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중국 공산당의 전당대회
중국은 역사적으로 통일과 분열을 반복해왔다. 기원전 221년 전국시대를 끝낸 진(秦)나라가 최초의 통일왕조다.
그 이후 초나라와 한나라로 나뉘었던(초한쟁패) 천하는 다시 한나라로 통일됐다가 후한, 위·진·남북조를 거쳐 수나라, 당나라 등으로 이어졌다.
14세기 소설가 나관중이 쓴 ‘삼국지연의’에 등장하는 “무릇 천하대세는 반드시 나뉘면 합쳐지고, 합쳐지면 나뉜다”는 문구는 이러한 중국의 역사를 함축하는 표현으로 자주 인용된다.
중국 공산당은 1949년 집권 이후, 통일과 분열의 반복이라는 중국의 역사적 흐름 속에서 분열을 막고 통일을 유지하기 위해 강력한 중앙집권적 통치체제를 구축해왔다.
강력한 통치권력의 필요성은 중국 공산당의 일당 독재를 옹호하는 근거로 동원된다. 중국인은 종종 “그 많은 인구를 다스리려면 중국 공산당이 필요하다”고 말하는데, 이런 표현은 한국인들 사이에서도 들을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의 통치체제를 들여다보면 중화인민공화국이라는 국가의 정규적인 기관들은 모두 중국 공산당의 하부조직으로 기능함을 알 수 있다.
중화인민공화국은 엄연히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라는 명목상 최고권력기관인 입법부가 있지만, 전인대는 거수기 의회라는 비판을 받으며 오히려 비슷한 명칭을 가진 ‘전국대표대회’가 더 강력한 기능을 가진다.
전인대에서 ‘인민’이라는 단어 하나가 빠진 전국대표대회는 중국 공산당의 당 대회이며 최고 의사결정기구다.
중국에서는 줄여서 ‘전대’라고 불리지만 한국 언론에서는 최근 들어 이해하기 쉬운 ‘당 대회’ 혹은 ‘전당대회’라는 표현이 쓰인다.
전국대표대회는 5년에 한 번씩 개최되며 ‘당 중앙’으로 불리는 간부조직 소속 위원(중앙위원) 200여 명 선출, 당 규약 개정, 중요 정책과제 논의 등이 이뤄진다.
이 대회는 차기 지도부를 결정짓는 자리로도 알려져 있다.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는 지난 2012년 제18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총서기로 선출돼 올해까지 10년간 집권했다.
지난 19차 대회에서는 시진핑의 집권 2기가 확정됐다.
현재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영향력을 고려할 때, 정부기관인 국무원(행정부)과 국회인 전인대보다 중국 공산당이 상위에 군림한다는 것은 놀랍다.
중국은 실질적으로 ‘삼권분립’이 없기 때문에 입법, 사법, 행정이 모두 ‘당의 영도’에 따르거나 당의 의중을 우선으로 삼는다. 여기에 당내 계파간 갈등과 이합집산, 관료들의 승진, 보신 등 제각각 셈법이 얽힌다.
방대한 영토와 인구를 통치하기 위해 거대한 통치조직과 강압적 권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그 조직 내부의 복잡한 권력게임으로 인해 스스로 정당성을 잃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다만, 중국 사법이 눈에 띄게 기능할 때도 있다. 예를 들어 중앙정치국 위원 등 거물급 정치인을 부패 혐의로 체포해 낙마시키는 경우다.
이는 중국에 사회 정의가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주려는 성격이 강하다.
다음 달 16일 개막이 확정된 올해 전국대표대회는 집권 2기 10년 임기를 마친 시진핑이 연임할 것인지 주목된다.
중국 안팎에서 비판 여론이 고조되고 있는 제로 코로나 정책도 연임을 목표로 하는 시진핑의 업적 쌓기 사업으로 분석된다.
시진핑은 이번 대회에서 ‘코로나19와의 전투에서 승리하고 2020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성공시켰다’는 등 자신의 업적을 나열할 전망이다.
차기 총서기를 가리는 투표는 대회 마지막 날 치러지며 다음 달 24일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