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부터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 처리수를 방류하기 시작한 가운데, 중국공산당은 이를 초국가주의 선전에 활용함으로써 중국 내 반일감정을 조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안에서 수산물과 관련한 근거 없는 공포심이 확산하고 있고, 중국 수산업계가 휘청이는 등 역효과가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홍콩 거리의 풍경은 사뭇 달랐다. 공산당의 반일 선전에도, 홍콩에 있는 몇몇 일본 초밥집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주홍콩 일본 총영사관은 “합리적인 홍콩 소비자”라며 홍콩 내부의 분위기를 언급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공산당이 원전 오염 처리수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일본을 견제하려는 정치적 제스처”라고 분석했다.
이어 “중국 내부에서 터져 나오는 불만을 외부 탓으로 돌려 현재 중국공산당이 직면한 위기를 벗어나려는 목적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삼중수소 불검출
일본의 원전 오염 처리수 방류 계획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성 승인을 받은 바 있다.
또한 중국의 수많은 원자력 발전소에서도 핵폐수를 바다로 방류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중국 정부가 발표한 공식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의 원자력 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연간 삼중수소의 양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 처리수보다 몇 배나 많았다.
원전 오염 처리수 방류 4일째 되는 날인 지난달 27일 일본 환경성은 “후쿠시마 연안 11곳에서 해수 시료에 대한 방사성 물질 정밀검사를 실시한 결과, 모든 지점의 삼중수소 농도가 허용 기준치 이하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니시무라 아키히로 일본 환경상은 “수질에도 문제가 없으며, 인체 건강이나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원전 오염 처리수의 방류를 이용한 중국공산당의 반일 선전은 중국 내부에서 다양한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홍콩도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 지역을 후쿠시마 인근 4개 현에서 10개 현으로 확대했다.
하지만 홍콩인들은 대부분 이를 우려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5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홍콩의 일부 일본 음식점에는 긴 줄이 늘어섰으며, 대기 시간이 최대 1시간에 달하는 곳도 있었다.
이와 관련해 주홍콩 일본 총영사관은 “중국 소비자들도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합리적으로 소비하고, (반일 선전에) 냉정하게 대응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혼란에 빠진 중국 수산업
중국의 일본산 수산물 금수 조치 이후, 중국 안에서는 ‘수산물 불매운동’이 벌어졌다.
중국의 각종 소셜 미디어에서는 일본의 원전 오염 처리수 방류를 맹목적으로 비난하는 반일 선전의 물결이 일었고, 이에 영향을 받은 중국인들은 “수산물을 먹기가 두렵다”며 수산물 불매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 푸젠성의 한 주민은 “푸젠성 어민들이 (중국으로 들어오는) 일본산 장어의 90% 이상을 양식하고 있다. 그러니 불매운동을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또 산둥성의 한 주민은 “‘일본의 오염 처리수 방류로 바다가 오염됐다’는 중국 정부의 선전으로 인해 중국 수산업 전체가 위기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중국 수산업의 경제 생산액은 2022년 기준 3조 위안(약 544조 원)에 달했으며, 1600만 명 이상이 수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중국에서 수산물 불매운동이 확산함에 따라 중국의 수산업계가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중국 누리꾼들은 “현재 중국이 직면한 진짜 문제는 ‘경제 위기’이며, 이로 인해 중국공산당의 정치권력까지 흔들리고 있다”며 “이런 상황을 모면하고자 대중의 시선을 일본으로 향하게 한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데이터 검열
주중 일본대사관은 공식 소셜 미디어 계정에 “중국의 원자력 발전소 한 곳에서 1년간 배출하는 삼중수소의 양은 후쿠시마 연간 방류 계획보다 몇 배나 더 높다. 심지어 삼중수소 배출량이 (후쿠시마의) 10배에 육박하는 경우도 있었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렸다.
이 게시물은 중국 정부의 공식 자료인 ‘중국 원자력 연감’의 데이터 및 차트를 인용했다. 2021년 차트에 따르면 액체 삼중수소 연간 배출량은 타이산 원자력 발전소 218테라베크렐(TBq·1조베크렐), 양장 원자력 발전소 112테라베크렐, 닝더 원자력 발전소 102테라베크렐, 홍옌허 원자력 발전소 90테라베크렐이었다.
이런 사실은 중국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큰 화제를 모았으며,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중국 원자력 발전소의 삼중수소 배출 실태를 알게 됐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자료는 삭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동시에 “일본의 원전 오염 처리수 방류로 인한 영향은 미미하다”고 설명하는 문서, 게시물 등도 빠르게 삭제됐다.
일본을 향한 전화 테러
중국공산당의 반일 선전에 영향 받은 중국의 소위 ‘애국주의자’들은 일본의 기관, 단체 등에 ‘전화 테러’를 벌이고 있다. 특정 기관에 동시에 전화를 걸어 통신 마비를 일으키는 것이다.
지난달 25일 주중 일본대사관은 “일본 정부와 무관한 개인 및 단체가 일부 중국인들로부터 전화 테러를 당하고 있다”며 “중국 당국이 이 문제를 엄중하게 다뤄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같은 날 일본 현지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후쿠시마현에서 라멘집을 운영하는 한 남성은 “중국인들이 식당에 전화를 걸어 중국어로 무언가를 말하더라. 정확한 내용은 알아들을 수 없었고 ‘오염수’, ‘핵폐수’ 등의 특정 단어만 들렸다”며 “그들은 공격적인 어조로 말하며 고함을 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아무리 전화를 끊어도 같은 번호로 계속 전화가 걸려 왔다”고 호소했다.
또한 중국에서 판매 중인 일본산 제품을 파손하는 등의 반일 불매운동이 중국 전역에서 조직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
중국의 반일 감정이 고조되자 주중 일본대사관은 중국 내 자국민들에게 “외출할 때는 (일본어로) 큰 소리로 말하지 말라”며 “일본대사관을 방문할 때는 주변을 잘 살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