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미 하원 위원회, 중국 희토류 지배 대응책 제안

2025년 11월 22일 오전 5:52
2024년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 패스에 위치한 MP 머티리얼즈 광산의 항공 사진. | MP Materials via AP/연합2024년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 패스에 위치한 MP 머티리얼즈 광산의 항공 사진. | MP Materials via AP/연합

미 하원 중국공산당 특별위원회(이하 중공특위)가 중국의 핵심 광물 공급망 장악에 대응하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에 대대적인 정책 개편을 촉구하고 나섰다.

중공특위는 중국의 시장 조작에 흔들리지 않는 자주적 공급망을 마련하기 위해 연방 정부 내에 ‘핵심 광물 정책 책임자’ 직책 신설, 전략 자원 저장소 설립, 핵심 광물 세액공제 도입, ‘국립 희토류 센터’ 설립 등을 제안했다.

이 같은 조치는 아이폰에서 F-35 전투기에 이르기까지 첨단 전자제품 생산에 필수적인 금속·소재 분야에서 중국이 확보한 압도적 우위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으로, 모두 52쪽 분량의 보고서에 담긴 13개 권고안 가운데 일부다.

보고서는 또한 인허가 절차의 대폭적인 신속화, 핵심 광물 가격 하한선 제도 마련, 우선순위 프로젝트에 대한 보조금 확대, 재활용 프로그램 강화, 핵심 광물 관련 혁신 기술 투자 확대, 동맹국과의 생산·정제 협력 체계 구축 등을 함께 제시했다.

이런 권고안은 지난 11월 19일 열린 약 2시간가량의 위원회 청문회에서 미국 내 주요 광물 및 제조업체 경영진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리튬아메리카스(Lithium Americas)의 조나단 에번스 대표는 “중국공산당은 핵심 광물 지배력을 지역 패권 전략으로 간주하고 있다”며 “중국은 수십 년 동안 체계적으로 핵심 광물 공급망을 장악해 글로벌 시장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재편해 왔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 문제는 단순한 경제적 취약성을 넘어 국가 안보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라고 경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에 기반을 둔 정제업체들은 전 세계 희토류 광물의 85~90%를 정제하고, 자석의 90%, 배터리의 80%를 생산하고 있다. 또한 미국 지질조사국(USGS)이 2025년 핵심 광물 리스트에서 ‘국가안보상 필수’로 규정한 54개 자원 중 최소 30개 품목에서 세계 시장의 75%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제조업체들은 이 54개 품목 중 12개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29개는 50% 이상을 수입하고 있다.

중국공산당은 지난 4월 이후 USGS가 분류한 17개 희토류 가운데 12개 품목에 대한 수출 제한을 적용해 왔다. 이 가운데 5개 품목은 10월에 추가 제한됐으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무역 협상에 따라 해당 조치의 시행이 1년간 유예됐다.

하원 중공특위 존 물레나 위원장(공화)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동맹국들에게 중요한 1년의 기회를 마련했다”며 “이제 의회, 행정부, 민간 산업, 그리고 전 세계 동맹국들이 협력해 중국이 글로벌 경제를 향해 겨누고 있는 ‘장전된 총’을 다시 발사하기 전에 무력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 ‘에너지 비상사태’, ‘미국 에너지 역량 활성화’ 행정명령을 발동하여 핵심 광물의 보다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공급망 구축을 지시했다. 이어 3월에는 연방 기관들의 인허가 절차 간소화를 의무화하는 행정명령도 발표했다. 그러나 행정부의 조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라자 크리슈나무르티 의원(민주)은 의회와 산업계의 적극적인 대응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 의존을 끝내기 위해 이제는 맨해튼 프로젝트에 준하는 대응이 필요하다”며 “미국은 채굴·정제 능력을 강화하고 필요한 인력을 교육해야 한다. 지금이 바로 행동을 시작할 때”라고 강조했다.

리튬아메리카스(Lithium Americas)의 조나단 에번스 대표와 MP 머티리얼즈(MP Materials)의 매튜 슬라우처 부사장, 나이론 매그네틱스(Niron Magnetics)의 조너선 론트리 대표는 중국공산당의 시장 조작에 흔들리지 않는 미국 내 핵심 광물 공급망 구축 방안을 제시하며 연방 차원의 대규모 투자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세 기업의 경영진은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 중인 광산·제련 기업 지분 확보를 위한 최소 10억 달러 규모의 연방 자금 투입 계획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는 핵심 프로젝트의 재정적 안정성을 높여 중국의 공급망 압박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최근 연방 정부의 투자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에너지부는 리튬아메리카스와 그 회사의 네바다 프로젝트에 각각 5%의 지분을 확보했으며, 캐나다 트릴로지 메탈스(Trilogy Metals)의 알래스카 광물 개발 사업에도 10% 지분을 투자했다. 국방부(DOD)는 MP 머티리얼즈에 15% 지분을 취득하고 4억 달러 규모의 주식을 추가 매입했다.

에번스 대표는 “정부는 이제 산업계와 투자자들에게 명확한 신호를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다시 산업을 건설하려면 프로젝트가 예측 가능하고 합리적이라는 점을 투자자들에게 입증해야 하고, 그래야만 자본이 실제로 움직인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핵심 광물 개발을 위한 연방 보조금은 1960년대 미·소 우주 경쟁과 성격이 다르지 않다고 비유했다. “당시 존슨 행정부도 국민을 설득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지만, 우주 경쟁은 결국 미국 경제의 대규모 성장과 세계적 리더십으로 이어졌다”며 그는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도 그때와 매우 비슷하다”고 말했다.

미 네바다주 험볼트 카운티에 위치한 새커 패스(Thacker Pass) 리튬 광산은 미국에서 확인된 최대 규모의 리튬 매장지로, 2021년 11월 제정된 1조 2천억 달러 규모의 초당적 인프라법(Bipartisan Infrastructure Law)의 핵심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다. 현재 이 광산은 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 Lithium Americas

MP 머티리얼즈의 슬라우처 부사장은 민관 협력 모델이 “국민이 함께 이익을 공유하는 구조”를 만든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방부가 MP 머티리얼즈에 투자해 “이미 약 7억 달러 규모의 미실현 이익이 납세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고 설명하며 그 효과를 부각했다.

슬라우처 부사장은 이러한 사례가 “민관 파트너십이 국가안보에 기여함과 동시에, 납세자들이 실질적 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한편, 더스티 존슨 의원(공화)은 자신을 “자유시장주의 공화당원”이라고 밝히며, “평소라면 정부가 민간 산업에 투자해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겠지만 이례적인 시기에는 이례적인 대응이 필요할 수 있다”며 연방 차원의 개입 가능성에 무게를 두었다.

슬라우처 부사장은 “자유시장 자본주의가 미국 경제의 핵심 동력이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오늘 우리가 마주한 현실은 더 이상 자유시장 환경이 아니다”며 “중국은 독점적 지위를 가진 비(非)시장 경제체제”라고 강조했다.

국가안보 차원의 속도 필요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 본사를 둔 나이론 매그네틱스의 조너선 론트리 대표는 의회 청문회에서 자사가 철과 질소를 기반으로 한 “세계 최초의 고성능·희토류 없는 영구자석”을 개발 중이라고 소개하며, 정부가 혁신기업에 적극 투자하거나 저금리 대출을 제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론트리 대표는 행정부와 의회가 즉시 추진해야 할 ‘다섯 가지 구체적 조치’를 제시했다. 여기에는 국산 자석 제조업체에 대한 연방 조달 우대 정책 도입, 그리고 대체 자석 기술을 방산물자생산법(DPA) 완화 규제 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안이 포함된다.

그는 이어 세 번째 조치로 경쟁 기술 가운데 특정 기술을 선택해 우대하지 않으면서도 국내 생산업체들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하는 세제 혜택 마련을 제안했다.
네 번째로는 단기 비용 절감보다 공급망 안보를 우선하도록 연방 기관에 지시하는 조치,
다섯 번째로는 우방국에서 들여오는 제조 장비에 대해 관세 면제를 제공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아울러 공화당 카를로스 히메네스 의원은 중국의 핵심 광물 공급망 장악을 약화시키기 위해 관세 정책이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히메네스 의원은 “중국이 특정 소재의 가격을 인위적으로 낮출 경우, 미국은 해당 품목의 관세를 자동으로 인상하는 탄력적 관세(rolling tariffs)를 도입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중국산 저가 공세와 국내 생산 비용 간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핵심 광물·전략 자원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한 대응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업계 경영진들은 인허가 간소화, 규제 완화, 소송 절차의 기한 설정, 우방국과의 생산 협력 체계 구축 등이 시급한 과제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슬라우처 부사장은 “인허가 절차는 더 빠르게 진행돼야 하며, 이상적으로는 국가안보 차원의 속도로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에번스 대표는 미국의 인허가 절차에 대해 “정말, 정말 오래 걸린다”고 지적했다. 그는 “민간 투자자들의 관점에서 보면 시장 상황과 성장 잠재력도 보겠지만, 결국 중요한 건 ‘투자금을 언제 회수할 수 있는가’이다. 인허가 일정에 대한 불확실성은 결국 투자자들을 떠나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에번스 대표는 미국이 중국과의 경쟁을 혼자 감당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캐나다와 호주 등 여러 국가가 미국과 마찬가지로 풍부한 원자원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제련·정제 능력이 부족한 동일한 문제를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모두 같은 문제를 겪고 있으며, 이제 그 결과가 눈앞에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 국가가 중국에 주도권을 넘겨주면서 중국이 이 분야의 이야기 흐름을 장악하도록 허용한 셈”이라며 “그 결과 하위 산업들이 공동화되고 있고, 중국은 언제든지 (수출을) 중단할 수 있기 때문에 관련 국가들의 산업 성장이 심각하게 저해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기호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