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0일, 출범을 앞둔 윤석열 정부 첫 국무총리 인선 작업이 시작됐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김은혜 대변인(국민의힘 국회의원)은 4월 초 차기 정부 첫 총리 지명자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언론에서는 발표 일자를 4월 3일로 특정하기도 했다.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 청문 프로세스에 따르면 △인사청문요청안 국회 송부 △인사청문특위 구성 △이틀간의 인사청문회와 청문보고서 채택 △본회의 표결 등 대략 30~35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이에 따르면 4월 첫째 주에는 후보자를 지명해야 차기 정부가 정상 출범할 수 있다. 헌법상 국무위원 임명 제청권을 국무총리가 갖는 만큼 국무총리 지명·인준 결과는 다른 국무위원 임명에도 영향을 끼친다.
1998년 이른바 DJP(김대중·김종필)연합 정부 초대 국무총리로 지명된 김종필 자유민주연합 총재의 경우 당시 제1야당 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이 임명 동의를 거부하여 167일 동안 국무총리 ‘서리(署理)’로 일해야 했다. 국회 인준을 받지 못한 체 실질적인 국무총리로 일하는 서리 제도는 위헌 논란을 일으켰다. 야당의 인준 거부 속에서 김대중 정부는 김영삼 정부 마지막 국무총리 고건의 임명 제청 절차를 밟아 국무위원을 임명하는 파행을 겪어야만 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 소장을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을 거쳐 초대 국무총리로 지명했지만 후보자 아들 병역 문제, 부동산 투기 의혹 등으로 지명 5일 만에 사퇴하는 불상사가 벌어졌다.
차기 내각 구성의 시금석이자 차기 정부 국정 운영을 책임질 국무총리 후보자로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우선 거론된다. 지난 대선 직전 후보 사퇴로 ‘단일화’를 이룬 안철수 대표는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으로 합류하여 정권 인수 작업을 진두 지휘하고 있다. 안철수 대표의 측근은 “인수위원장으로서 윤석열 정부 5년 국정 로드맵을 설계한 책임자가 초대 내각 사령탑을 맡는 것이 윤석열 정부 성공을 위해 효과적이라는 판단”이라며 총리 수락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안철수 대표가 국무총리에 지명될 경우 넘어야 할 첫 번째 관문은 안랩 보유 주식 처리 문제이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보유 주식을 전량 매도 혹은 수탁기관에 백지신탁하거나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에 직무 관련성 심사청구를 해야 한다. 수탁기관은 전량 매도할 수도 있다. 두 번째 관문은 국회 인사청문회와 인준 표결이다. 172석을 보유한 거대 야당 더불어민주당에서 인준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국무총리로 임명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박주선 취임식준비위원장도 화합 차원에서 거론된다. 호남 출신 4선 국회의원으로 국회부의장을 지낸 박주선 위원장은 ‘DJ맨’으로 분류된다. 제16회 사법시험 합격후 검사로 임관하여 서울지방검찰청 특수부장,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수사기획관 등을 거친 ‘특수통’ 검사이다. 김대중 정부에서는 대통령 비서실 법무비서관을 역임했다. 72세로 고령이라는 점, 윤석열 당선자와 같은 특수부 검사 출신이라는 점이 감점 요인이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 정책실장 출신 김병준 인수위원회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장도 역시 옛 민주당계 인사로 꼽힌다. 정책 전문가라는 점, 윤석열 당선인의 신임이 두텁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히지만 더불어민주당에서 ‘배신자’로 낙인 찍혀 국회 인사청문회 통과 여부가 미지수이다. 2006년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으로 임명 되었지만 논문 표절·중복 게재 논란으로 14일 만에 사퇴한 이력도 부담이다. 박근혜 정부 말기 국무총리로 지명됐다 자진 사퇴한 적도 있다.
인수위원회 외부 인사로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하마평에 올랐다. 전북 태생 통상 관료 출신으로 역대 정부에서 중용됐다. 김영삼 정부에서는 특허청장, 통산산업부 차관을 지냈다. 김대중 정부 출범 후 초대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대통령 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이 됐다. 노무현 정부에서도 국무조정실장(장관급),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거쳐 마지막 국무총리를 역임했다. 이후 이명박 정부에서는 주미국 대사로 일했다. 실력파 관료로서 정권 교체 여부와 관련 없이 중용된 것은 장점으로 꼽히지만 ‘연령(72세)’이 최대 약점으로 꼽힌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지낸 박용만 전 두산그룹 회장도 거론된다. 재벌가 출신이지만 ‘전문경영인’으로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점, 실물경제에 밝다는 점, 문재인 정부에서도 국무총리 후보로 꼽히는 등 친민주당 성향으로 분류되는 인사여서 더불어민주당의 인준 협조를 이끌어내기 유리하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반면 재벌가 출신이라는 꼬리표는 정경유착에 대해 반감을 지닌 한국에서 양날의 칼이다.
인사청문회와 인준 과정에서 거대 야당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현실 속에서 자연 현역 국회의원들도 물망에 오른다. 이른바 ‘현역 불패’ 관행 속에서 현직 국회의원이 인준받지 못한 사례는 없기 때문이다. 이 속에서 권영세,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의 총리 지명에 무게가 실리기도 한다.
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은 권영세 의원은 4선 중진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 주중대사를 역임하기도 했다. 윤석열 당선인의 서울대 법대 2년 선배로 사법시험 합격 후 검사로 임관했다. 윤석열 당선인과는 사적으로 친밀한 사이로 알려졌다. 현역 중진 의원이라 인준 과정에서는 무난할 것으로 점쳐지지만 ‘검사 출신 대통령 + 검사 출신 국무총리’ 조합이 부담스럽다.
국민의힘 원내대표직을 사임한 김기현 의원도 법조인 출신 4선 의원이다. 대구지방법원, 울산지방법원 판사 재직 후 2004년 제17대 총선에서 당선되어 정계 진출했다. 2014년 제6회 지방선거에서는 울산광역시 시장으로 당선되어 광역단체장으로서 행정 경험도 쌓았다. 국회에서의 경륜과 대여 전략, 리더십, 합리적 판단력과 뛰어난 정세 분석력 등을 고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지만 당선인과 같은 대학 출신 법조인이라는 점이 취약점으로 꼽힌다.
자천타천으로 다양한 후보군이 물망에 오른 와중에 주진우 전 부장검사가 이끄는 ‘검증팀’이 국무총리 후보자 정밀 검증 작업에 들어갔다. 검증팀은 총리 후보자를 5배수로 압축하여 당선인에게 보고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