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 척결을 내세운 시진핑 중국 주석의 정치적 반대세력 숙청이 새로운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시진핑 주석이 최근 장쩌민 전 주석을 배경으로 둔 중국군 방산 복합체 전현직 임원들을 새로운 숙청 목표로 삼았다고 전했다.
내년 열리는 중국 공산당 제20차 당대회를 앞두고 군부 권력을 공고히 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닛케이 아시아는 지난 11일 시진핑이 핵 분야 및 항모 관련자들을 포함해 방위산업체 전현직 임원들을 정조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내년 가을 중공의 20차 당대회를 앞두고 군 통제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다.
지난달 중공 중앙기율위원회는 인자쉬(尹家緒) 전 병기공업그룹 회장, 류허청(劉厚成) 핵공업그룹 부사장을 ‘심각한 기율 및 법률 위반 행위’ 혐의로 조사한다고 밝혔다. ‘기율 및 법률 위반’은 부패 척결에 주로 쓰이는 혐의다.
2012년 취임 이후 ‘호랑이’(고위 관료)와 ‘파리’(하급 관료)를 향한 시진핑의 숙청 작업은 2017년 제19차 당대회를 정점으로 점차 약해졌지만, 내년 20차 당대회 전에 이런 호랑이 잡기 주기가 돌아오리란 게 닛케이의 분석이다.
군사하청업체 관계자들의 연이은 낙마가 그 증거 사례로 지목된다.
인자쉬는 2013~2018년 중국병기공업그룹 회장을 맡았으며 퇴직한지 5년 가까이 됐다. 1999년 설립된 중국병기공업그룹은 50여 개 계열사와 산하 부서를 두고 있으며 중공 육∙해∙공군과 로켓군, 전략지원군, 무장경찰을 서비스 대상으로 한다.
주목해야 할 점은 인자쉬가 2002년부터 2010년까지 중국병기공업그룹 부사장 및 당조 부서기로 부임했다는 점이다. 병기공업그룹은 중국 군수품과 전략물자를 취급하는 기업이다. 미국 정부는 이 기업의 실소유주를 중국 인민해방군으로 보고 있다.
류허청이 몸담고 있는 핵공업그룹은 핵 무기, 핵전력, 원전, 핵연료, 핵 응용기술 등을 주로 하는 특대형 방산기업이다. 조사 대상자인 류허청은 오랫동안 구쥔(顧軍) 핵공업그룹 현 사장의 보좌관으로 활동했다.
이 2명의 ‘방산 거물’이 낙마하기 전인 지난 1월, 후원밍(胡問鳴) 중국선박중공업그룹 전 회장은 뇌물수수,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됐다. 후 회장은 중공이 처음으로 자체 개발한 산둥(山東)항모 제작을 총지휘한 인물로 ‘미신 활동’, ‘권력형 성매매’ 혐의로 기소됐다.
또한 후 회장의 전임자인 쑨보(孫波) 전 중공선박중공업그룹 사장은 랴오닝 항모의 기밀문서를 외국 정보기관에 유출한 혐의로 2018년 6월 조사를 받고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닛케이는 시진핑의 ‘반부패’가 이미 중국군 군수기업 고위 임원을 직접 겨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29일에는 쑹쉐(宋學) 전 해군 부참모장이 전국인민대표대회 대표에서 해임됐다. 그는 6년여 만에 처음으로 낙마한 해군 고위 장성으로, 항모 개발에도 관여했다.
닛케이는 인자쉬, 류허청, 후원밍 등 이번에 숙청된 관료들이 장쩌민파의 핵심층과 가깝다며 격렬한 권력 투쟁이 이뤄지고 있을 가능성을 점쳤다.
중국 최고지도자는 공산당 총서기, 공산당 군사위 주석, 국가 주석 등 3개 직위를 가진다. 공산당 총서기직이 가장 높지만, 실권은 군사위 주석이 쥔다. 국가 주석은 명예직에 가깝다.
장쩌민은 2002년 중공 총서기에서 물러난 뒤에도 군사위 주석을 2년 지내며, 후임 후진타오를 압박하고 측근들의 군 장악을 계속했다.
장쩌민과 같은 고향 출신인 후 회장도 그 중 하나였다. 후 회장은 장쩌민이 정부 수뇌를 맡았던 시기에 출세했다. 그의 낙마는 장쩌민 파에 대한 숙청의 한 신호로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