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양회 기간, 중국은 경제 성장률 목표를 5%로 제시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 확정에 맞춰 5.5% 이상의 성장률과 화끈한 경기부양책을 기대했던 시장은 술렁였다.
지난 3년간 중국 경제는 중국 공산당의 제로 코로나 정책 등 극단적 방역정책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지난해 청년 실업률은 20%에 달하며 사회 문제로까지 대두됐다.
과거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며 번영했던 중국의 제조업은 수출산업 수요 부진으로 수주량이 10분의 1 규모로 급감했다. 기업 도산, 공장 폐쇄, 직원 대량 해고, 신규 채용 중단 등 악재가 멈추지 않고 있다.
구직자가 넘쳐나면서 안정된 직장은 경쟁률이 치솟고 있다. 정규직 일자리는 물론 아르바이트조차 구하기가 매우 어렵다.
중국 온라인에 게재된 동영상에는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이 직업소개소 앞에 길게 줄을 선 모습과 월세를 내지 못해 길가나 공원에서 숙식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담겼다.
일자리와 급여 감소는 소비자의 구매력 저하로 이어진다.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한 전자상거래는 이어지고 있지만, 임대료를 부담해야 하는 오프라인 매장은 유지가 어려워지고 있다.
과거 번화했던 상점가에 빈 점포가 늘면서 상권이 몰락하는 상황이 경제수도 상하이에도 나타나고 있다.
사회 불안이 확산되는 가운데, 중국 정부는 군사력 증강을 위한 군 개편안을 발표하고 있다. 중국 경제의 30%를 떠받치는 부동산 시장의 불황을 해소할 지원 대책 등 침체된 경제를 살릴 묘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번 양회에서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발표되지 않은 것도 경제의 어두운 전망을 반영하는 한 사례로 지목된다.
외국 기업이 다수 진출해 중국 내에서도 경제 상황이 좋은 편으로 평가되는 장쑤성 쿤산시의 주민 장(蒋)모씨는 NTD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 유행 이후 경기가 하락하면서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었다”며 “쿤산도 상황이 어렵다”고 밝혔다.
장씨는 “과거에는 단순 노동직 일자리를 얼마든지 찾을 수 있었지만, 요즘에는 아르바이트 자리 구하는 데에만 3~4일 이상 걸린다. 점포들이 줄지어 문을 닫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들 소비를 줄이고 있다. 유명 관광지도 관광객이 크게 줄었다”고 덧붙였다.
쿤산에 거주하는 한 젊은 남성은 “지금 공장에는 남자 직원을 뽑지 않고 임금이 저렴한 여직원만 구하고 있다. 일거리가 떨어지자 월세 낼 돈이 없어 공원에서 노숙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상하이 시민 웨이(魏)모씨는 NTD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요즘이 가장 경제가 힘들다고 느낀다”며 “경제 상황이 안정적이라는 정부 발표가 믿어지지 않는다”고 전했다.
펜데믹으로 인한 비대면 시기를 거치면서, 중국에서는 배달 알바로 생계를 꾸려가는 사람들이 늘었다. 고층 아파트 단지가 즐비한 인구 2600만 대도시 상하이는 한때 배달 알바가100만 명 이상으로 추산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는 대부분 점포가 묻을 닫아 어두컴컴한 상가와 배달 오토바이들이 줄지어 주차된 모습을 찍은 영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주문이 끊겨 길거리에 앉은 채 무작정 대기하는 배달원들이 어려운 신세를 하소연하는 장면도 많다. 한 배달원은 “3시간 동안 12위안(약 2300원)밖에 벌지 못했다. 이대로 가다간 굶어 죽는다. 폐지라도 주워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웨이 씨는 “광둥에 사는 지인은 19위안(약 3600원)이던 시급이 지금은 9위안(1700원)까지 떨어졌다고 한다. 가족 부양은커녕 자기 한 입도 풀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라며 “정권이 바뀌든지, 어쨌든 상황이 달라지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상하이, 베이징에 이어 중국 제3의 도시로 성장세를 자랑해 온 경제특구 선전시에도 심각한 실업 파동이 몰아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위터에는 선전의 길거리에 나앉은 이들을 촬영한 영상이 여러 편 공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