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우크라이나에서 확산되는 反中 정서

허영섭/ 언론인
2022년 03월 06일 오후 6:01 업데이트: 2022년 03월 06일 오후 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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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의 침공으로 전란에 처한 우크라이나에서 중국에 대한 반감이 확산되고 있다중국 정부가 러시아를 노골적으로 두둔하는 데다 일반 누리꾼들 중에서도 러시아의 침공을 옹호하는 의견 표명이 적지 않다는 이유에서다현지인들이 중국 교민을 대하는 태도가 차갑게 변했다는 사실에서도 이러한 분위기를 짐작하게 된다중국 유학생 숙소가 현지 자경대원들의 공격을 받은 것이 단적인 사례다중국인 신분이 드러날 경우 자칫 봉변을 당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일본인이라고 둘러대고 위기를 모면했다는 어느 유학생의 실토가 SNS를 타고 전해지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주재 중국 대사관이 교민들에게 “중국인이라는 사실을 가급적 감추도록 하라며 권고령을 내린 데서도 사태의 심각성을 엿볼 수 있다중국 국기인 오성홍기(五星紅旗)를 내걸지 말도록 내린 지시도 마찬가지다지난달 24일 전쟁이 시작되면서 국기를 부착하도록 권유했다가 불과 며칠 만에 번복한 지시였다오성홍기를 내걸면 러시아군의 공격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가 우크라이나 국민들 사이에 팽배한 반중(反中정서로 인해 오히려 돌발적인 위해 요인이 될 것을 우려해 내린 조치로 보인다.

  이 같은 현상은 시진핑(習近平국가주석이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 직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맞아 정상회담을 갖고 러시아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며 연대감을 과시했을 때부터 예고됐던 셈이다지구촌 평화를 기약하는 올림픽 개최국으로서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러시아의 패권주의를 거들었다는 점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다중국이 위구르 자치구 인권문제와 홍콩 민주화운동 억압으로 국제사회의 비난에 직면했고 대만 문제까지 얽혀 있는 상황에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에 대항하려는 나름대로의 선택이었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민간인 거주 시설에 대해서도 무차별 공격을 하는 단계에서 유엔 긴급특별총회가 열렸으나 중국의 태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러시아의 침공을 규탄하는 대열에서 벗어나 기권표를 던졌다북한과 벨라루스시리아에리트레아가 반대표를 던졌고 인도파키스탄이란이라크 등이 역시 기권했으나 초강대국 반열에 올라선 중국으로서는 스스로 책임을 회피한 처사였다러시아와 함께 신()냉전 구도에 가담하고 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결국 우크라이나에서 반중 정서가 확대되고 있는 것은 자업자득이라는 얘기다.

  중국 정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뒤늦게 수습에 나섰으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러시아에 쏠린 국제사회의 비난 분위기에 편승하는 듯하면서도 러시아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도록 수위를 조절하려는 기색이 역력하기 때문이다왕이(王毅외교부장이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과의 전화통화에서 “모든 국가의 주권과 영토의 완전성을 존중한다고 언급하면서도 러시아의 침공에 대해서는 비난하지 않았다그가 제시한 해결책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협상을 통해 위기를 해결할 것을 바란다는 원론적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다.

  중국 입장에서 더욱 난처해진 것은 이번 전쟁이 당초 예상과 달리 장기화하고 있다는 점이다전쟁이 길어질수록 국제 여론이 러시아 측에 불리해질 것이고푸틴 대통령이 받을 타격도 커지기 마련이다러시아를 편드는 중국에도 이로울 게 없음은 물론이다이미 서방국가들이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을 강화하면서 두텁게 결속하는 한편 러시아가 국제결제시스템(SWIFT)에서 배제되는 제재조치를 받음으로써 경제난이 가중되는 지경에 이르렀다심지어 국가부도 가능성까지 제기될 정도다더 나아가 푸틴 대통령에 대해 전범 관련성을 조사해야 한다는 논의도 이뤄지는 중이다.

  지금의 국면이 이어진다면 중국으로서는 그동안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우며 통일 의지를 과시했던 대만 문제에 대해서도 일단 한발 물러설 가능성이 커졌다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서방국가들이 혼란에 빠질 경우 중국이 대만을 전면 침공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나돌았지만 되레 러시아가 곤경에 처한 상황에서 중국도 섣불리 대만 침공 결단을 내리기 어렵게 된 것이다우크라이나에서 현지 교민들이 중국인 신분을 감추고 있으며 오성홍기도 내걸지 못하게 된 상황이 상징적으로 설명한다.

  비단 우크라이나에서만이 아니다푸틴 대통령을 비롯한 러시아의 전쟁 주도 지도부에 대해서만큼이나 중국에 대한 반감도 널리 퍼져가고 있음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이번 동계올림픽에서 나타난 각국의 외교적 보이콧 행렬도 그것을 말해준다중국이 미국에 버금가는 세계 최강대국으로서 그에 걸맞은 국제적인 책임과 의무를 내던져선 안 된다는 교훈을 일깨워주는 것이다.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