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 109주년 대만 차이잉원 “태도 바꾸면 언제든 대화”…中은 군사 도발

류지윤
2020년 10월 12일 오후 2:31 업데이트: 2020년 10월 12일 오후 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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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잉원(蔡英文) 중화민국(대만) 총통이 국경일 기념사에서 중국이 대만을 향한 태도를 바꾼다면 대화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같은 날 중국은 대만 공역에서 무력 시위성 군사 활동을 벌이며 대만과의 외교 대화를 사실상 거부했다.

차이 총통은 10일(현지 시각) 건국 109주년 국경일을 맞아 타이베이 총통부 앞 광장에서 한 기념사에서 중국과 대만 양안 간 상호 존중에 기반한 대화를 촉구했다.

대만은 우창(武昌)봉기가 일어난 1911년 10월 10일을 건국일로 정했다. 우창 봉기는 청나라를 무너뜨린 신해혁명의 시초가 됐다. 이를 시작으로 중국에서는 민족주의 혁명 지도자 쑨원(孫文)에 의해 민주 공화국인 대만이 세워졌다.

차이 총통은 “베이징 당국이 적의를 해소하고 양안 관계를 개선할 의지가 있다면, 대등하고 존엄성을 인정하는 원칙 아래서 의미 있는 대화를 촉진해 나갈 의지가 있다”고 밝혔다.

양안 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과의 관계 개선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국경절 전날과 당일 오전까지도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군용기를 보내 군사 훈련을 실시하는 등 도발을 감행했다.

주펑롄(朱鳳蓮) 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실 대변인은 차이 총통의 연설과 관련해 “대립적이고 적대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며 비난했다.

그러면서 차이 총통이 ‘92컨센서스(92공식·九二共識)’를 받아들이는 전제하에서만 정상적인 대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92컨센서스는 1992년 11월 중국과 대만이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해석에 따른 국가 명칭을 사용하기로 합의한 양국 관계에 대한 원칙이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고수하는 중국은 과거에도 대만이 이 원칙을 받아들이지 않는 한 대화를 이어갈 수 없다는 뜻을 나타내 왔다.

현재 대만 집권당인 민주진보당(민진당)과 차이 총통은 92컨센서스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대만과 중국의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을 거부하는 차이 총통은 중국 정부가 대만에 대한 주권을 주장하기 위해 사용돼 왔기 때문에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자 중국은 차이 총통이 취임한 2016년 5월 양측 간 연락 소통체계를 중단했다.

이번 연설 이후 중국 관영 환구시보 후시진(胡錫進) 편집장은 최근 중국의 군사적 활동에 겁먹은 차이 총통이 “덜 거만해졌다”는 내용이 담긴 기사를 썼다.

후 편집장은 “중국은 대만에 대해 언제든 촉발할 수 있는 강력한 군사적 압박을 유지해 섬(대만)에서 특정 세력이 스스로 자제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최근 대만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이어오며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필요시 무력으로 대만을 통일하겠다는 뜻도 감추지 않았다. 차이 총통의 연설이 발표된 이후에도 중국의 군사 도발은 계속됐다.

이날 저녁 중국 관영 매체는 중국군이 중국 남부 푸젠(福建)성과 광둥(廣東)성 해안에서 대규모 상륙 훈련을 실시했다고 보도했다. 두 지역은 대만 해협을 사이에 두고 대만과 마주한 곳이다.

또 13~17일까지 푸젠성 동쪽 해역에서 실탄 사격 훈련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매체는 11일 밝혔다.

대만 대륙위원회는 10일 성명을 내고 “(중국은) 반감을 조장하면서 상황을 오판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진 별도의 성명에는 후 대변인의 발언을 비판하며 “중국 정부는 관영매체가 적대심을 부추기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것을 용납해선 안 된다”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