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중도 유적지 가치·훼손 실상 알리는 세미나 개최

이윤정
2022년 01월 18일 오전 11:10 업데이트: 2022년 01월 18일 오전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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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수 의원 “중도 유적, 반드시 보존해야”
시민단체 “중도의 가치 알아야…세계 최대규모 선사 유적”

춘천 의암호 한가운데 자리한 섬 ‘중도’ 유적지 훼손 실상을 알리고 중도가 지닌 역사적 가치를 짚어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1월 17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이명수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하고 시민단체 춘천중도선사유적지보존본부가 주관한 ‘중도유적지의 가치와 비전’ 강연회가 개최됐다. 춘천 중도 유적지 보존을 위해 5년째 시민운동을 벌이고 있는 김종문 중도본부 상임대표가 중도 유적지 훼손의 실상과 중도 유적의 가치에 대해 발표했다.

중도유적지는 1977년부터 반달 돌칼, 돌도끼 등 석기시대 유물이 출토된 이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선사시대 유적지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1980년 국립중앙박물관을 비롯한 여러 기관의 지표조사, 발굴조사를 통해 선사시대 주거지, 고인돌, 적석총 등이 확인됐다. 1996년까지 총 5회에 걸친 대규모 발굴조사를 통해 섬 전체에 석기시대부터 철기시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유물·유적이 분포하고 있음이 드러나면서 중도는 ‘강원도 고고학의 산실’로 평가받고 있다.

2013년~2017년까지 중도유적지에서 실시된 고고학적 발굴조사에서 1266기의 선사시대 반지하 움집과 149기의 선사시대 무덤이 발굴됐다. 이는 한국 고고학 사상 최대의 마을유적으로 기록됐다.

중도 문제가 본격 부각된 것은 강원도가 추진하고 있는 레고랜드 건설 사업 때문이다. 중도에서 선사시대 유적과 유물이 다량 출토됐음에도 강원도는 이곳에 레고랜드, 고층 호텔 건설 등을 강행했다.

김종문 중도본부 상임 대표는 “강원도는 2011년 9월 중도 유적지에 영국 멀린사의 레고랜드 사업을 유치했다”며 설명을 이어갔다. “2011년 레고랜드 사업을 위한 시굴 조사, 2013~2017년 정밀 발굴조사가 있었다. 조사 결과 중도 유적지 일부만 발굴했음에도 1612기의 주거지와 165기의 무덤, 9000여 점의 유물이 발굴돼 세계 최대 규모의 선사시대 도시유적으로 밝혀졌다. 단일 유적으로는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대발견이었다.”

김 대표는 중도의 훼손 실상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레고랜드 생활형 숙박시설’은 이른바 중국인 럭셔리 관광호텔로 불린다. 2019년 1월, 춘천시는 해당 부지의 용적률 상향을 위해 원주지방환경청에 환경영향평가를 신청했다. 춘천시는 “세계 관광대국으로 올라선 중국의 럭셔리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전망이 좋은 중도에 고급호텔을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주지방환경청은 춘천시 상권 보호와 환경오염 예방의 이유로 용적률 상향을 거부했다. 그러나 강원도는 포기하지 않고 기존 용적률(5층)의 10배에 달하는 규모로 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LLKR)에 들어설 건물 56개 동의 공정률은 99% 이상이다. 또 놀이기구 19개 동 중 레고랜드 호텔 내부에 설치되는 1개 동을 제외하고 모든 놀이 시설의 설치가 마무리됐다. 올해 개장을 앞두고 있다.

중도본부는 춘천 호반(하중도) 관광지 조성사업과 관련, 중도에 대량의 폐콘크리트 잡석 등이 매립된 것을 발견해 2017년 10월 25일, 2020년 4월 6일 두 차례 문화재청에 신고했다. 이후 문화재청은 레고랜드 사업자들을 형사 고발했고 경찰은 기소 의견으로 검찰 송치(2021형제2971)했다. 하지만 춘천지방검찰청은 13개월 동안 기소하지 않고 있고 그사이 레고랜드 공사는 지속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종문 대표는 지난해 9월, 춘천지방법원에 사업 시행사인 (주)강원중도개발공사를 상대로 공사 중지 가처분 신청을 내기도 했다.

매장문화재법 제31조(도굴 등의 죄)는 이미 확인됐거나 발굴 중인 매장문화재 유존 지역의 현상을 변경한 자를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같은 법 제33조(미수범)에 따르면 매장문화재 유존 지역의 현상을 변경하려는 목적으로 예비하거나 음모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행사를 주최한 이명수 국민의힘 의원은 “유적지는 한 번 파괴되면 영원히 복구할 수 없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며 “중도 개발과 관련해 그동안 중도 유적지 훼손을 우려해 계속 비판의 목소리를 내왔지만 달라진 게 없다. 이번 기회에 중도 문제를 다시 정리해보고 지금이라도 새로운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명수 의원은 “지금 추진 중인 레고랜드 등 강원도가 추진하는 개발사업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개발사업은 다른 장소를 찾고 중도 유적은 보존하자는 것이다. 오랫동안 이렇게 설득하고 있는데 이건 뭐 계란으로 바위 치는 격이다.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국회에서 검토해보겠다고 해놓고는 아무런 후속 조치가 없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앞서 2015년 1월 7일 ‘춘천 중도 고조선유적지 학술회의’를 후원했다. 2020년 10월 국정감사에서는 “춘천 레고랜드 테마파크 사업에 대해 불공정 계약 논란 등 여러 의혹이 끊이지 않는다”며 감사원 감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당시 이 의원은 강원도가 800억 원의 사업비를 투자해 3%의 임대수익만을 확보하기로 한 레고랜드 총괄개발협약서(MDA) 체결, 어린이 놀이공원의 50년간 독점권 보장 등을 불공정 계약 사례로 언급했다.

에포크타임스는 강원도청에 관련 논평을 요청했으나 기사 발행 전까지 응답을 받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