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중국, ‘수출 실적’도 사고 팔아…정부 보조금이 키운 통계 왜곡

2025년 12월 31일 오후 1:39
지난 10월 13일 중국 상하이 항구에서 트럭이 컨테이너를 옮기고 있다. | AFP/연합뉴스
지난 10월 13일 중국 상하이 항구에서 트럭이 컨테이너를 옮기고 있다. | AFP/연합뉴스

현지 매체 제일재경 탐사 보도 “지방정부 묵인·주도 정황도”

중국 정부가 올해 1~11월 무역수지를 사상 최대로 발표한 가운데, 중국 무역업자들이 정부 보조금을 노리고 수출 실적을 거래하고 지방정부는 이를 묵인하거나 오히려 조장했다는 현지 매체 보도가 나왔다.

경제 매체 제일재경은 29일 “수출 데이터가 거래되면서 지방 재정을 축내고 있다”는 제목의 장문의 탐사 보도를 통해 중국 여러 지역에서 수출 실적을 허위로 신고하는 관행이 확산돼 왔음을 지적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각지에서는 대외무역 자격을 갖춘 사업자들이 다수 지역에 유령회사를 등록해 두고, 통관 대행업체로부터 다른 지역 수출 기업의 ‘수출 실적 자료’를 구매해 자사 명의로 신고해 지방정부 보조금을 편취했다. 지방 당국이 기업 신고 내역과 세관을 통해 회신된 수출 실적을 근거로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허점을 노린 행위다.

제일재경은 유령회사가 등록된 지역에서는 수출이 발생하지 않았지만, 통계 수치상으로는 해당 지역의 수출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된다면서, 더 큰 문제는 일부 지방정부에서 이러한 행위를 눈감아 주거나 심지어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짚었다. 중앙정부에서 할당한 수출 목표치를 달성한 것처럼 보고할 수 있어서다.

보도에 따르면 올해 1월 중국의 한 내륙 지역에서는 대외무역 사업자 여러 명이 체포됐다. 검찰은 이들이 여러 지역에 유령회사를 설립한 후 다른 지역 수출 기업의 수출 실적을 구매해 거액의 정부 수출 장려금을 편취한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피해 금액은 1억 위안(약 206억원)으로 알려졌다.

중국 남서부 지역에서도 유사한 사건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사건 관련자들은 100개 이상의 유령회사를 설립해 통관을 의뢰하고, 다른 지역의 수출 실적을 허위 신고하는 방식으로 약 2억 위안(약 412억원)의 보조금을 받아낸 것으로 조사됐다.

수출 보조금은 지방정부마다 차이가 있지만 1달러당 약 0.03~0.05위안으로 책정됐다. 현재 환율로 따지면 수출액의 약 0.5~1%를 보조금으로 환급하는 셈이다. 제일재경은 “(허위 신고로) 보조금 지급이 지방 재정을 소모하면서도 실물경제에는 실질적 기여가 없었다”고 전했다.

사법 처리 과정에서 책임 소재를 둘러싼 논란도 불거졌다. 일부 피고인과 가족들은 “관할 부서가 해당 관행을 인지하고 있었으며, 수출 실적 목표 달성을 위해 협조를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제일재경이 입수한 자료에는 상무 부서 관계자가 일반 무역 수출 실적 확보를 위해 기업에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는지 문의한 녹취와 문자 메시지 기록도 포함돼 있다.

지역별로 법원의 판단이 엇갈린 점도 주목된다. 일부 판결에서는 사기죄 대신 불법 경영죄나 허위 증명서 제출죄가 적용됐다. 법원은 “정부 부서와의 계약에 따라 지급된 보조금”이라는 점을 고려해 사기죄를 인정하지 않은 사례도 있다고 제일재경은 전했다.

중국 당국은 최근 여러 부처 공동 공고를 통해 허위·변조·매매 통관 서류와 가공 수출을 명확히 금지했다. 내년 시행 예정인 부가가치세·법인세 관련 규정에서는 대리 수출 과정에서 실제 위탁자의 정보가 정확히 신고되지 않을 경우 해당 수출을 자영 수출로 간주해 세금 부담을 지도록 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지방정부의 실적 중심 평가와 재정 인센티브 구조가 개선되지 않는 한 경제 관행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제일재경은 “수출 총량은 변하지 않은 채 지역 간에 숫자만 재배분되는 ‘제로섬 게임’이 벌어졌다”며 “외형상 무역 흑자가 확대됐더라도 실제 경쟁력이나 고용 창출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편 중국 해관총서는 올해 1~11월 무역 흑자가 1조800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관영 매체들은 이를 두고 대외무역의 회복력을 강조했지만, ‘수출 실적 구매’ 관행이 일정 부분 통계에 반영됐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