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도 애국 교육, 국가안보 교육 강화
졸업 필수 과목으로 설정… 각급 학교에는 오성홍기 의무 게양
홍콩에서 중국 공산당 선전 세뇌 교육이 강화되고 있다. 1989년 6·4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 이후 중국 청소년 대상으로 실시했던 이른바 ‘애국(愛國)교육’처럼, 자유롭고 비판적인 사고를 말살하고 공산당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과 애국을 주입하기 위함이다.
지난해 12월 1일, 홍콩특별행정구 교육국이 발표한 ‘가치관 교육 과정 기본 방향’에는 애국애항(愛國愛港·국가를 사랑하고 홍콩을 사랑한다) 항목이 추가됐다. “법규를 준수하고 위법 행위를 하지 않으며 사회 안정을 지킨다”는 부분도 들어갔다. 대신 ‘비판 사유’ ‘인권 존중’ 등의 표현은 삭제됐다. 이는 영국 교육 제도에 기반해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운영돼온 홍콩 교육을 중국식 교육으로 바꾸겠다는 베이징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홍콩 정부는 매년 4월 15일을 ‘국가안보 교육의 날’로 지정하여 학교와 공공기관에서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와 국가안보를 강조하는 각종 기념 행사를 치르기도 했다.
초·중·고등학교에서 시작된 애국 교육은 대학으로도 확산 중이다. 이러한 중국화(中國化)는 2020년 7월 홍콩 국가보안법 발효 후 가속화되고 있다.
홍콩중문대(香港中文大)는 2022년 새 학기부터 적용되는 교과과정에 1학점 필수 과목으로 ‘오늘날의 중국 인식(認識今日中國)’을 추가한다고 발표했다. 온라인 과목으로 운영되며 이수하지 않으면 졸업할 수 없다. 해당 과목에는 중국 현대화, 경제·기술 발전, 중국 문화사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아시아방송(Radio Free Asia)은 홍콩중문대가 학생들의 국가안보 의식 제고를 위한 교과과정도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과정에는 ‘홍콩 기본법(헌법 해당)’ ‘홍콩 국가보안법’ 교육이 포함된다. 방송은 학문의 자유가 보장된 대학 캠퍼스에서 기본법과 국가보안법 교육을 실시하는 이유는 학생들의 국가(중국)에 대한 소속감 강화를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콩 ‘독립매체(獨立媒體·inmediahk)’는 홍콩 내 대학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과정에 국가안보 관련 강의를 추가하고 학생들에게 국가안보와 미디어 리터러시 중요성을 설명하는 시간이 있었다는 점도 지적했다. 중국 정부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중국 공산당 체제에 비판적인 서구 언론의 보도를 비판적으로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홍콩중문대 측은 ‘독립매체 측의 관련 질의에 “학생들의 국가 안보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과정을 준비하고 있다”며 대학 평의회의 인준을 받아 다음 학년도에 개설할 예정이지만 세부 교과과정(커리큘럼)은 공개하지 않았다. 홍콩중문대는 홍콩 국가보안법 제10조에 따라 학교에서 홍콩 주민들의 국가 안보 의식과 준법 의식을 제고하기 위해 국가 안보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홍콩 소재 8개 공립대학 중 홍콩중문대 외 홍콩이공대, 링난(嶺南)대, 홍콩교육대, 침례(浸會)대 등 4개 대학이 홍콩국가보안법 강의와 세미나 참여를 졸업 필수요건에 포함했다.
침례대에서 실시된 홍콩국가보안법 강의의 경우, 강의실에 최소 1대의 CCTV가 설치됐고 신원을 알 수 없는 자가 현장에서 사진을 찍기도 했다. 강의 중에는 친중 성향 변호사가 2시간 동안 200쪽 분량의 자료를 인용해 홍콩국가보안법의 막강한 힘과 강력한 처벌에 관한 내용으로 강의를 진행했다. 이를 두고 영국 로이터는 수강생의 발언을 인용하여 “홍콩보안법 강의에서는 애국심과 중국인으로서 정체성을 강조하며 과거 외세가 중국을 정복한 것에 초점을 맞춰 중국과 홍콩 역사도 다룬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