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스마트 TV는 감시장비…집안의 모든 네트워크 장비 스캔”

강우찬
2021년 05월 03일 오후 4:00 업데이트: 2021년 05월 03일 오후 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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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중국 네티즌이 소셜미디어에 폭로한 바에 의하면, 그의 TV는 집 안에 있는 모든 인터넷 장비를 감시하고 있으며, 이웃의 정보까지 스캔한 뒤 자동으로 정보를 전송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판매하고 있는 TV 중 대부분에는 카메라와 마이크가 내장되어 대중들을 감시하고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중국 네티즌은 소셜미디어에서 “집에 있는 TV는 안드로이드 시스템인데, 최근 TV에 문제가 생겨 점검해보니 ‘거우정 데이터 서비스(勾正數據服務)’라는 프로세스가 돌아가는 걸 발견했다. 이는 10분마다 집 안의 모든 인터넷에 접속한 장비를 스캔했고 주변 정보를 탐지하여 탐지한 정보를 gz-data.com으로 전송했다”라고 썼다.

이 스마트 TV가 설치된 집에 다른 스마트 기기가 있는지, 집에 휴대전화가 있는지, 누가 집에 와서 인터넷을 접속했는지, 이웃집의 와이파이(wifi)명이 무엇인지 등의 정보를 수시로 수집하고 이를 외부로 전송해 자신의 모든 사생활이 노출됐다는 것이다.

해당 게시물에는 다른 네티즌들이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며 댓글을 달았다.

한 네티즌은 자기 집 TV는 샤오미 라우터를 사용하는데 3초마다 한 번씩 도메인 네임을 요청하는 걸 발견했다고 썼다.

미국 스트리밍 플랫폼 아이하트미디어(iHeartMedia)의 컴퓨터 엔지니어인 중국계 장(張)모씨는 “중국 스마트 TV가 정보를 수집하는 이유는 모든 네트워크 연결 장비를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라고 밝혔다.

장 씨는 “엔지니어들이 보통 프로그램을 쓸 때, 클라이언트 서버와 서버 사이의 데이터 소통을 유지한다. 즉, 클라이언트의 장비와 원격 서버는 연결을 유지할 수 있다. 연결을 유지하면, 서버는 클라이언트의 장비를 원격으로 조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 씨는 또한 “이렇게 몇 초 간격으로 데이터가 오고가는 것은 프로그램을 원격으로 업데이트해서 삽입하고 싶은 프로그램을 심기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국에서 생산된 안드로이드 기기를 사용하면 모두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와이파이에 연결만 되면 해당 와이파이에 연결된 모든 장비를 스캔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안드로이드 시스템을 탑재한 스마트TV의 정보 수집 상황을 폭로한 네티즌이 언급한 ‘거우정 데이터 서비스’는 중국의 빅데이터업체 거우정데이터(勾正数据)를 가르킨다.

거우정 데이터는 중국 최초의 스마트 플랫폼 분야의 빅데이터 회사이며, 2018년 말까지 중국 전체 스마트 TV 단말기의 약 55%인 1억300만 개의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19년 4월까지 창웨이(創維), 쿠카이(酷開), TCL 등 중국 안드로이드 TV 업체들과 협력 관계를 맺고 이들 회사 제품에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SDK)’를 설치해 스마트 TV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올해 4월 이 회사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이 회사가 단독으로 빅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도시는 중국 내 121개에 이른다.

소셜미디어에서 논란이 일자 거우정 데이터는 26일 언론을 통해 스마트TV를 통한 데이터 수집은 순수하게 정확한 광고 집행을 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우리만 하는 일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아이하트미디어 엔지니어 장 씨는 “만약 회사 발표대로 단지 시장조사와 서비스 최적화를 위한 목적이라면 문제될 게 없다”면서 “하지만 다들 알다시피, 중국에서는 공산당이 회사에 데이터를 요구할 경우 거절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네트워크 통제를 연구하는 이들은 “공산당 당국이 스마트TV 업체와 빅데이터 업체를 통해 주민들을 감시한다고 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한 인사는 “중국이 판매하는 TV에는 대부분 카메라와 마이크가 탑재돼 있다. 겉으로 봐서는 티가 잘 나지 않게 설치돼 있어 대다수 소비자가 이를 인식하지 못한다. 이런 가전제품들은 사실상 주민 감시용 장비라고 봐도 할말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인사는 “중국 공산당은 늘 주민들을 감시해왔다. 사람들은 ‘음성으로 TV를 켜고 끌 수 있다’는 광고를 보며 편리하겠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바꿔 생각해보면 공안국이 당신의 집 안에 감시카메라와 마이크를 설치한 것과 다름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안타깝게도 일부 해외 TV업체들도 이러한 감시에 참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중국인 밍(明)모씨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거리와 쇼핑몰, 관공서, 버스터미널, 지하철 등 곳곳마다 CCTV가 설치되지 않은 곳이 없는데 이제 안방에도 하나 생기게 됐다”며 “감독과 견제를 받지 않는 공권력하에서 국민들은 수감자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지난 3월 한 중국인 네티즌은 중국에서 차단된 소셜미디어 트위터에 접속해 ‘한 시(市) 정부의 지역 모니터링 분석’ 화면을 공유했다. 이 화면에서는 시 정부의 모니터링 요원들이 정부 정책에 항의하는 민원인, 전과자 등을 ‘요주의 인물’로 선정하고 시간대별 이동 경로를 감시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한편, 중공은 중국뿐만 아니라 외국을 대상으로도 중국 기업을 통해 정보 수집을 하고 있다.

작년 9월 전직 베이징대 HSBC 경영대학원 교수 크리스토퍼 발딩은 호주 사이버보안 업체 ‘인터넷 2.0’과 공동 분석을 통해 중국 선전의 빅데이터 기업 쩐화(振華)데이터가 소셜미디어에 기반해 미국·영국·호주 등 전 세계 240만 명의 정보를 수집했다고 밝혔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발딩 교수의 말을 인용해 “데이터 80%가 공개된 것들이지만 불법 해킹으로 보이는 데이터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