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지하은행, 글로벌 범죄자금 세탁 허브로 성장” 이코노미스트
중국의 한 은행 직원이 위완화 다발을 세고 있다. | 연합뉴스 멕시코 카르텔·동남아 범죄단지 연결하며 범죄금융 서비스
중국의 이른바 ‘지하은행’이 전 세계 범죄조직과 결탁해 거대한 불법 자금세탁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단순한 자본 도피 수단을 넘어, 중국 부유층은 물론 글로벌 사기단지, 마약 카르텔, 심지어 북한 해커조직까지 연결하는 ‘국제 범죄의 금융 심장’ 역할을 한다는 지적이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중국 지하은행이 기존 마약 카르텔 중심의 자금세탁 조직을 대체하며 세계 최대 규모로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재무부도 올해 8월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중국 기반 자금세탁망은 사실상 전 세계에 퍼져 있으며, 감시가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미 재무부 금융범죄단속국(FinCEN)에 따르면, 멕시코 마약 조직이 미국 내에서 마약을 판매해 얻은 현금을 중국계 네트워크에서 세탁한 뒤 다시 들여와 미국 자산으로 재투자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세탁되는 규모는 연간 약 1540억 달러(약 227조원)로 추정된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막강한 무역흑자, 극도로 강력한 자본 통제, 그리고 암호화폐·핀테크 기술 확산이 결합되며 전례 없는 글로벌 자금세탁 인프라가 구축됐다고 진단한다. 이 시스템은 범죄조직과 일반 부호 모두를 대상으로 작동하며, 기존 금융체계로는 추적이 어려운 것이 특징이다.
지하은행은 미국에서 발생한 ‘현금 달러’를 중국 내 위안화나 암호화폐 등으로 바꾸고, 이를 다시 제3국 통화로 전환해 자금 출처를 완전히 지워버리는 구조를 갖는다. 마약 조직은 돈을 정제하고, 중국 부자들은 자본 통제를 우회해 해외로 돈을 빼낼 수 있다.
핀테크 기술 결합…동남아에선 중국계 범죄조직이 주도
동남아에서 운영되는 중국계 사기·도박 조직들은 이미 거대한 범죄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전문가들은 “중국계 온라인 사기단지에서만 매년 최소 5,000억 달러(약 737조원)가 창출된다”고 분석한다.
캄보디아에서 활동하며 부동산·금융기업을 표방한 ‘프린스 그룹’이 대표적 사례다. 미국 검찰은 프린스 그룹 창업자 천즈가 “실제로는 아시아 최대 범죄금융 조직의 수장”이라며 자금세탁, 온라인 도박, 인신매매, 암호화폐 변조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암호화폐 채굴업 ▲온라인 카지노 ▲역외 페이퍼컴퍼니 등을 통해 불법 자금과 합법 자금을 혼합해 정제하는 복합 세탁기법을 보편적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범죄자금 전문 온라인 ‘마켓플레이스’까지 등장
중국계 범죄조직들은 텔레그램 등 암호화된 메신저를 통해 온라인에서도 활개를 치고 있다.
2021년 설립된 온라인 플랫폼 ‘후이온 개런티(匯豐擔保)’는 표면적으로는 자동차·부동산 거래를 중개하지만, 실제로는 사기·불법 투자상품·마약 거래·도박 자금세탁을 위한 일종의 거래소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후이온 그룹은 캄보디아의 금융 대기업으로 프놈펜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현 캄보디아 총리인 훈 마넷을 포함한 캄보디아 집권 ‘훈 가문’과 연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훈 총리의 사촌인 훈 투는 후이온의 온라인 결제 시스템 ‘후이온 페이’ 이사 겸 주요 주주다.
캄보디아에 기반을 뒀지만, 중국어로 된 회사명과 로고에서 드러나듯 이 회사는 중국계 범죄조직 자금과 결탁했다. 미국 재무부 금융범죄단속국은 후이온 그룹을 불법 자금세탁 조직으로 판단하고 “미국 금융시스템 접근을 차단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블록체인 분석기업 TRM 랩스(TRM Labs)는 올해 보고서에서 “중국 지하은행의 세탁 방식은 대부분 은행 송금 자체를 생략해 감독망을 피한다”고 밝혔다. 이른바 ‘미러 익스체인지(Mirror Exchange)’다.
이는 돈은 실제로 이동하지 않지만, 양쪽 국가에서 동일한 금액을 받고 내주는 식이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마약 판매로 확보한 현금을 브로커가 수거하면, 중국 지하은행은 동일한 가치의 자금을 암호화폐나 무역대금 형태로 중국 조직에 지급한다.
통신, 송금, 금융기관 체계를 거치지 않고 자금을 교차 정산하는 돈세탁·환치기 방식으로, 국경 간 송금 기록이 전혀 남지 않아 자금세탁방지(AML) 시스템에 포착되지 않고, 추적이 매우 어렵다는 점이 특징이다.
“국제적 차원으로 진화…단순한 범죄가 아니다”
처음에는 중국 지하은행들이 자국 부호들에게 중국 내 위안화를 해외로 빼돌릴 수 있도록 제공하는 서비스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멕시코 마약 카르텔과 북한 해커 조직 등 다양한 범죄 집단이 이 서비스를 통해 현금을 ‘깨끗한’ 법정화폐로 바꿔 글로벌 제재를 피해가고 있다.
TRM 랩스는 보고서에서 “이 네트워크는 범죄조직을 넘어 국가·안보·제재 회피와 연결된 글로벌 시스템으로 진화했다”며 “중국 브로커들은 세탁 규모의 1~2%를 수수료로 챙기며, 연간 수십억 달러를 벌어들인다”고 분석했다.
또 “이 조직을 무너뜨리려면 첨단 블록체인 추적기술과 국가 간 공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도 “문제는 중국 지하은행이 매우 빠르게 기술 혁신을 반복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지하은행 네트워크는 중국과 멕시코 카르텔 간 펜타닐 원료 거래에도 동원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중국 지하은행들이 단순한 자금세탁 수준을 넘어 ‘글로벌 범죄 생태계의 금융 허브’로 진화하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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