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서 영화 ‘731’ 흥행…“현재진행형 강제 장기적출의 아이러니”

“731이 역사적 분노를 불러일으키며 극장에서 승승장구하는 지금, 현대 중국의 이 같은 실태가 알려진다면 중국인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일본군 731부대의 생체실험 만행을 고발한 중국 영화가 흥행 신기록을 세운 가운데, 한국 시민단체가 중국 당국의 강제 장기적출 문제를 지적하며 “역사의 아이러니”라고 비판했다. 과거 일본의 전시 잔혹행위를 고발하는 영화가 관객의 분노를 자극하는 사이, 오늘날 중국에서는 유사한 반인도적 범죄가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23일 사단법인 한국장기이식윤리협회(KAEOT)는 보도자료를 통해 “중국에서 영화 <731>이 흥행 신기록을 세운 것은 과거 만행에 대한 분노를 보여주는 현상”이라면서도 “정작 현대 중국에서 자행되는 강제 장기적출 의혹은 은폐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731>은 9월 18일 개봉 첫날 약 3억4,500만 위안(한화 약 485억 원)을 기록하며 760만 명 이상을 동원, 중국 영화 사상 최고 첫날 흥행 성적을 올렸다. 최근 민족주의 색채가 짙은 전쟁 영화들이 연이어 흥행하는 가운데, <731> 역시 같은 흐름 속에서 애국주의 정서를 자극했다.
KAEOT는 “영화는 731부대가 전쟁포로와 민간인을 대상으로 생화학 실험을 실시해 약 3천 명을 희생시킨 범죄를 고발하지만, 중국 내에서는 양심수를 대상으로 한 강제 장기적출과 같은 윤리적 참사가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6년 발표된 ‘피의 수확/학살 개정판(Bloody Harvest/The Slaughter: An Update)’ 보고서는 병원 데이터, 이식 건수, 증언 등을 분석해 ‘중국이 연간 6만~10만 건의 장기이식을 시행했으며, 이 과정에서 사형수나 구금된 양심수, 특히 파룬궁 수련자의 장기를 대규모로 적출했다’고 결론 내렸다. 해당 보고서는 캐나다 전 국무지원장관 데이비드 킬고어, 인권변호사 데이비드 메이터스, 언론인 에단 구트먼이 공동 집필했다.
대표적 사례로는 2012년 왕리쥔 전 충칭시 공안국장과 제3군의대 다핑병원 연구진이 개발한 ‘일차 뇌간 손상 충격 장치’가 거론된다. 이 장치는 공식적으로 동물 실험용으로 설명됐지만, 실제로는 뇌간을 정밀 타격해 뇌사를 유도하면서 심장 기능과 장기 보존을 유지하는 데 사용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장치가 장기 신선도를 높이기 위한 용도로 활용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관련 연구에서는 평균 연령 31세의 시신 12구가 사용됐다고 기록됐지만, “실험 대상이 실제 사망자였는지”를 두고 의문이 제기돼 왔다.
중국의 장기이식 논문들도 불투명한 장기 출처로 인해 국제 학계에서 잇따라 철회됐다. 호주 맥쿼리대 웬디 로저스 교수는 2019년 출처 불명 장기를 사용한 중국 논문 400여 편의 철회를 주도해, 네이처 선정 ‘올해의 10인’에 올랐다.
2019년 영국 런던의 ‘중국재판소’는 중국 당국이 오랜 기간 양심수를 대상으로 대규모 강제 장기적출을 자행해 왔다고 결론 내렸다. 피해자는 수십만 명에 이를 수 있으나, 중국 당국의 철저한 은폐로 정확한 수치는 파악되지 않는다.
국제사회는 중국의 강제 장기적출을 반인도 범죄로 규정하고 대응에 나서고 있다. 특히 올해 5월 미국 하원은 파룬궁 수련자 대상 강제 장기적출 관련자를 제재하는 ‘파룬궁 보호법’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KAEOT는 “중국 관객이 과거 일본군의 생체실험을 고발하는 영화에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정작 현재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장기적출 문제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있다”며 “이는 영화가 불러일으킨 분노와 정면으로 대비되는 현대 중국의 어두운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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