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중국 경제, 5월 통계서 부진 뚜렷…“3~5년 내 여파 올 것”

2023년 06월 19일 오후 3:46

중국의 5월 청년실업률이 역대 최고로 치솟은 가운데, 그동안 지적되던 중국 경제의 위험 요소들이 실제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경제 전문가들은 중국의 청년 고용 위축은 당국이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민간기업 경영 여건을 악화하고 외자 유출을 촉발한 것이 근본 원인이라며 3~5년 후 중국 사회 곳곳에서 각종 문제점이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15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5월 중국 도시 실업률은 5.2%, 청년실업률은 20.8%라고 발표했다. 세간의 시선은 사상 최고인 중국의 청년실업률에 집중됐지만, 중국의 5월 경제지표들은 고용 부진과 함께 성장률 둔화를 나타냈다.

시사평론가 천포쿵(陳破空)은 RFA에 중국이 세 가지 ‘최대’에 걸렸다고 지적했다. 하나는 작년 대비 82만 명 늘어나 역대 최다를 기록한 올해 대학졸업자 수 1158만 명, 다른 하나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5월 청년(16~24세)실업률 20.8%, 마지막은 사상 최대 규모의 ‘탕핑(躺平)족’이다.

탕핑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 있는다’는 뜻으로 열악한 근무 여건과 임금, 노력한 만큼 대가가 주어지지 않는 중국 사회에 대한 청년들의 수동적 저항을 상징하는 단어로 2021년부터 유행하고 있다.

천파쿵은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을 못 하면 힘들게 대입시험을 치를 이유가 사라진다. 그렇다고 대학마저 안 나오면 그나마 좁은 취업 기회가 더 줄어든다”며 “기업 불황, 국가 불황, 수출 감소로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만 둥화대 신경제정책연구센터 천쑹싱(陳松興) 센터장은 “중국 경제의 문제점은 인터넷, 과학기술, 산업훈련 등의 분야에서 관련 정부기관의 잘못된 의사결정”이라며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정부가 아니라 민간기업인데, 정부가 다 때려눕혀 버렸다”고 비판했다.

천 센터장은 “중국 정부에 대한 신뢰를 잃은 외국 자본은 생산시설을 외국으로 이전하고 있다. 외국 기업의 발길이 끊기고 공장은 문을 닫는다. 일자리가 없으면 소비 여력이 떨어지니 주택 구매와 내수 시장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중국 경제는 이미 중환자실에 있다”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5일(현지시간) 해당 사안을 잘 아는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이 1조 위안(약 178조원) 규모의 특별국채를 발행해 인프라 건설 등을 진행한다는 경제부양책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 봉쇄를 끝내고 ‘리오프닝’했지만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아서다.

당국 “글로벌 환경 나쁘지만 중국 경제는 회복세”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5월 경제수치를 보면 고용만 부진한 것이 아니다.

5월 소매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12.7% 증가했지만 전월(4월)과 비교하면 2.1%포인트 감소했고, 5월 중국의 총 상품수출입액은 전년 동기 대비 0.5% 증가했지만 수입과 수출별로 나눠보면 수입은 2.3% 증가하고 수출은 0.8%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국의 서비스업 생산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11.7% 증가했지만 전월 대비 1.8%포인트 하락했다. 5월 산업 생산(일정 규모 이상 업체의 부가가치)은 전년 동기 대비 3.5% 늘었지만 전월 대비 2.1%포인트 하락했다. 1~4월 반짝했던 상승세가 5월 들어 주춤한 모양새다.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소폭(0.2%) 올랐지만 전월 대비 0.2% 떨어졌다. 특히 생산원가 변화를 반영한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동기 대비 4.6% 하락하며 8개월 연속 하락했다. 이는 2016년 2월 이후 가장 빠른 하락세다.

하지만 중국의 경제성장 핵심 원동력이었던 부동산도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1~5월 전국 부동산개발투자는 4조5701억 위안(약 818조9천억원)으로 전년 대비 7.2% 줄었다. 이 가운데 주택투자는 3조4809억 위안으로 6.4% 감소했다.

부동산 경기를 나타내는 70개 도시의 5월 신규 주택가격은 전월 대비 0.1% 오르며 전월(0.4% 상승)보다 상승폭이 감소했다. 등급별로는 베이징·상하이·선전·광저우 등 4개 1선 도시 신규 주택가격은 전월 대비 0.1% 오르며 상승 폭이 둔화했고 31개 2선 도시 신규 주택가격은 전월 대비 0.2% 상승하고, 35개 3선 도시는 전월과 비슷한 추세를 보였다.

국가통계국 푸링후이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5월 경제 하방 압력이 전월 대비 높아졌는데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인 5% 안팎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불확실 요소가 많다”고 답했다.

푸링후이 대변인은 “국제 환경은 여전히 복잡하고 심각하며 세계 경제 회복이 여전히 약하고 주요 선진국의 긴축정책으로 불확실한 요소가 여전히 많다”며 글로벌 경제 환경이 좋지 않다는 점을 우선 강조했다.

이어 “중국은 내수가 부족하고 물가하락과 경제 주체들이 처한 압력 증대로 경제 회복의 기반이 견고하지 않다”면서도 “우리 나라는 오랜 발전으로 축적한 기반이 비교적 튼튼하고 큰 시장과 향상된 혁신 능력이 있어 어려움을 극복하고 경제 회복을 촉진할 수 있는 충분한 여건을 갖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기업만 겨우 먹고 사는 수준…중소기업은 위험”

중국 경제 전문가들은 당국과는 상반된 견해를 나타내고 있다. 여기에는 공산주의 체제에 비판적이지 않은 내부 인물들도 포함된다.

대표적으로 신화통신 기자 출신으로 유명한 경제 전문 칼럼니스트 겸 부동산 투자자인 우샤오보(吳曉波)는 지난 8일 위챗을 통해 “산업 위축과 소비 부진으로 중국 경제는 유례없는 침체기에 빠졌다”며 대규모 경기부양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샤오보는 현재 중국의 산업 현황을 살펴보면 “대기업은 겨우 먹고사는 수준(溫飽線), 중기업은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하는 수준(盈虧線), 소기업은 죽느냐 사느냐 수준(生死線)에서 허덕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천포쿵은 “중국은 국영기업과 중앙기업(중앙정부가 직접 관리하는 초대형 국유기업)이 중국의 거의 모든 자원을 독점하고 있어 민간기업이 기를 펴지 못하고 중소기업은 죽어가고 있다”며 “잘못된 의사결정의 폐해”라고 했다.

그는 ”중국의 거의 모든 기업이 현재 추운 겨울을 나고 있다”며 대형 국유기업들마저 감원 등 구조조정 중인 상황에서 높은 실업률은 당연한 결과라고 했다.

국무원 산하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국자위)는 작년 5월, 직전 5년간 국유기업 계열사 1만9965개를 정리해 인건비 449억 위안(약 8조400억원)를 절감하고 연간 노동생산성을 1인당 44만6천 위안(약 8천만원)에서 67만9천 위안(약 1억2천만원)으로 60% 이상 향상시켰다고 밝혔다.

국자위는 중국에서 국유기업의 경영 실태와 자산 운영 등을 감독하는 기관이다. 국자위 발표대로라면 그동안 중국 국유기업은 절반 이하의 효율로 운영되고 있었던 셈이다.

둥화대 신경제정책연구센터 천쑹싱 센터장 역시 중국 당국의 잘못된 의사결정이 누적돼 경제 위기를 돌이키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그는 “단순히 개별 수치만 놓고 보면 중국 경제는 감기 혹은 독감 수준에 그치지만, 실제로는 중환자실에 입원한 수준”이라며 “중국은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가 281.8%에 달했다. 이것이 명목상 수치라는 점은 자명하다. 중국의 습관적인 통계 조작을 감안하면 실제 수치는 훨씬 클 것”이라고 비판했다.

천쑹싱 센터장은 “중국은 한 해 예산의 15%를 이자 비용으로 지출한다고 추산된다. 빚으로 빚을 갚고 있어 경제 동력이 약하다”며 “부동산 기업의 높은 부채와 부실 자산도 있다. 수십 년간 방치한 복잡한 문제의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그는 “의사결정 시스템의 개혁이라는 근본적인 대책 없이는 실행 가능한 대안은 보이지 않는다”며 “외자가 철수하고 기업들은 탈중국하고 있다. 앞으로 3~5년 이내에 중국의 각종 사회문제가 하나씩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