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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법무부, AI칩 中밀반출 시도한 조직 적발…중국계 2명 기소

2025년 12월 10일 오전 10:47
엔비디아 로고. 2025.1.27 | 로이터/연합엔비디아 로고. 2025.1.27 | 로이터/연합

차명으로 H100·H200 대량 구매 후 가짜 상표 붙여 반출 시도

미국 법무부가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첨단 반도체를 중국으로 불법 반출하려 한 국제 밀수 조직을 적발하고 핵심 인물들을 기소·구금했다. 미국 수출 통제법을 우회해 최소 1억6천만 달러(약 23550억원) 규모의 첨단 칩을 중국으로 빼돌리려 한 혐의다.

8일(현지시간) 법무부에 따르면, 뉴욕 브루클린에 거주하는 중국 국적자 궁판웨(龔凡岳·43)와 캐나다 국적의 중국계 위안번린(袁本林·58)은 홍콩 물류회사 직원, 중국 AI 기업 관계자들과 공모해 미국의 수출 통제를 회피하고 엔비디아 AI 칩 H100과 H200을 중국에 밀수하려 한 혐의로 기소됐다. 궁판웨는 지난주, 위안번린은 11월 말 각각 체포돼 현재 구금 상태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타인의 이름을 빌려 H100·H200 칩을 대량으로 확보한 뒤, 미국 내 여러 창고로 옮겨 엔비디아 상표를 제거하고 ‘Sandkyan’이라는 가짜 상표를 부착했다. 조사 결과, 수출 목적지가 중국이라는 점을 속이기 위해 검사 인력을 조직하고 허위 서류를 준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에 자리 잡은 중국계 사업가도 공범으로 체포됐다. 텍사스 휴스턴에 위치한 수출회사 하오글로벌의 대표인 쉬하오(許浩)는 지난 10월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쉬하오가 중국으로부터 5천만 달러(약 734억7천만원)가 넘는 자금을 송금받아 밀수 자금을 조달했으며, 지난해 말부터 올해 5월까지 최소 1억6천만 달러 규모의 엔비디아 H100·H200 칩을 수출했거나 수출을 시도했다고 밝혔다.

수출 통제법 위반 혐의가 유죄로 인정될 경우, 주범인 위안번린은 최대 20년 징역과 최고 100만 달러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으며, 공범인 궁판웨와 쉬하오는 각각 최대 10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당국은 이번 사건을 국가안보를 위협한 사건으로 규정했다. 미 법무부 담당 검사는 “첨단 AI 기술을 미국의 이익에 반하는 세력에 유출해 국가 안보를 위협한 정교한 밀수 범죄”라고 말했으며, 로만 로자브스키 FBI 방첩 부문 부국장도 “적대국들이 미국의 AI 기술 돌파를 따라잡기 위해 조직적인 불법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며 민간 기업들의 각별한 경계를 당부했다.

H100·H200 칩은 엔비디아의 최신 칩 ‘블랙웰’보다는 이전 세대 제품이지만, 군사·안보 및 고급 AI 연산 분야에서 전략적 가치가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 정부는 2022년부터 이들 칩의 중국 수출을 전면 제한해 왔다.

다만 법무부 발표가 나온 당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엔비디아 H200 칩의 중국 판매를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블랙웰과 향후 출시될 ‘루빈’ 칩은 수출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으며 “H200을 수출하더라도 미국은 AI 칩 분야에서 기술 우위를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