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등 저명 인사들과의 관계를 과시하며 외국인 투자자 등으로부터 총 2700만 달러(약 354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중국계 미국인 2명이 기소됐다.
미 법무부는 지난 18일(현지시각) 뉴욕에 거주하는 중국계 미국인 마이크 왕(중국명 왕롄보, 45)과 쉐리 리(중국명 李雪莉·리쉐리, 50)를 사기 공모죄, 금융사기, 자금세탁 공모죄, ‘선거자금법’ 집행 방해 공모죄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이들은 2013년 5월부터 약 10년 가까이 뉴욕주에 ‘차이나 시티’라는 중국 테마파크를 조성하는 계획, ‘톰슨 교육센터(Thompson Education Center)’를 건설하는 계획 등 가짜 프로젝트를 미끼로 투자를 권유하며 사기범죄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유명 정치인들에게 정치 기부금을 내고 함께 찍은 사진을 이용해 친분을 과시하는 수법으로 150여 명의 외국인 투자자를 끌어들였다.
피해자는 대부분 중국인이나 싱가포르의 중국계 투자자들이었다. 피해자들은 특히 50만 달러(약 6억5천만원)를 투자하면 미국 이민국으로부터 EB-5 비자를 받아 미국 영주권을 획득할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넘어갔다.
미국의 투자이민 프로그램인 EB-5는 외국인이 인구 2만 명 이하의 시골 지역이나 실업률이 높은 지역에 50만 달러 이상을 투자해 일자리를 10개 만들 경우, 본인과 가족 구성원에게 영주권을 부여해준다.
하지만 마이크 왕과 쉐리 리는 투자받은 돈으로 일자리를 창출하지 않았고, 이 돈을 자신들이 설립한 여러 회사 계좌로 빼돌렸다. 또 고가의 옷과 장신구, 주택을 구매하거나 호화판 여행, 고급 레스토랑 이용 등 개인적 용도로 투자자들의 돈을 낭비했다.
두 사람은 설계업체와 기술자를 고용하고 건축도면과 시공계획을 보여주며 투자자들의 의심을 불식시켰다. 개발 예정지나 주변에서 실제로 소규모 공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기업공개(IPO)로 거액의 수익을 약속해 투자자들의 이탈을 막았다.
하지만 법무부에 따르면 피해자 가운데 지금까지 EB-5 비자나 임시 거주증이나 영주권을 받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마이크 왕과 쉐리 리가 약속했던 기업공개나 주식 상장도 이뤄지지 않았다.
두 사람은 몇몇 선거 위원회에도 기부금을 냈다. 트럼프의 선거캠프에 가장 많은 60만 달러(약 7억 8천만원)를 기부했다. 그러나 이 돈은 두 사람이 2017년 6월 열린 트럼프의 모금행사 ‘참가비’ 명목으로 다른 투자자 12명에게서 9만3천 달러씩 받아낸 자금의 일부였다.
투자자들은 실제로 모금행사에 참석해 트럼프 당시 대통령과 사진을 촬영할 수 있었으나, 자신이 낸 기부금이 두 사람의 명의로 전달됐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
미국 선거법에선 외국인이 후보에게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후보가 외국인에게 정치자금 기부를 요구하는 행위는 모두 금지된다.
마이크 왕과 쉐리 리는 2018년에도 중국인 투자자들에게 “22만 달러를 내면 미국 대통령과 연방의회 의원들과 만나게 해주겠다”고 말해 선거자금법 위반 공모죄를 추가로 저질렀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 측과, 마이크 왕의 변호사 제임스 로드, 쉐리 리의 변호사 히로자와 노라는 에포크타임스의 관련 문의에 보도시간 전까지 응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