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외교부 대변인 “대만에 중식당 많은 것은 중국의 일부분…” 발언 논란

대만 네티즌 조롱에 이어 미국 국무부 전직 대변인도 가세

최창근
2022년 08월 08일 오후 5:34 업데이트: 2022년 08월 09일 오전 12:20
TextSize
Print

‘중국 정부의 입’이 다시 한번 설화(舌禍)에 휘말렸다. 주인공은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신문·의전·통역 업무 담당 부장조리(部長助理·차관보, 수석대변인)이다.

논란은 화춘잉 대변인이 8월 7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올린 글에서 촉발됐다.

화춘잉은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게시한  영문 글에서 “바이두(중국 최대 포털사이트) 지도에 의하면 대만 타이베이(臺北)에는 38개의 산둥식 만둣집(山東餃子館)이 있고, 67개의 싼시면집(山西麵館)이 있다. 맛은 사람을 속일 수 없다. 대만은 줄곧 중국의 일부분이었고 오랫동안 길 잃은 아이들은 마침내 집으로 돌아올 것이다.”라고 했다. 그 근거로 타이베이 시내 지도 곳곳에 표시된 산둥·산시 등 중국식 식당 이미지를 올렸다. 타이베이 시내 ‘중식당’ 수를 근거로 대만도 중국의 일부분이라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강조한 것이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 트위터 계정 게시글. | 트위터 캡처.

이 글을 본 대만 네티즌 들은 각종 통계 수치를 들어 반박했다. “말도 안 된다.” “웃긴다.”는 내용이 주된 내용이었다.

한 네티즌은 “중국에 3000여 개의 맥도날드 존재하고, 8000개가 넘는 KFC도 있다. 맛은 사람을 속일 수 없다고 하는데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중국도 미국의 일부분인가?”라고 반박했다. 다른 네티즌은 “타이베이의 일본 라면집은 중국 산둥 만둣집보다 훨씬 많다. 대만은 일본의 일부분인가?”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8월 8일, 왕딩위(王定宇) 민진당 입법위원(국회의원)도 “화춘잉의 논리를 따져 보자.”며 반문했다. “화춘잉의 말대로 맛이 사람을 속이지 않는다면 통계를 한번 보길 바란다. 중국에 맥도날드, KFC 등 미국 음식점을 비롯하여 일본 음식점, 한국 음식점, 인도 음식점, 태국 음식점이 얼마나 있는지 세어 보라. 화춘잉의 논리대로라면 중국은 항상 미국, 일본, 한국, 일본, 태국의 일부였는가?” 왕딩위는 이어 “세계 각국에 중국 요리점, 중국식 만두집이 있고 동남아시아 다수 국가는 도교 신앙을 믿는데 이러한 국가들도 중국의 일부란 말인가? 정말 바보 같은 논리이다. 웃기는 중국 대변인이다.”라고 일침을 놨다.

같은 민진당 소속 입법위원 쑤쯔펀(蘇治芬)도 “대만에서 산둥식 만둣집을 찾는 것은 중국과 무관하다. 오히려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호세에서 화춘잉의 집을 찾아야 한다. 주택 계약서는 사람을 속이지 않는다.”고 했다. 이는 직업상 ‘반미(反美)’를 부르짖는 화춘잉이 자신의 딸을 미국에 조기 유학을 시키고 딸 거주 명목으로 집 값이 비싸기로 유명한 캘리포니아주에 호화 저택을 구입한 것을 꼬집은 것이다.

저명 의사이자 소셜 인플루언서인 두청저(杜承哲)는 “타이베이에서 영업 중인 일식집이 1300곳이 넘는다고 들었다. 결론적으로 타이베이시는 중국을 모욕했다.”고 했다.

화춘잉이 촉발한 논쟁에 전직 미국 고위 관리도 가세했다. 코로나 19 발원지 문제로 화춘잉과 자주 설전을 벌였던 모건 오타거스(Morgan Ortagus) 전 국무부 대변인은 화춘잉의 트위터 게시글을 인용하며 “중국에는 8500개가 넘는 KFC(켄터키 프라이드 치킨) 매장이 있다. 맛은 속일 수 없다. 중국은 늘 켄터키(Kentucky)주의 일부였다. 오랫동안 길 잃은 아이들은 집으로 돌아올 것이다. ”라고 조롱했다.

오타거스 전 대변인의 글에 시사평론가 왕하오(汪浩)도 동조했다. 그는 “베이징에만 90개의 KFC 매장이 있다. 베이징은 켄터키주의 일부분이었다. 화춘잉은 어서 빨리 미국으로 가서 ‘미국 할아버지(할랜드 샌더스 지칭)’을 찾아보라.”고 했다.

결과적으로 대만 내 중식당 수를 근거로 “대만은 중국의 일부분이다.”는 논리를 펼치려 했던 화춘잉의 트위터 글은 조롱거리로 전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