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다고 공식 선언한 가운데 텔아비브에 있는 이스라엘 주재 미국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1년 만에 미국 역대 대통령들이 20여 년간 지키지 못했던 약속을 실현시켰다.
이번 결정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제는 공식적으로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할 때라고 생각했다” “예루살렘은 3대 종교의 심장만이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민주주의 국가 중 한 곳”이라고 밝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TV 중계 연설에서 예루살렘은 변하지 않으며 모든 신앙의 자유를 보장할 것이라고 전했다.
예루살렘의 중요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도시의 역사부터 파헤쳐야 한다.
예루살렘과 유대인의 갈라놓을 수 없는 인연
이스라엘의 유대민족을 논할 때면 자연스럽게 예루살렘을 떠올리게 된다. 이 도시는 유대인의 역사를 따라 복잡다단한 변화를 겪어왔다.
기원전 약 1000년경 다윗 왕이 유대민족을 거느리고 각 부족을 정복한 후 예루살렘을 통일왕국의 수도로 삼았다. 수십 년 후, 다윗 왕의 아들 솔로몬 왕이 왕위를 계승하면서 예루살렘에는 솔로몬 성전이 세워졌다. 이때부터 예루살렘은 줄곧 유대교 신앙의 핵심이자 가장 신성한 도시로 자리매김했다.
기원전 586년, 바빌로니아가 예루살렘을 점령하면서 이 성전이 파괴됐다. 40여 년 뒤 페르시아 제국은 바빌로니아를 멸망시키고 유대인들의 귀환과 성전 재건을 허용했다. 재건축된 성전이 바로 제2성전이다.
제2성전은 서기 70년 로마 대군의 침략으로 파괴됐다. 지금 남아 있는 ‘서쪽 벽(통곡의 벽)’은 과거 성전의 일부이다.유대인들이 이스라엘 땅에서 쫓겨난 뒤, 예루살렘은 여러 종교를 맞이하게 됐다. 로마의 통치 기간 예루살렘은 기독교의 중심지로 탈바꿈했고 로마인들은 그곳에 성묘 교회당을 세웠다. 유대교와 기독교는 원래부터 밀접한 관계를 띠고 있어서 예루살렘이 자연스럽게 두 종교의 성지로 여겨져왔다. 5세기부터는 유대인이 예루살렘에서 다시 사는 것이 허용됐다.
로마제국의 몰락이 시작되면서, 638년 아랍제국이 예루살렘을 점령했다. 이슬람교 세력이 예루살렘을 지배하면서 아랍인들은 바위돔 사원 등 많은 이슬람교 사원을 세우고 예루살렘을 이슬람교의 중요한 성지로 삼았다.
아랍제국의 지배가 끝난 뒤에도 예수살렘은 영국을 포함한 여러 민족에 의해 수차례 지배를 받았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을 전후로 고국으로 돌아오는 유대인들이 증가하면서 아랍인과의 충돌이 빈번해졌다. 1947년, 유엔은 팔레스타인을 아랍국(지금의 팔레스타인)과 유대국(지금의 이스라엘)로 분할하는 안을 채택했지만, 논란의 중심지인 예루살렘에 대해서 특정 국가의 소유권을 지정하지 않았다.1948년 이스라엘이 건국되면서 유대인들은 2000년 만에 나라를 되찾았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줄곧 예루살렘을 자신들의 수도로 삼아왔다. 왜냐하면 이 땅은 유대인들과 역사를 함께 했기 때문이다. 위키 자료에 따르면 3000년 전, 다윗 왕이 예루살렘을 수도로 정하고 솔로몬이 성전을 세웠다. 즉 이 도시는 고대 이스라엘의 정치 중심지이자 종교 중심지였다. 유대인들은 땅을 잃은 뒤에도 예루살렘을 줄곧 민족정신의 발원지로 생각해왔다.
뿔뿔이 흩어져 있던 유대인들은 예루살렘 방향으로 몸을 향하고 예배해왔다. 또 ‘히브리 성경’에는 예루살렘이 700여 차례나 언급되었다. 위키에 따르면 예루살렘은 유대인들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며 애착 또한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그들에게 예루살렘이 없는 이스라엘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스라엘은 건국 후 줄곧 예루살렘을 수복하려 했다. 1967년 중동 전쟁에서 이스라엘은 원래 요르단 점령 지역인 동예루살렘을 점령하고 그때부터 이 도시는 이스라엘의 통치를 받게 되었다. 1980년, 이스라엘은 입법을 통해 예루살렘을 나라의 ‘영원한 수도’로 인정했다. 하지만 팔레스타인은 예루살렘이 미래 국가의 수도라고 주장하며 양국 간 충돌이 계속돼 왔다.
오늘날의 예루살렘은 어떤 모습인가?
오늘날의 예루살렘은 다양한 문화, 종교, 민족이 한 도시에 모여 과거와 선명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 이 도시의 동서 양쪽은 발전 수준에서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서예루살렘은 현대 이스라엘의 핵심으로 이스라엘 국회, 중요 정부 기관, 국가박물관 및 대학살 기념관 등이 자리 잡고 있다. 동예루살렘에는 팔레스타인인들이 주로 모여 살고 있다.
가장 특별한 곳은 면적이 단지 1㎢인 한 겹의 성벽에 둘러싸인 예루살렘 성이다. 이곳에는 4개의 다른 종교(유대교 지구, 기독교 지구, 아르메니아인 지구 및 이슬람교 지구)와 민족이 살고 있다. 유대교의 서쪽 벽과 성전산, 무슬림의 알 악사 사원과 바위돔 사원, 기독교의 성묘교회와 십자가의 길 모두 예루살렘에 위치해 있다.
현재, 예루살렘에는 어느 나라의 대사관도 위치해 있지 않다. CNN 보도에 따르면, 1980년 이전 네덜란드와 코스타리카를 포함한 일부 국가가 이 도시에서 대사관을 두었지만 이후 논란을 피하고자 이전시켰다.
미국 정부의 20여 년 전 약속을 실현한 트럼프미국은 역사적으로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고자 노력해왔다. 1995년 미국 국회는 ‘예루살렘 대사관법(Jerusalem Embassy Act)’을 상원 93표 지지, 5표 반대, 하원 374표 지지, 37표 반대로 통과시켰다. 이 법안에는 미국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으며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고 있다. 이에 지지자들은 미국은 이스라엘의 수도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법안에는 미국 대통령이 이 결정을 6개월간 보류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었다. 당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물론 그의 후임인 조지 부시 전 대통령,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이 조항을 이유로 법안을 이행하지 않았다.
22년 동안, 미국 대통령들은 6개월마다 ‘국가 안보 이익’이라는 명분으로 이 법안을 보류하면서 미국 대사관 이전을 연기해왔다. 또한 중동 지역의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는 소극적으로 대처했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선거 기간 유대인들에게 ‘예루살렘 대사관법’을 이행하겠다며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당선 후에는 실무자들의 건의에 의해 보류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이를 공약으로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은 부시와 달리 취임 1년 만에 이 법안을 이행했다.
유엔 주재 미국대사 헤일리는 트럼프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그녀는 ‘1995년 미국 국회에서 통과한 이 법안을 클린턴, 부시, 오바마 등 어느 대통령도 실천하지 않았다’ ‘우리는 미국 국민의 의지를 따르겠다’고 전했다.
전 유엔 주재 미국대사 존 볼튼은 일찍이 ‘트럼프는 다른 정치인과 다르다. 그는 약속을 충실하게 이행할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트럼프는 왜 주 이스라엘 미 대사관을 이전하려고 하나?이를 귀납하면 5가지 이유로 정리된다.
첫 번째 이유는 경선 공약이다. 백악관 관계자는 ‘트럼프는 지금이 대선 공약을 이행할 적절한 시기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두 번째는 트럼프가 이스라엘의 민주주의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투데이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는 ‘이스라엘과 미국은 모두 언론 자유, 신앙 자유 및 모든 국민에게 꿈 꿀 기회를 제공하는 등 많은 가치관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중동 지역에서 유일하게 인권을 지키는 민주 국가이며 수많은 사람의 희망이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스라엘의 민주주의에 대해 높은 평가를 내리는 가운데 미국 국회가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자는 분위기다. 올해 1월, 공화당 상원의원 헬러(Heller), 루비오(Marco Rubio), 크루즈(Ted Cruz)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고 미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할 것을 제안했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3명의 의원은 1967년부터 지금까지 이스라엘이 예수살렘을 통치해왔으며 각 민족과 종교 간의 권리를 보호해왔다면서 예루살렘이 앞으로도 이스라엘과 함께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역사상 줄곧 중동 지역에서 미국의 굳건한 동맹국으로 역할을 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점을 특히 중요하게 생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 번째는 트럼프가 예루살렘의 현실을 직시했다는 것이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올해 5월 CBN과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의 수도는 예루살렘이라고 정식으로 인정해야 한다면서 미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녀는 이스라엘의 모든 정부 기관이 예루살렘에 있다고 지적하며 이 자체가 현실이기 때문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이에 백악관도 미국의 이번 움직임은 ‘대통령의 결정이 아니라 대통령이 역사와 현실을 승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이것은 현실에 대한 인식이며 옳은 결정이다. 이것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라고 말했다
한 미국 정부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70년 묵은 사실’을 ‘성실’하게 인정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결정은 전 세계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켰지만 상원의원 카딘(Ben Cardin)은 놀랍지 않다면서 “개인적으로 나는 원래부터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했기에 별로 뉴스거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카딘은 상원의원 외교 위원회의 민주당 의원이다.
헤일리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행동은 용기 있는 결정이라며 지지를 나타냈다. 그녀는 “오늘은 좋은 날이다. 트럼프는 미국 국민의 의견을 듣고 상징적인 행동을 취했다. 평화를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네 번째 이유는 일부 국회의원들의 지속적인 요구에 있다. 1995년 통과됐지만 이행되지 않은 ‘예루살렘 대사관법’은 미국 국회 양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통과됐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민주당 의원을 포함한 많은 의원들이 이 법안의 이행을 바라고 있다.
미국 정치 주간지 위클리 스탠더드(The Weekly Standard)의 보도에 따르면, 상원의원 슈머(Charles Schumer)는 “나는 예루살렘이 이스라엘의 수도라고 굳게 믿는 사람으로서 이스라엘 미국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할 것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슈머는 “만약 미국이 지금 이 약속을 이행할 수 있다면 예루살렘 탈환 50주년에 대한 기념 선물이 될 것이라며 이제 미국 정부가 전 세계에 보여줄 때”라고 말했다.
상원의원 크루즈는 “지키지 못한 약속을 지켜야 할 때”라면서 “1995년, 국회가 바랐던 일은 정식으로 미 대사관을 우리의 위대한 동맹국 이스라엘의 수도로 이전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상원의원 헤일러는 “올해 1월 미국이 20여 년 전 했던 약속을 지금까지 이행하지 못했다”며 비난한 바 있다.
다섯 번째는 유대인이 미국 내에서 막강한 경제적, 정치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페이스북 창시자 마크 저커버그와 트럼프의 사위 쿠슈너도 미국 태생의 유대인 출신이다. 미국 사회 대부분이 이스라엘을 동정해왔으며 1995년의 법안을 실행하기 위해 노력한 정치인들도 적지 않다.
한편 미국의 기독교 복음파도 트럼프에 대해 희망을 품고 있다고 전했다. 텍사스 주 코너스톤(Cornerstone Church) 교회 설립자 존 해기(John Hagee)는 “확실한 것은 6000만여 명의 복음파 인사들이 미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을 주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만약 그가 이를 해낸다면 역사에 길이 남을 업적이 될 것이다. 그는 용감하게 이스라엘을 다른 나라와 똑같이 대했다. 만약 그가 이렇게 하지 않았다면 다른 역대 대통령들과 마찬가지로 실망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럼 트럼프의 이번 결정은 국제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가? 예루살렘을 수도로 인정할 때가 드디어 온 것인가? 앞으로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