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일본의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중국이 이런 결정을 내린 데는 정치적 목적이 숨겨져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전체의 수산물 수입 가운데 일본 수산물의 비중은 4% 미만에 그치므로, 수입 금지 조치가 양국 무역 관계에 실질적인 영향이 없는 ‘정치적 제스처’라는 주장이다.
오히려 중국의 일본산 수산물 금수 결정이 자국 수산업에 큰 타격을 입히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중국공산당은 과거부터 일본을 초국가주의 선전의 대상으로 활용해 왔다. 2012년에는 일본과의 영토 분쟁을 벌이며 중국 전역의 반일 시위를 지지했고, 그중 일부는 폭동으로까지 번졌다.
모든 형태의 평화적 집회 및 시위를 금지하고 있는 중국에서 이런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중국공산당은 내부 결속력을 강화하고 자국 내 문제를 외부 탓으로 돌리려는 목적으로 일부 시위를 지지하거나 조직하기도 한다.
최근 중국의 각종 소셜 미디어에서는 일본의 원전 오염 처리수 방류를 맹목적으로 비난하는 새로운 반일 선전의 물결이 일고 있다. 이에 영향을 받은 수많은 중국 누리꾼들은 “이제 수산물을 먹기가 두렵다”고 말하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 내 수산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 산둥성 옌타이시의 어부 류옌핑(가명)은 27일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수많은 어부가 9월 조업을 앞두고 준비를 마쳤는데, 중국인들이 수산물 먹기를 두려워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선전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수산업 종사자들이 자신들의 미래를 걱정하고 있다. 반일 선전의 물결이 언제 멈출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저장성 저우산시의 한 어부도 “최근 들어 수산물을 먹는 사람이 확실히 줄었고, 이런 현상은 수산업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사람들은 대부분 오염 처리수로 인한 영향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다. 중국의 전문가들은 친일파로 낙인찍힐 것이 두려워 입을 다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수산물 수입 금지
일본이 원전 오염 처리수를 방류하기 시작한 날, 중국은 일본 수산물의 수입을 전면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세관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 중국의 일본 수산물 수입액은 2억 3451만 위안(약 42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 감소했다.
일본 노무라 연구소의 경제학자인 타카히데 쿠이치는 최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중국과 홍콩에 대한 일본의 수산물 수출은 일본 전체 수출의 0.17%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중국이 1년간 수산물 수입을 금지하더라도, 일본 국내총생산(GDP)에 미치는 영향은 고작 0.03%에 그친다.
하지만 중국 수산업의 경제 생산액은 2022년 기준 3조 위안(약 544조 원)에 달했으며, 1600만 명 이상이 수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이에 중국의 수산물 불매 운동이 자국 수산업 전체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에 거주하는 시사평론가이자 페이톈대학 교수인 장톈량 박사는 27일 에포크타임스에 “중국공산당의 선전이 자국 수산업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일본에 미칠 경제적 영향은 언급할 가치조차 없을 만큼 미미한 수준”이라며 “따라서 중국공산당의 결정은 완전히 비합리적”이라고 꼬집었다.
장톈량 박사는 “반일 감정을 부추기는 중국공산당의 정치적 전략이 시류와 맞물려 통한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에 대한 중국인들의 불만을 이번 기회에 일본으로 옮겼다”고 분석했다.
이어 “중국공산당은 사람들이 분노를 표출하다가 몇 주 또는 몇 달 뒤에 잠잠해질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밝혔다.
교란 전술
리위안화 전 베이징사범대 교수는 27일 에포크타임스에 “중국공산당이 퍼뜨리는 반일 선전의 진짜 목적은 대중의 관심을 돌리기 위한 것이며, 공중보건과 안전을 위한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전국적인 폭우와 홍수, 그에 대한 정부의 안일한 대처로 인해 중국인들은 깊은 불만을 품고 있다. 여기에 높은 실업률, 부동산 위기 등 경제적 위험 요인까지 더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위기에서 빠져나가려고 일본을 중국인들의 분노 표출 대상으로 지목한 것”이라며 “명백히 대중을 선동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리위안화는 “중국 수산업계가 선전의 희생양이 됐다”며 “그러나 장기적인 측면에서 보면, 그 파급효과가 중국 사회 전체로 퍼져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지막으로 “결국 아무 잘못도 없는 중국인들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