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질서정연…사재기도 없었다” 키예프 새댁의 찬사

김정희
2022년 03월 06일 오후 4:53 업데이트: 2022년 03월 06일 오후 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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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인과 결혼한 중국계 여성, 소셜채널 제보
“키예프, 식료품·생필품 문제 없고 물·전기도 공급
“선량하고 강인한 민족, 세계가 우크라이나 다시 볼 것”

우크라이나에 살게 된 지 두 달 만에 전쟁을 겪게 됐다는 한 외국인 여성이 전한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의 일상이 잔잔한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자신을 ‘미야’라고 소개한 이 여성은 중국계로, 올해 1월 우크라이나인 남편과 키예프에 살림집을 마련했다.

그녀는 유투브 채널을 통해 “오늘은 2022년 3월 4일, 전쟁은 9일째 접어들었다. 어제까지 가끔 폭격 소리가 들렸지만, 주변에 파괴된 건물은 없었다. 하지만 오늘 엄청난 폭파음이 들렸다. 가까운 곳에 폭발이 있었던 것 같다”며 근황을 전했다.

미야에 따르면 마트에서는 여전히 식료품을 구매할 수 있고 물가도 오르지 않았다. 전쟁 공포에 빠져 앞다퉈 생필품을 사들이는 일도 없었다.

그녀는 “마트 영업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이고 한 번에 10명만 들어갈 수 있다. 사람들은 마트 앞에서 질서 있게 줄을 서 기다리며, 안에 들어가 물품을 구매할 때 서로 빼앗거나 사재기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식빵을 아주 좋아한다. 식빵을 충분히 공급하기 위해서인지 어제 식빵을 가득 실은 운반 차량이 우리 아파트 단지에 나타나 식빵을 직접 판매했다”고 설명했다. 인터넷 연결도 원활하고 물과 전기도 공급되며, 외출 제한은 있지만 일상은 잘 돌아가고 있다고 했다.

똘똘 뭉친 우크라이나인들 VS 거짓말에 속아 끌려온 러시아 군인들

미야는 “오늘 러시아군이 원전을 공격했다는 보도가 났다. 어린이집, 구호차, 아동병원도 폭격을 받았다. 지금까지 이미 학교 140곳 넘게 폭격을 당했다”며 질서 정연한 시민들의 모습과 달리 무차별적인 공격으로 인한 혼란상을 전했다.

그녀는 “군인이 아닌 민간인이 폭사당해 시체조차 남지 않은 참혹한 모습을 봤다”며 “우크라이나는 대통령을 포함해 국민 누구도 항복하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국계인 미아는 중국 관영언론의 ‘가짜 뉴스’도 지적했다. 그녀는 “중국 공산당 관영 언론은 우크라이나군이 이미 항복했다는 거짓 보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항복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정보 제보도 기민하다. 미야는 “러시아 군인들이 낙하산으로 내리는 것을 목격하면 즉각 군에 알린다. 처음에는 영상과 사진으로 제보를 했는데, 제보자 위치나 신분이 노출될 위험이 있다고 군인들이 알려줘 사람들은 말로 위치를 알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군인과 시민들이 한마음으로 똘똘 뭉쳐 협력한 덕분에 키예프에 낙하한 (러시아) 특수부대를 전멸시킬 수 있었다”며 “여성들도 자발적으로 전투 지역에서 적군과 맞서 싸우고 있다. 나도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무기를 들고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외신에는 ‘훈련’이라는 말을 듣고 참전한 러시아 군인들의 사연이 보도되지만, 중국 언론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뉴스다. 미야는 “중국인들은 잘 모르고 있지만, 적잖은 러시아의 어린 군인들이 ‘훈련’이라는 거짓말에 속아 참전했다. 신념도 없고 명분도 없는 전쟁에 참여한 러시아 군인들이 사기가 많이 떨어져 있다고 한다”며 중국인들에게 진실을 알렸다.

그녀는 “투항한 군인, 연료가 떨어지자 버리고 떠난 장갑차나 탱크, 포로로 잡힌 후 가족과 전화 통화하면서 ‘거짓말에 속아 끌려왔다’고 하소연한 젊은 러시아 군인, 전쟁 반대 시위를 벌이는 러시아인들이 있다”며 “중국인들도 마찬가지로 언론에 속고 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반중 감정, 왜 일어났는지 반성해야

미야는 우크라이나에서 반중 감정이 치솟아 중국인들이 위험하다는 중국 언론 보도와 관련해 “자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녀는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중국인을 위협한다는 보도가 있지만, 현지에서 차별을 당하거나 위협받아 본 적은 없다. 내 개인적인 경험일 수 있지만, 왜 누군가는 위협을 받고 다른 이는 그렇지 않은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중국인들이 먼저 우크라이나를 비난하거나 깔봐서 자초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

그녀는 “중국인을 대우하지 않는 건 오히려 중국 대사관”이라며 “중국인 유학생인 한 친구가 키예프를 떠나기 위해 중국 대사관에 150번 넘게 전화를 걸었지만 결국 통화에 실패했다. 결국 현지 교민 단체를 통해 겨우 폴란드로 탈출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폴란드에서 중국으로 귀국하려면 대사관이 귀국 항공편 구매 자격을 승인해줘야 한다고 한다. 이 친구는 대사관의 승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지만, 지금껏 연락을 받지 못했다”며 “중국 언론들이 이런 소식을 제대로 보도하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미야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세계는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다시 보게 될 것 같다. 이렇게 선량하면서 강인한 국가와 민족을 이전에는 생각조차 못 해봤다”며 자신과 가족들을 걱정해준 유투브 채널 이용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