 대한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해 왔다. 또 중국 정부는 일본산 수산물의 수입을 전면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
그 여파로 중국에서는 막연한 공포심으로 인해 수산물 불매운동이 벌어졌고, 일본을 맹목적으로 비난하는 반일 여론이 거세졌다. 중국 소셜 미디어에서는 후쿠시마 원전에 관한 괴담들이 퍼져나갔다.
소노다 전 차관의 사망설도 그중 하나였는데 그가 어디서, 어떻게 사망했는지 구체적인 내용까지 사실인 양 담겨 있었다.
소문에 따르면, 소노다 전 차관은 후쿠시마 물을 마시고 건강이 악화해 2018년 미국으로 건너가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치료에 실패했고, 요양을 위해 팔라우 공화국으로 옮겨졌다. 그러다 2020년 8월 골수암으로 사망했다는 것이 중국에 퍼진 소문이다.
소노다 전 차관은 중국발 사망설을 부인하며 “당시에는 원전의 안전성을 직접 보여주기 위해 그런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물을 마신 행위는 안전성을 입증하는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 없다”며 “모든 것은 데이터로 증명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만의 팩트체커
“팔라우 보건부가 소노다 전 차관의 사망 소식을 공식 발표했다”는 소문이 중국에서 퍼진 뒤, 대만의 독립 기관인 ‘대만 팩트체크 센터’가 나섰다.
센터 측은 대만 주재 팔라우 대사와 접촉해 소문의 진위를 파악했다. 팔라우 대사는 “팔라우 정부는 소노다 야스히로의 사망에 대한 어떤 정보도 유포하지 않았다”고 단호히 말했다.
또한 팔라우에서 골수암으로 사망한 일본인의 사례는 보고된 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만 팩트체크 센터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 처리수에 관한 다른 소문들에 대해서도 조사했지만, 이를 입증할 만한 신빙성 있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