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공급 병행 없는 규제 강화, 실수요자만 옥죄는 결과 초래

2025년 10월 15일 오후 8:40
서울 전역 규제지역, 경기 12곳도 해당 | 연합뉴스서울 전역 규제지역, 경기 12곳도 해당 | 연합뉴스

10·15 대책…서울·경기 230만 가구 ‘거래 절벽’ 우려
정부 “’단기 투기 차단, 중장기 공급 확대’ 병행할 것”

정부가 10·15 부동산 안정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 등 약 230만 가구가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 등 ‘3중 규제’에 묶였다. 한강벨트뿐 아니라 서울 외곽과 수도권까지 포함되면서 주택시장 전반이 충격에 빠졌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이번 규제로 서울 156만8천 가구, 경기 12개 지역 74만2천 가구 등 총 230만 가구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이들 지역은 20일부터 토지거래허가를 받아야 거래가 가능하며, 2년 실입주 의무가 부여된다. 전세가 끼어 있는 주택은 만기 전에는 거래도 어렵다.

시가 15억 원 이하 주택의 담보대출 한도는 6억 원으로 유지되지만, 15억 원 초과 25억 원 이하는 4억 원, 25억 원 초과 주택은 2억 원으로 축소된다. 스트레스 금리 하한선도 1.5%에서 3%로 상향돼 대출 여건이 더욱 까다로워졌다. 특히 강남·서초 등 고가 아파트 밀집 지역은 대출 감소 영향이 크고, 분당·과천 등 경기 남부 주요 지역도 자금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단기적으로 시장 과열을 억제하는 효과는 있겠지만, 공급 병행 없는 규제 강화가 실수요자에게 더 큰 부담을 안긴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한다. 대출 제한과 세금 인상은 자금력이 충분한 다주택자보다 무주택자·1주택자에게 더 큰 타격을 준다는 것이다.

또한 전세대출에 DSR을 적용하면 서민층의 주거 이전 자유가 제한되고, 월세 비중이 빠르게 늘어나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을 경우 건설·금융업 전반으로 경기 위축이 확산될 우려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공급 확대와 실수요자 중심의 금융 지원 정책 병행을 제안한다. 구체적으로는 ▲정비사업 인허가 절차 간소화 ▲청년·신혼부부용 중소형 공공주택 공급 확대 ▲DSR 완화 대상에 실수요자 한정 적용 ▲세제 부담의 점진적 조정 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는 이번 대책이 투기성 수요를 억제하기 위한 단기 안정화 조치이며, 중장기적으로는 공급 기반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서울과 수도권의 일부 지역은 투기적 거래가 재확산되는 조짐이 있어 선제적 조치가 불가피했다”며 “정상적인 실수요 거래까지 위축되지 않도록 모니터링하겠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도 “DSR 등 금융규제는 시장 과열을 진정시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이며, 청년·신혼부부 등 실수요 계층에 대해서는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병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와 함께 내년 상반기까지 수도권 공공택지 추가 지정, 도심 정비사업 인허가 간소화 등 공급 확대 방안을 순차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규제 시행 전인 15일 밤까지 계약을 서두르는 움직임이 이어졌다. 다주택자의 취득세가 기존 1%에서 8~12%로 급증하기 때문이다. 노원구 한 공인중개사는 “어젯밤에도 11시에 계약을 진행했다”며 “오늘까지 계약금을 입금해야 세 부담을 피할 수 있다 보니 문의가 폭주했다”고 말했다. 반면 이미 매수를 결정했던 일부는 대출 축소와 세금 부담을 이유로 계약을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규제에서 제외된 일부 지역에서는 풍선효과를 기대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동탄·고양 등 비규제 지역에서는 매물 회수 움직임이 나타나고, 급매물은 빠르게 소진되는 양상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거래 절벽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전세대출까지 DSR에 포함되면 임차인의 대출 여력이 줄어 전세보증금이 낮은 지역으로 이동하거나 월세로 전환되는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 강동구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전세자금대출이 막히면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이 커지고, 월세 전환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번 10·15 대책은 정부가 집값 안정 의지를 드러낸 강력한 신호지만, 공급 병행 없는 규제 강화는 실수요자만 옥죄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커지고 있다. 향후 정부가 공급 확대 및 세제·금융정책의 정교한 조정을 통해 시장 불안을 완화할 수 있을지가 부동산 시장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