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소비력 급속 위축, 공식적으로 발표한 경제성장률보다 5배 추락

캐시 허
2020년 04월 23일 오전 11:42 업데이트: 2020년 05월 28일 오전 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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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6.8%를 나타내며 통계 집계 후 첫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도시소비는 그 다섯 배인 48% 감소율을 보였다고 영국 경제전문 싱크탱크 에노도(Enodo) 이코노믹스가 전했다.

에노도 이코노믹스는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경제학자들이 설립한 독립 싱크탱크다. 기업이나 특정 집단의 영향으로부터 독립해 지난 2000년부터 중국의 정치와 경제에 대해서만 집중해 분석 및 예측을 해오고 있다.

도시소비는 중국 국가통계국이 베이징, 상하이 등 주요도시 36곳의 도시가구를 대상으로 내는 통계다. 중국은 1990년대 도시화 가속화 단계를 거치면서, 도시가구 소비만 별도로 통계를 내기 시작했다.

현재 중국은 인구 약 60%가 도시지역에 거주한다. 도시가구는 시골가구에 비해 소득과 구매력 높고 소비패턴도 큰 차이를 보이며, 이들 중 일부는 중국의 중산층을 따질 때 기초집단이 되기도 한다.

공식적인 첫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이번 1분기는 1960년 마오쩌둥의 대약진 이후 최악의 분기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중국은 1979년 개혁개방 이후 2017년까지 연간 경제성장률 평균 9.5%로 기록해왔다. 세계은행은 “지금까지 주요 경제국으로서는 가장 빠르게 지속된 성장”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중국의 통계는 불투명성과 낮은 신뢰성을 지적받는 것도 사실이다. 경제 정보를 수집하고 처리하는 방식에 항상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경제 수치는 ▲정치적 목적을 지닌 지방정부의 정보 조작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한 비생산적인 투자 끼워 넣기 ▲유령도시 같은 대규모 정책실패에 따른 악성채무 제외 등으로 왜곡돼 있다.

미국 월가에서도 중국 국내총생산(GDP) 수치를 인용할 때, 중국 국가통계국 자료를 직접 인용하는 대신 에노도 이코노믹스 등 전문 분석기관에서 수집, 정리한 자료를 병행 표기하거나 참고하는 경향을 보인다.

중국 도시소비의 급락이 문제가 되는 건 중국 집권세력인 공산당이 수출주도형에서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하는 소비주도형으로 성장모델을 전환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GDP에서 무역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6년 정점을 찍은 후 감소해 2018년 약 19.5%로 떨어지며 글로벌 평균보다 낮아졌다. 이에 중국은 내수소비 촉진에 힘을 기울여 왔고, 내수소비를 견인한 게 도시소비였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도시소비 증가율은 1인당 평균 7.8%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이 신종코로나로 알려진 중공 바이러스(우한폐렴) 사태가 터진 2020년 1분기에 마이너스 48%를 기록하며 무너진 것이다.

에노도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빈곤에 시달리는 농촌지역에서도 1인당 소비증가율이 -29.5%로 급감했다.

실업률도 사상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2월 도시 실업률이 작년 12월(5.2%)보다 1%P 높은 6.2%로 급증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추산에 따르면 이는 2740만명이 실직상태라는 의미다. 그러나 중국 국가통계국의 실업률에는 저렴한 노동력을 제공해서 중국의 수출경제를 이끌어온 농민공(農民工·농촌 출신 도시 근로자) 2억9천만명을 포함하지 않았다.

선전의 한 자산관리공사는 일거리가 끊긴 농민공까지 포함하면 중국의 실직자는 2억5천만명으로 크게 불어난다고 추산했다.

에노도 이코노믹스는 중국의 도시지역 고용은 수백만 개의 중소기업(SMEs)이 책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기업들은 개인이나 가족의 자산(현금)으로 운영자금을 조달하는 상황이다. 지난 2월 베이징과 칭화대학이 995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5%가 3개월이면 회사 운영 자금이 바닥날 것으로 나타났다.

수백만 개의 중소기업 10곳 중 8곳 이상이 임대료와 원자재 대금, 전기·수도 등 공공요금 등을 내지 못해 문을 닫고, 고용도 회복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개혁개방 이후 최대 경제 위기라는 분석이 힘을 얻는 이유다.

에노도 이코노믹스는 “소비자들은 빈털터리”라고 현 상황을 분석하면서 “중국은 어떠한 조처를 해서라도 증시와 위안화를 지탱해 안정성이라는 허울(the veneer of stability)을 유지하려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