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인 내쫓고 중국인으로 채우는 ‘물갈이’ 정책
“주변국, 중국인 인구 유입에 주의해야 할 필요성”
2020년 홍콩에서 ‘홍콩 국가안전(보안)법’이 시행된 이후 이민 붐이 일면서 홍콩의 전문 인력 유출 문제가 심각해졌다. 홍콩 정부는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여러 계획을 내놓았고, 지금까지 전문 인력 11만 명이 홍콩에 유입됐다고 밝혔다.
이에 일각에서는 중국 당국이 오래전부터 ‘유항불유인(留港不留人·홍콩은 남기고 홍콩인은 남기지 않음)’ 방식으로 홍콩의 기존 제도를 파괴하려는 계획을 세웠고, 현재 이 계획이 실행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 당국이 홍콩인들은 떠나게 하고, 그 빈자리를 중국 본토인 등으로 채우고 있다는 것이다.
4월 30일, 존 리(李家超) 홍콩 행정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지난 3월 말 기준 약 11만 명의 인재가 다양한 인재 계획을 통해 홍콩에 왔다고 밝혔다. 이 중 ‘고급인재통행증계획’을 통해 승인된 인재가 6만 2천 명이라고 했다.
그는 또 “이 프로그램이 홍콩에 연간 약 340억 위안(약 6조4500억원)의 직접적인 경제적 기여를 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약 1.2%에 해당한다”고 했다.
리 장관에 따르면 ‘고급인재통행증계획’을 통해 유치된 인재는 홍콩에서 주로 관리직과 전문직에 종사하며, 이들의 월소득은 평균(중위수 소득)이 5만 위안(약 950만원)이고, 일부는 10만 위안(약 1900만원) 이상, 심지어 20만 위안(약 3800만원) 이상인 경우도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배우자를 동반하는데, 작년에만 2만1000명 이상이 배우자가 함께 홍콩에 왔다. 이들의 배우자는 보통 젊고, 일부는 고급기술직 등에 종사하고 있으며 월 평균 소득이 3만 위안(약 570만원) 정도이다.
인재 프로그램 지원자 95%가 중국 국적
‘고급인재통행증계획’은 홍콩 정부가 2022년 10월 “2년간 노동인구 14만 명이 줄었다”고 밝히고 나서 그해 12월 28일 개시한 해외 인재 유치 프로그램이다.
고급인재통행증계획은 2022년 말 시행한 지 7주 만에 1만여 명이 지원했고 7700여 명이 비자 승인을 받았다.
크리스 쑨 홍콩특별행정구 노동복지부 국장은 신청자의 3분의 2가 중국 본토인이고 나머지는 외국 출신이라고 밝혔다. 쑨 국장은 또 해외 신청자가 중국 국적자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고, 일부 언론은 소식통을 인용해 지원자의 95%가 중국 국적자라고 밝혔다.
홍콩특별행정구 정부 이민국 웹사이트는 “고급인재통행증계획은 세계 최고 대학 졸업생을 포함한 고학력자로서 전 세계에서 풍부한 실무 경험을 쌓은 고급 인재, 고소득자들이 홍콩에서 기회를 찾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홍콩 정부가 올해 1월에 발표한 ‘적격 대학 종합 명단’에 따르면, 전 세계 100대 대학 학부 졸업생은 모두 신청할 수 있다. 여기에는 중국 본토의 칭화대, 베이징대, 푸단대, 저장대, 상하이교통대, 중국과기대, 중산대, 난카이대, 화중과기대 등 9개 대학의 졸업생이 포함된다.
국가안전법 시행 후 홍콩 인재 ‘엑소더스’
2020년 7월 홍콩 국가안전법이 시행된 이후 홍콩에서는 수십만 명의 홍콩인이 해외로 이주하는 등 이민 붐이 일었다.
홍콩 학생들의 이탈도 매우 심각하다. 홍콩 교육국이 발표한 ‘학생수 통계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9월부터 2022년 9월까지 3년 동안 약 6만8천 명의 초중고교 학생이 홍콩을 떠났고, 이 중 2021년 9월부터 2022년 9월까지 한 해에만 2만7천 명이 홍콩을 떠났다.
이에 비해 송환법 반대 운동이 시작되기 전인 2018년 9월부터 2019년 9월까지 감소한 초중고생 수는 2429명에 불과했다. 홍콩의 초중고생 이탈률은 3년 만에 0.35%에서 3.99%로 10배 이상 급증했다.
학교 자퇴 러시는 유치원에까지 번져 2022년 9월까지 1년간 최소 6500명의 유치원생이 진학하지 않아 이탈률이 약 6.31%로 근년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 중 80%(5154명)가 유치원 저반(K2)에서 중퇴해 이탈률이 9.69%에 달한다고 밝혔다.
영국의 상황만 놓고 볼 때, 영국 정부는 2021년 1월 31일부터 ‘영국해외시민(BNO)’ 여권을 소지한 홍콩인들에게 이민 문호를 대폭 확대하는 조치를 시행했다. 이후 2023년 3분기까지 3년간 19만 명 이상의 홍콩인이 이를 통한 이민을 신청했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신청자 수가 올해 2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홍콩여론연구소가 2022년 3월 말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홍콩인이 이민을 떠나는 이유로 응답자의 35%가 ‘개인의 자유’라고 답했고, 58%가 ‘미래의 정치 환경에 확신이 없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홍콩은 남기되 홍콩인은 남기지 않는다”
재미 시사평론가 지다(季達)는 에포크타임스에 “홍콩의 반공 인사들은 대부분 중국 본토에서 다양한 경로를 통해 홍콩으로 건너온 사람들의 후손”이라며 “중국공산당은 이들이 떠나는 것을 개의치 않는다”고 했다. 중국 본토에 사람이 많으니 빈자리를 채우는 것은 일도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 중국공산당은 수년 전부터 홍콩의 엘리트를 본토인으로 대체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창(曾蔭權)이 홍콩 행정장관(2005~2012년)으로 재임하는 동안 친중공 성향의 건제파(建制派) 진영은 현지 홍콩인을 ‘중국 본토 엘리트’로 대체하는 ‘인구 물갈이(人口換血)’ 아이디어를 제시한 바 있다.
2020년 5월 23일, 친중공 성향의 홍콩 매체 ‘동방일보(東方日報)’가 ‘국가안전법은 단호하고 신속하게 홍콩은 남기되 폭도는 남기지 않는다’는 제목의 논평 기사를 통해 처음으로 “홍콩은 남기고 홍콩인은 남기지 않는다”는 중국 당국의 정책을 공개했다.
이 글은 “홍콩에 반대파를 지지하는 사람이 200만 명 있다고 치자. 만약 이들이 일국(一國)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노인을 부축하고 어린이를 데리고 이민을 가야 한다. 잘 가라. 홍콩에 남아 비바람을 일으키지 마라”라고 했다.
기사는 또 200만 명이 떠나면 “중앙은 이번 기회에 행정, 입법, 사법, 교육, 주택 등의 정책을 철저히 개혁하고 ‘홍콩은 남기고 홍콩인은 남기지 않는’ 정책을 시행할 수 있다”고 했다.
중국 평론가 리닝은 “주변국은 중국 공산당이 어떤 지역의 지배권을 갖게 되면, 인구 구조를 바꿔 중국화한다는 것을 홍콩 사례를 통해 심각한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 이 기사는 예팅 기자가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