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남중국해 충돌 사건, 중국 해군의 심각한 문제 드러내

중국 해군의 052D형 구축함 구이린(Guilin)과 해안경비대 선박 난위(Nanyu)가 8월 11일(현지 시간) 남중국해 스카버러 암초 인근에서 필리핀 순찰함 BRP 술루안(Suluan)을 추격하던 중 고속으로 충돌했다. 중국 정부의 국방부는 나흘이 지나서야 모호한 성명을 내놓으며 책임을 필리핀에 떠넘기려는 태도를 보였다.
이번 사건은 중국 해군의 미숙한 항해술, 허술한 훈련, 그리고 중국 공산당(CCP) 지휘체계의 결함을 드러냈을 뿐 아니라 현재 중국 해군이 직면한 심각한 전략적 난제를 여실히 부각시켰다.
예견된 충돌
최근 몇 년간 중국 정권의 해군과 해경은 남중국해에서 필리핀 해군 및 민간 선박을 상대로 고속 추격을 빈번히 벌여왔다. 이러한 행동은 보여주기식 선전용 행위이자 개인의 군 경력에 점수를 쌓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 동원되는 중국 장교와 승조원들은 충분한 해양 전문성이나 관련 위험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이번에는 두 척의 중국 군함이 자신들의 거대한 체급을 믿고 무모하게 돌진했다. 구축함 구이린의 배수량은 7500톤, 해경선 난위(CCG-3104)의 배수량은 1440톤으로, 필리핀의 BRP 술루안이 321톤에 불과한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중국 측 운항자들은 더 중요한 사실을 간과했다. 대형 선박일수록 조종이 어렵다는 점이다. 영상 기록에 따르면 구축함 구이린도, 해경선 난위도 충돌을 막지 못했고, 그 결과 해경선 선수에 있던 여러 승조원들은 급히 몸을 피해야 했다.
해상 충돌은 육상 교통사고보다 훨씬 통제하기 어렵고, 선박이 클수록 위험은 더 커진다. 실제 상황을 가정한 표준화된 훈련이 부족한 데다 지휘관들은 전문성 없는 명령을 내리고 있어 중국 해군은 결국 이번과 같은 자초한 충돌을 피할 수 없었다. 그것은 단지 시간문제였다.
저숙련 전선 병력, 과대포장된 장비
중국 해군 장교와 병사의 전반적 군사 수준은 낮다. 중국이 보유한 052D형 구축함은 고가의 함정으로 역내 방공과 장거리 해상 작전을 위해 설계된 것이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구축함 구이린이 소형 선박을 들이받는 임무에 투입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 그런데도 이 구축함이 무모한 충돌 작전에 사용된 사실은 함장이 기초적인 해양적 판단력조차 갖추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만약 함정이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면 막대한 수리 비용은 물론 남중국해 함대가 보유한 제한된 구축함 전력에도 큰 부담이 됐을 것이다.
동시에 중국 공산당이 대대적으로 선전해 온 ‘최첨단’ 052D형 구축함은 주장된 성능을 충족하지 못했다. 당국의 선전은 이 구축함이 최대 30노트(시속 약 55.6km)에 도달할 수 있다고 했지만 정작 최대 속력 25노트(시속 약 46.3km)의 필리핀 중형 순찰함조차 따라잡지 못했다. 이는 중국 군함의 속력 성능이 과장됐음을 보여준다.
또한 056형 초계함들은 2021년 모두 중국 해안경비대로 이관됐다. 이 과정에서 무장이 제거됐고 성능은 한층 더 저하됐다. 최근 충돌 사고 이후 난위는 항해 불능 상태에 빠졌다. 비록 중국 공산당이 이후 개량형인 056A형을 도입했지만 초기형이 빠르게 퇴역한 사실 자체가 원형 함정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음을 방증한다. 056A형은 최대 속력이 28노트(시속 약 51.9km)로 필리핀 순찰함보다 다소 빠르긴 하지만 뚜렷한 속도 우위는 제공하지 못한다.
요컨대 중국 공산당이 이른바 ‘첨단’이라 선전하는 군함들은 대부분 선전 효과로 포장된 것이다. 실제 전투 성능은 미국, 일본 등 주요 해군 강국들에 한참 뒤처진다.
경직된 지휘, 책임 전가
이와 같은 고위험 추격 작전은 함장들의 자발적 판단이라기보다는 상부의 명령, 혹은 최소한 묵인에 따른 것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설령 현장 최전선 병력이 위험을 인식했더라도 감히 명령을 거역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구체적 정황이 어떠했든, 이번 사건은 중국 해군의 전문 역량 부족과 지휘체계의 깊은 결함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2024년 4월 23일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 위치한 인민해방군 해군 박물관에 전시된 중국 해군의 구축함 지난(오른쪽). ⎟ Wang Zhao/AFP via Getty Images
충돌 이후 중국 구축함은 즉각 작전을 중단하고, 피해 상황을 신속히 파악하며, 긴급 의료 조치를 제공하고, 바다에 추락한 인원을 구조했어야 했다. 그러나 구이린 구축함은 계속해서 필리핀 선박을 추격했고, 결국 구조 작전을 제안한 것은 필리핀 해안경비대였다.
사건 나흘 뒤, 중국 국방부는 책임을 필리핀에 전가하며 필리핀 선박이 “고속으로 여러 차례 돌진해 긴장을 조성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321톤짜리 필리핀 순찰선이 7500톤 구축함이나 1440톤 해경선을 의도적으로 들이받았다는 발상은 비논리적이다. 이번 상황은 책임을 회피하려는 중국 공산당의 오랜 태도와 더불어 상식의 근본적 결여를 여실히 드러낸다.
남중국해에서 드러난 중국 해군의 군수적 부담
스카버러 암초는 필리핀 본섬 루손에서 서쪽으로 약 120해리(약 222km) 떨어져 있지만 중국 하이난섬에서는 약 486해리(약 900km)에 위치한다. 중국 남해함대의 군함들은 이 지역에 상시 주둔할 수 없어 해경 선박의 임시 순찰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최근 몇 년간 미국, 일본, 호주, 필리핀이 공동으로 순찰을 강화하자 남해함대는 더 많은 구축함을 투입해야 했고 그 결과 군수적 부담은 두 배로 커졌다.
중국 공산당이 스프래틀리 제도(중국어명 ‘난사’)와 파라셀 제도(중국어명 ‘시사’)에 일부 섬 기지를 건설했지만 이러한 무인 전초기지는 보급 비용이 높고 실질적인 작전 기지로 기능할 수 없다. 구축함은 보급이 필요하기 전까지 단지 며칠 동안만 순찰할 수 있으며 항공모함 배치는 자원 부담을 더욱 가중시킨다.
겉으로는 남해함대가 수적으로 우세해 보이지만 긴 보급선은 심각한 취약점이다. 미군 항공기는 작전 지역 근처 필리핀 기지에서 운용할 수 있다. 전쟁이 발생할 경우 공중 지원이 없는 중국 함정은 쉬운 표적이 된다. 2023년 대부분의 중국 해군 항공 부대가 공군으로 이관된 이후 남해함대의 항공 지원 능력은 더욱 약화됐다.
게다가 중국 공산당은 여전히 대만 해협을 주요 전선으로 간주한다. 전시 상황에서는 중국 동해함대가 증강돼야 하므로 남해함대는 상대적으로 인력이 분산될 수 있다. 북해함대는 최근 러시아 연합 훈련과 태평양 공동 순찰에 참여하면서 작전 범위가 더욱 확대됐다. 동시에 중국 함대는 일본과 맞서고, 전시에는 동해와 황해를 방어해야 하므로 자원 부담이 가중된다.
중국의 세 주요 함대 기지는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 상호 지원이 어렵다. 각 함대는 자체적으로 힘을 보여줄 수는 있으나 완전히 발휘하지 못해 해군은 세 전선에서 동시에 작전을 수행해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결론
중국 정권의 어처구니없는 군함 충돌 사건 뒤에는 인력의 전문성 결여뿐 아니라 장비의 한계까지 드러나 있으며 혼란스러운 전략 계획으로 인한 전 영역의 열세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중국 군대는 고도로 정치화된 ‘공산당 군대’로 기능하며 장교와 병력은 전투 능력보다 정치적 충성도를 입증하는 데 책임을 지도록 되어 있다. 뿌리 깊은 부패와 무지는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공산당의 통제를 완전히 제거하지 않고서는 현대적이고 실력 있는 국방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번 해상 충돌은 단순한 사고를 넘어 중국 해군 내부에 깊이 자리한 구조적 위기를 보여주는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
*이정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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