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마와 싸우며 장기 다수 교체” 中 전 고위층 추모글 논란

한동훈
2023년 01월 11일 오후 5:10 업데이트: 2023년 01월 11일 오후 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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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전 중국 문화부 부부장 병으로 사망
지인, 추모사 발표…병마와 싸운 고인 회고
네티즌 “장기 수탈 의혹, 스스로 시인한 셈”
평론가 “中 고위층, 코로나19 취약 이유 방증”

생전에 ‘온몸의 장기를 교체했다’는 중국 전직 고위관리의 죽음을 계기로 중국 공산당의 장기 수탈이 다시금 조명을 받고 있다.

장기이식을 받은 사람은 면역력이 떨어져 코로나19 감염에 더욱 취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 이어진 중국 정부와 공산당 고위 관리들의 사망은 장기 수탈과 관련성을 부인하기 어렵게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해 말 전 중국 문화부 상무 부부장(차관급)을 지낸 작가 가오잔샹(高占祥)이 베이징에서 병으로 숨졌다. 공산당 기관지 신화통신은 사망 한 달 뒤인 지난 2일에야 “가오잔샹이 베이징에서 87세로 숨졌다”는 짤막한 부고 기사를 냈다. 기사에 사망 원인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가오잔샹의 사망 소식은 그대로 조용히 묻힐 뻔했다. 하지만, 논란이 시작된 것은 그의 죽음을 추모하는 글이 뒤늦게 중국 네티즌을 통해 발굴되면서부터다.

이 추모사에는 “가오잔샹은 수년간 완강하게 병마와 싸우며 온몸의 장기를 다수 교체했다”며 “고인은 생전에 ‘내 몸의 많은 부속품이 내 것이 아니다’라고 농담하기도 했다”고 적혀 있었다.

또한 “전염병(코로나19) 발생 전까지만 해도 그는 정정하고 머리가 맑았으며 목소리가 우렁찼다”며 “환자 같지 않았는데, 이렇게 빨리 우리 곁을 떠날 줄은 몰랐다”고 덧붙였다.

이 추모사는 가오잔샹의 지인이자 중국 공산당의 위성정당인 ‘중국민주촉진회’ 부주석인 주융신(朱永新)이 쓴 것이다. 고인을 그리워하는 내용이지만, 신화통신 부고 기사에서는 없었던 가오잔샹의 죽음을 둘러싼 많은 정보를 제공했다.

그 하나가 바로 장기 수탈이다. 그동안 국제인권단체들은 중국 공산당 관리들이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장기를 교체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해왔다. 이번 추도사는 고인을 애도하려 했지만 오히려 이 같은 의혹이 사실임을 스스로 시인한 셈이 됐다는 반응이 나온다.

숨진 가오잔샹(왼쪽)과 그에 대한 추도문. 수년간 병마와 싸우면 몸의 장기를 다수 교체했다는 내용이 담겼다(빨간 네모 안). | 화면 캡처

국제 인권단체들은 중국에서 이식 수술에 사용되는 장기는 자발적 기증이 아니라 무고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상대로 한 강제적 약탈로 얻어진다고 지적해왔다. 이른바 ‘강제 장기 적출’이다.

중국 온라인에서도 잇따른 중국 고위 관리 사망을 놓고 최근 중국에서 급증한 실종사건이나 장기 수탈 연관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그 장기들의 출처가 어디냐, 결국 국민 아니냐, 그래서 요즘 실종자를 찾을 수 없는 건가?”, “실종자들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이제 알았다. 모두 공산당 간부 몸속으로 들어갔구나.”

“전직 문화부 부부장도 온몸의 장기를 갈아치우고 있으니, 그 위의 고위층은 도대체 얼마나 교체했을까”, “중국 공산당 고위관리들은 살아남으려 남의 목숨을 앗아간다.”

이번 추모사는 최근 중국에서 급증한 유명인사·고위층 사망에 관한 새로운 시사점을 던진다. 바로 장기이식에 따른 면역력 저하다.

중국의 정치·경제에 정통한 평론가인 친펑(秦鵬)은 “중국 공산당 관리들이 장수할 수 있는 것은 수명 연장 치료를 받고 있기 때문인데, 여기에는 장기 교체가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 몸의 면역체계는 이식 수술을 통해 몸에 붙여진 남의 장기를 외부에서 침입한 ‘이물질’로 인식해 공격한다. 이 때문에 장기이식 수술을 받은 이들은 평생 면역 억제제를 복용해야 한다. 따라서 바이러스 감염 등에 일반인보다 훨씬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친펑은 “장기를 교체한 공산당 관리들 역시 면역억제제를 복용한다. 알다시피 코로나19를 일으키는 중공 바이러스에는 백신이나 치료제가 효과가 없어 이에 대항하려면 면역력이 필수다. 그래서 중국 관리들은 중공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중국 이식병원 잠입 취재, 경악스러운 ‘뇌사기’

한국 TV조선의 ‘탐사보도 세븐’ 취재진이 지난 2017년 중국의 유명 장기이식 병원인 톈진의 한 병원을 직접 방문했다. 취재진은 환자의 의뢰인을 가장해 병원 측과 상담하면서 병원 곳곳을 카메라에 담았다.

당시 중국에서는 외국인 환자를 대상으로 한 이식수술은 불법임에도 병원은 환자들로 붐볐고, 병원 맞은편에는 한국인 환자의 숙박을 위한 고급호텔이 있었다.

취재진은 취재 결과를 종합해 이 병원 한 곳의 연간 한국인 환자를 1천 명으로 추산, 한국인이 자주 찾는 중국 내 이식수술병원 총 8곳에서 2000년 초반부터 이때까지 최소 2만 명이 중국 원정 이식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했다. 보도 시점에서 중국 내 장기 이식 가능 병원은 총 169곳이었다.

최근 정보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의 장기 이식 산업은 계속 확장되고 있고, 더 많은 취약계층이 강제 장기 적출의 피해자가 됐다. 최근 몇 년 동안 중국에서 많이 발생한 청소년 실종 사건 역시 중국 공산당이 주도하는 강제 장기 적출 범죄와 관련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은 연간 사형 집행 건수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국제 엠네스티 등 단체의 추산에 따르면 연간 5천 건 정도다. 중국 전체 이식수술 규모를 고려하면 사형수 장기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세븐’은 상당수 장기가 양심수, 파룬궁 수련자에게서 수탈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방송은 또한 전 충칭시 공안국장 왕리쥔(王立軍)이 재직 중 개발한 ‘뇌사기’에 대해서도 보도했다. 뇌사기는 인체의 머리 특정 부위에 작은 금속구로 강하게 타격, 두개골을 통해 전달된 충격에 의해 뇌간의 기능을 정지하는 기구다. 그 결과 사람은 순식간에 뇌사상태에 빠진다.

[좌] 2011년 12월 중국 당국에 특허 출원 신청을 위해 제출된 뇌사기 관련 서류. 충칭 경찰학교가 신청했다. ; [우] TV조선 탐사보도 ‘세븐’이 모형 제작한 ‘뇌사기'(오른쪽) | TV조선 ‘탐사보도 세븐’ 방송화면을 캡처해서 편집함.

중국 당국이 공개한 자료상에서 뇌사기는 시체를 대상으로 한 의학실험도구로 소개됐지만, 진실은 분명치 않다. 한국장기이식윤리협회(KAEOT)의 이승원 회장은 방송에 “누가 사람을 뇌사시키나”라며 이 기구가 의학실험이 아니라 장기 적출을 위한 살인 도구라고 지적했다.

잇따른 고등학생·대학생 실종 사건, 왜?

지난 수년간 중국에서는 대학생, 고등학생의 실종 사건이 끊이질 않아 사회문제로까지 대두돼 왔다.

이로 인해 중국 공산당이 장기 수탈(강제 장기적출) 대상을 그동안 주된 목표였던 파룬궁 수련자에서 건강한 10~20대로 확대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캐나다 공립대학에서 중의학을 가르치는 조나단 류 교수는 이달 6일 라디오방송 ‘SOH’와의 인터뷰에서 “장기 교체는 중국 공산당의 특권 중 하나”라며 “이는 장쩌민 전 주석이 시작한 것이다. 장쩌민의 장남 장몐헝은 암 때문에 장기를 5번 교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캐나다에 거주하는 중국 민주화 운동가인 성쉐(盛雪)는 “중국 공산당은 중국인을 사람이 아니라 일종의 자원으로 간주한다”며 “고위 간부의 장기이식을 위해 자국민에게서 장기를 수탈하는 것에 아무런 거리낌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 공산당은 국민의 장기를 자신에게 이식하는 것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들을 자기편으로 만들기 위해 장기 이식을 제공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장기이식을 산업으로 확대해, 금전적 이익을 취하는 한편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 확대에도 이용한다는 것이다.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최근 ‘런쾅(人礦·사람 광물)’이라는 단어가 갑자기 뜨거운 화제가 됐다. 한때 웨이보 인기검색어에 오르기도 했지만 곧 사라졌다.

성쉐는 “중국 당국은 재산은 물론 자기 몸의 장기, 목숨까지 모두 중국 공산당이라는 폭력적 약탈 집단의 것이라는 참혹한 진실이 중국인들에게 알려지는 것을 두려워한다”며 당국에 의해 검열됐을 것으로 관측했다.

이 단어가 요즘 다시 떠오른 것은 중국 각지에서 잇따른 학생들의 실종, 장기 수탈 등이 배경이 되고 있다.

성쉐는 “중국인들이 자신의 일생이 중국 공산당 관리나 특권 계급에 의해 물건 취급을 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중국 공산당을 타도하기 위해 일어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문제 전문가 탕징위안은 “이 단어는 1984년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기사에서 처음 등장했는데, 당시는 사람도 자원이라는 뜻이었다”며 그러나 지금은 중국에서 중국인으로 태어나면 중국 공산당의 광물이나 다름 없이 평생 수탈을 당하며 살아야 한다는 자조적 의미로 쓰인다고 지적했다.

탕징위안은 “중국 공산당은 멀쩡하게 살아있는 사람을 비(非)인간으로 취급하고, 일종의 희소 광물 자원처럼 수요에 따라 분배하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마르크스가 말한 공산주의 사회의 ‘수요에 따른 분배’의 궁극적 의미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