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미국이 호주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강화하며 대중 압박 수위를 강화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발을 뺀 뒤 예고했던 대로 인도·태평양 지역안보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미국과 영국이 호주와 새 안보협력 체제 ‘오커스(AUKUS)’를 발족하고 호주에 핵잠수함 기술을 제공하기로 해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미국과 호주 주재 자국 대사를 소환할 정도로 격분한 프랑스의 반응도 화제가 됐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15일 영국, 호주와 새로운 전략적 동반자 관계 구축을 골자로 하는 오커스 출범을 발표했다. 오커스 3국은 군사·안보 협력과 정보 공유는 물론 인공지능(AI), 사이버 대응, 미사일 개발 등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첫 협력 분야로 미국과 영국은 호주의 핵추진 잠수함 8척 건조를 지원하기로 했다.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해외에 이전하는 것은 50년 만에 처음이다. 3국이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오커스는 공산주의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체제가 확실시되고 있다.
프랑스는 격분했다. 미국이 호주의 핵추진 잠수함 기술을 지원하기로 하면서, 프랑스가 호주와 체결했던 560억 유로(약 77조원) 규모의 디젤 잠수함 12척 공급 계약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프랑스 외무장관은 “배신당했다”는 표현까지 동원해 비판했다.
프랑스의 반발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바다. 중요한 점은 왜 미국과 영국은 프랑스의 반발을 예상하고도 호주에 핵추진 잠수함을 제공하기로 했냐는 것이다.
핵추진 잠수함은 원자력을 동력으로 하는 잠수함이다. 핵추진 잠수함을 보유했다고 핵무기를 보유한 것은 아니다. 호주 정부 역시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뿐 핵무기 개발은 하지 않는다고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그렇다면 왜 핵추진 잠수함일까.
핵추진 잠수함의 최대 장점은 조용하고 빠르게 움직이며 오랜 기간 잠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재래식 잠수함은 충전지(배터리)를 이용해 순항한다. 배터리가 떨어지면 수면 가까이 올라가 디젤 엔진을 가동해 충전해야 한다. 산소 소모량이 많아 하루 한 번은 공기를 흡입해야 하는데 이때 레이더에 포착될 수 있다. 디젤 엔진 소음도 탐지되기 쉽다.
반면, 핵추진 잠수함은 산소를 소모하지 않고 오히려 전기로 물을 분해해 산소를 생산할 수도 있어 수면에 접근할 필요가 없다. 이론적으로 핵연료가 다 떨어지기 전까지 잠수할 수 있으며, 소음이 적어 물속에서 소나(음파탐지)로 탐지하기 쉽지 않다.
핵추진 잠수함은 해군력의 강력함을 보여주는 지표로 꼽힌다. 현재 전 세계에서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인도 등 6개국만이 보유하고 있다. 이 중 탄도 미사일 발사가 가능한 SSBN급 보유대수만 따지만 1위는 미국으로 14척, 중국은 3위로 7척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과 영국은 호주를 도와 8척의 원자력 잠수함을 보유하게 해 호주 해군력을 비약적으로 업그레이드시키려고 한다.
중국 공산당의 격분은 당연한 일이었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오커스 발족을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는 행위라고 일제히 비난하고 나섰다. 관영 ‘환구시보’는 호주에 대해 “군사적으로 무모하게 행동하면 중국의 일벌백계 대상이 될 것”이라며 위협했다.
미국은 중국 공산당의 위협에 아랑곳하지 않고 하루 뒤, 호주 추가 병력 배치를 발표했다. 호주 주둔 미군 규모를 늘리고, 전투기와 장거리 순항미사일 토마호크 등 미사일까지 배치해 호주의 군사력을 대폭 증강하기로 했다.
미국이 대만 카드에 이어 꺼내든 호주 카드는 더욱 위협적인 카드로 평가된다. 호주가 핵추진 잠수함을 보유하면, 미국이 배치한 토마호크 등 미사일을 탑재해 남중국해로 진입시켜 언제든 중국 해군의 주요 군사시설을 타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화권 평론가들 사이에서는 “중국이 강력하게 비난하면 급소를 제대로 찌른 것”이라는 이야기가 정설로 통하고 있다. 호주를 노골적으로 위협한 중국 공산당의 대변인 매체 환구시보의 사설은 그만큼 미국의 이번 호주 카드가 무섭다는 증거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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