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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분석] 새로운 미국 관세…가구·홈퍼니싱 산업에 미치는 영향

2025년 10월 01일 오후 2:26
미국 앨라배마주 애슐랜드에 위치한 웰번 캐비닛 본사 조립 라인. ⎜ Courtesy of Wellborn Cabinet미국 앨라배마주 애슐랜드에 위치한 웰번 캐비닛 본사 조립 라인. ⎜ Courtesy of Wellborn Cabinet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글로벌 가구 산업을 압박하며 중국과 기타 국가에서의 생산을 미국으로 이전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수입 가구 물량 급증으로 일부 주(州)의 가구 산업 기반이 사실상 붕괴했다는 우려를 제기한 뒤 이 같은 조치를 강화했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관세 조치가 단기·장기적으로 미칠 영향에 대한 견해를 내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9월 29일(이하 현지시간) 미국으로 가구를 수출하는 국가들과 특정 가구 제품을 대상으로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올린 글에서 “중국 등 다른 나라에 가구 산업을 완전히 빼앗긴 노스캐롤라이나주를 비롯한 주들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 미국 내에서 가구를 생산하지 않는 모든 국가에 대해 상당한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그는 9월 25일 또 다른 게시물에서 오는 10월 1일부터 미국이 모든 주방 캐비닛, 욕실 세면대용 가구 및 관련 제품에 50% 관세를, 그리고 소파 등 가죽·직물로 제작된 가구에는 30%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는 이들 제품이 미국 시장에 ‘범람하고(flooding)’ 있다고 주장했다.

세계 최대 경제 규모를 보유하고 1인당 국내총샌산(GDP)이 높은 미국은 가구 수입 시장에서도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한 시장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수입 통계에 따르면 미국은 2023~2024 회계연도에 1억9754만 점의 목재가구를 수입했으며 이는 금액으로 271억4000만 달러(약 36조6390억원)에 달한다.

2025년 상반기에는 베트남이 미국의 최대 가구 수출국으로, 약 50억 달러(약 6조7500억원) 규모를 기록해 2024년 같은 기간보다 13% 증가했다고 가구 전문 매체 ‘퍼니처 투데이(Furniture Today)’가 전했다. 중국은 약 23억7500만 달러(약 3조2062억원)로 2위를 차지했지만 전년 동기 대비 27% 감소했다.

다만 중국은 자국 내 생산을 베트남으로 이전하는 추세여서 이 수치만으로는 정확한 상황을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어 멕시코, 캐나다, 말레이시아, 태국 등이 미국 가구 수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으며 일부 국가는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미국 전체 가정용 가구 수입은 소폭 감소했다.

수입 품목 가운데서는 주방 및 침실용 목재가구가 상위권을 차지했으며, RH(구 리스토레이션 하드웨어), 윌리엄스 소노마 등 미국의 대형 상장 기업들이 주요 수입업체로 꼽혔다.

지난 9월 29일 새 관세 발표 이후 미국의 증권시장인 월가 반응은 엇갈렸다. 라지보이, 에단 앨런 등 미국 내 제조업체 주가는 상승했으나 아메리칸 우드마크와 마스터브랜드는 하락했다. 한편 수입 의존도가 큰 윌리엄스 소노마와 RH 주가도 하락 마감했다.

RH는 지난 4월 1차 관세 발표 이후 주가가 압박을 받아왔으며 해외 생산을 미국 내로 이전하는 계획을 준비 중이다.

가구 수입이 급증한 주요 배경은 미국 내 생산과 해외 생산 간 가격 격차 때문이다. 중국은 미국이나 유럽보다 30~50% 저렴한 가격에 가구를 판매하고 있다. 이는 중국의 인건비가 시간당 3~5달러(약 4050~6750원) 수준으로 시간당 20달러 이상(약 6만7500원)인 미국보다 훨씬 낮은 데다 대량 원자재 조달 그리고 중국 정부의 수출 보조금 덕분이라고 중국 구매 에이전트 사이트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중국의 수출 보조금에 관세로 맞서겠다는 입장이다. 궁극적으로는 미국 내 생산과 해외 생산 간 균형을 재편하고 가구 제조업을 다시 미국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목표라는 설명이다.

이미 2025년 초 관세가 도입된 이후 일부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시장 조사 및 전략 컨설팅 전문기업인 ‘모도르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이 조치가 아시아 공급업체들이 누리던 가격 우위를 줄였으며 이는 미국 내 생산을 장려하는 한편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들에게 선택지를 유지하게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시아의 저비용 국가로부터의 수입 감소는 국내 조달로의 전환이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25년 부과된 관세는 가격 격차를 더욱 줄였으며, 미시시피주에서 8000만 달러(약 10억8000만원) 규모로 확장된 애슐리 가구 투자가 미국 소파·가죽 가구 시장에 대한 신뢰를 보여준다”고 모도르 인텔리전스는 밝혔다.

하지만 모도르 인텔리전스는 숙련 인력 부족과 생산 능력 제한 등 가구 제조업의 미국 내 복귀를 늦출 수 있는 여러 과제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단기·장기적 영향

전문가들은 미국이 가구 산업이 단기와 장기 측면 모두에서 직면할 수 있는 추가적인 도전 과제를 제시했다.

미국 뉴욕 맨해튼 칼리지 경제·금융학부 조교수인 조르지오스 코이미시스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단기적으로 주방 캐비닛과 소파류에 부과되는 관세는 수입업체의 비용을 상승시켜 소비자들이 인기 있는 중간 가격대 상품에서 가격 인상을 체감하고 대폭 할인 기회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부 매장은 공급업체를 교체하거나 제품 라인을 줄일 것이고 이는 선택권 제한과 간헐적인 배송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장기적으로 일부 생산이 미국 공장으로 이전될 것으로 전망했다.

코이미시스 교수는 “이는 보다 안정적인 공급, 신속한 수리, 향상된 고객 서비스를 가능하게 할 수 있지만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가격은 이전보다 다소 높게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그는 소비자들이 낮은 가격대의 다양한 선택권 일부를 포기하는 대신 내구성, 서비스, 예측 가능한 배송을 얻는 쪽을 선호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미국 제조업체와 근로자에게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코너스톤 컨설팅 오거나이제이션’의 설립자이자 매니징 파트너인 빌 커런스는 미국 내 관세가 단기적으로 주택 소유자와 건축업자에게는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에서 수입 가구가 여전히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번 혼란이 궁극적으로는 장기적으로 미국 내 캐비닛 산업을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미 선도적인 트럭 제조업체들이 실행하고 있는 것처럼 가구업계에도 자동화, 운영 우수성 관행, 인공지능(AI) 기반 공급망 도구를 도입하면 국내 생산업체들은 수입 의존도를 줄이면서 생산 능력을 확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 런던 비즈니스 스쿨 강사이자 ‘듀크 기업교육’ 교수진인 레베카 홈케스 박사는 이번 새로운 관세가 미국 기업에 더 빠르고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녀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가구 생산은 지난 수십 년간 경쟁력 문제로 크게 감소했으며 단기간 내 이를 재건하는 것은 솔직히 쉽지 않다”고 밝혔다.

*이정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