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바이든 압박에도 러시아-미국 간 ‘중립외교’ 뚝심

스티브 하
2022년 04월 12일 오후 8:22 업데이트: 2022년 04월 12일 오후 9:37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화상 정상회담을 갖고 러시아산 에너지를 구매하는 것은 인도의 국익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장 인도가 어떤 조치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한 시간가량 이어진 화상 회담에서 “러시아산 에너지와 다른 물품 수입을 늘리거나 구매를 앞당기는 것은 인도의 이익에 맞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전달했다고 밝혔다.

사키 대변인은 또한 양국 정상이 신재생 에너지, 기술, 군사 분야에 대한 협력을 약속했으며, 경제 및 민간 교류를 확대해 양국 관계를 강화하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코로나19 팬데믹 종식, 글로벌 보건안보 및 식량안보 강화,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유지를 위해 양국 간 협력뿐만 아니라 다자협력을 확대하기로 했으며, 특히 민주주의 대국으로서 인도·태평양과 다른 모든 지역의 주권과 영토 온전성을 존중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은 미국과 서방이 중국의 남·동중국해 영유권 주장에 맞설 때 자주 사용하는 용어다. 사키 대변인 발언은 미국과 인도가 인도·태평양에서 공산주의 중국을 견제하자는 공동의 관심사를 재확인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사키 대변인은 이어 “양국 정상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초래한 불안정, 특히 글로벌 식량공급에 대해 논의했으며 올봄 도쿄에서 열릴 쿼드 정상회담에서 직접 만날 것을 기약했다”고 덧붙였다.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를 가하는 가운데, 러시아는 자국산 에너지 수출로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그중 하나가 인도에 대한 할인 제안이다.

인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최소한 1300만 배럴의 러시아산 원유를 구매하며 ‘큰손’으로 떠올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인도가 작년 한 해에 구매한 러시아산 원유는 총 1600만 배럴이다. 올해 인도는 2분기가 지나기도 전에 작년 구매량의 80% 이상을 구매한 셈이다.

미국 정부 관계자는 “미국이 인도에 러시아산 에너지 구매가 국익에 안 맞는다고는 했지만, 그렇다고 인도에 즉각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한 것은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다만, 미국은 인도가 에너지 수입처를 다변화할 경우, 이를 도울 준비가 됐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전했다.

인도는 러시아와 서방 사이에서 균형 외교를 시도하고 있다. 모디 총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하지는 않았지만 부차 민간인 학살 소식에 대해서는 “매우 우려스럽다”며 즉각적인 제3자 조사를 촉구했다.

또한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직접 휴전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요청하는 한편, 다른 쿼드 회원국인 미국·일본·호주의 러시아 제재 움직임에는 동의하지 않는 등 중립을 강조해왔다.

한편, 미국은 정상회담 직후 인도와 양국 국방·국무(외무)장관이 참석하는 2+2 고위급 회담도 진행하며 인도의 러시아 제재 동참을 설득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