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펜실베이니아 주지사가 공화당이 지지하는 선거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민주당 소속 톰 울프 주지사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이 법안은 우편투표와 조기 투표를 제한하고 유권자 등록 시간을 단축한다고 지적하며 “투표를 가로막는 법안에 서명하지 않을 것을 분명히했다”고 밝혔다.
‘투표권 보호법’이라고 명명한 이 법안은 앞서 공화당이 장악한 주 상원에서 찬성 29표 대 반대 21표로 통과됐지만, 주지사의 거부권을 무효화할 수 있는 3분의 2 찬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무산됐다.
이 법안은 유권자의 신원 확인 요건을 강화하고 유권자 등록 마감일을 단축하며 이동식 투표함(drop box) 사용을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카운티 공무원이 우편투표에 대한 사전조사를 실시하도록 허용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울프 주지사는 이날 선거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에 이어 선거 감사 기관을 설립하기 위해 수백만 달러를 배정한 예산안에도 이 권한을 동원했다.
그는 서한을 통해 “올해 말 주의회가 초당적으로 통과할 수 있는 법안을 마련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주지사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선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 법안을 발의한 하원 주정부위원회 의장인 세스 그로브 의원(공화당)은 법 조항 대부분이 주민들의 지지를 받았다며 울프 주지사가 유권자들을 돕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로브 의원은 “울프 주지사가 법안을 시행하지 않은 것에 대해 실망했다고 말하는 건 절제된 표현”이라면서 “주지사가 선거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해 눈가리개를 씌우고 있었다고 해서 문제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보수적 정책옹호단체인 헤리티지 액션의 제시카 앤더슨 책임자는 “유권자 신분 확인은 선거를 보호하기 위한 상식적인 첫 번째 단계다. 펜실베이니아주 유권자 74%가 이를 지지한다”며 거부권을 행사한 주지사의 조치를 비판했다.
해당 법안은 공화당이 장악한 주들이 허술한 현행 선거법의 문제를 바로잡고 보안을 강화하기 위한 시도 중 하나로 여겨진다.
법안을 지지하는 공화당 측에선 선거의 투명성을 높이고 대중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법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소수집단의 투표권을 억압하려는 조치라며 비판하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다수의 미국인이 투표 전 사진이 부착된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는 조치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몬머스대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지지자 91%가 어떤 형태로든 유권자 신분 확인 절차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민주당과 무소속 각각 62%, 87%가 이같이 답해 과반이 넘는 비율이 강화된 신분 확인 요건에 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