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30만 유튜버 “공짜 중국 여행 제안 받았지만 거절” 폭로

“내가 중국 갔으면 진실 말하다가 사라졌을 수도” 일침
전문가 “中, 해외 인플루언서 동원 이미지 세탁 총력”
중국 공산당이 국제적 이미지 쇄신을 위해 해외 유명 인플루언서를 포섭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그 손길이 홍콩 유명 유튜버에게까지 뻗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유튜버는 “사람을 잘못 골랐다”며 공개적으로 거부해 화제가 되고 있다.
최근 말레이시아에 거주 중인 홍콩 출신 유튜버 저슨(JERSON)은 자신의 채널 커뮤니티를 통해, 중국 온라인 여행사 트립닷컴으로부터 받은 제안을 공개했다.
제안 내용은 “홍콩 유튜버 중국 본토 단체 여행”에 참가하면 비용 전액을 지원하겠다는 것이었다. 여행지는 쓰촨성, 신장 위구르 자치구, 티베트, 내몽골 등 국제 인권 단체들이 예의주시하는 지역이 포함돼 있었다.
제이슨은 이에 “이제는 홍콩 인플루언서 차례인가”라며 풍자했다. 그는 “나는 원래 욕을 달고 살고, 특히 진실을 말하는 걸 좋아한다”며 “만약 중국에 가서 영상을 찍으면 ‘거리엔 움직이는 부추(韭菜)가 보인다’, ‘2025년형 탱크? 솔직히 1989년 버전이 더 멋있다’고 말할까 봐 두렵다”고 했다.
‘부추’는 베어도 금세 다시 자라는 특성 때문에, 중국인들이 자신들을 공산당 정권에 끊임없이 수탈당하는 대상으로 자조적으로 부를 때 쓰는 은어다.
1989년은 톈안먼 민주화 시위가 유혈 진압된 해다. 제이슨은 “이런 말을 했다가 사람 자체가 사라질까 봐 두렵다”며, 진실을 말하면 입막음 당하거나 실종되는 공산당 치하 현실을 비판했다.
공짜 초청 뒤 현지서 통제… 협조 안 하면 영상 삭제
중국 공산당은 국제사회 비판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해외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이미지 개선 작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과거에는 직접 금전을 제시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기업·여행사 등을 통해 ‘무료 여행’을 미끼로 한 우회 방식을 주로 사용한다.
지난 6월 중국 관영 매체들이 ‘중국-글로벌 청년 인플루언서 교류 계획’을 내세워 구독자 30만 명 이상을 보유한 유튜버들에게 상하이·선전 등 주요 도시 10일 무료 여행을 제안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또한 일반인이나 외국인의 접근이 어려운 신장 위구르 자치구 등 제한 구역을 통행할 수 있도록 ‘특혜’를 주기도 한다.
이 경우 금전적 지원은 없더라도 ‘차별화된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튜버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유튜버들도 ‘내돈내산’을 내세우며 제작 지원은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지만, 여행 허가 등 특별대우를 받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입을 다문다.
돈을 받진 않았지만,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게 된 여행 유튜버들은 스스로 ‘순응’을 하게 된다. 정권의 입맛에 맞게 자율 검열을 하거나, 촬영한 영상이 강제로 삭제당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미리 몸을 사리며 문제가 될 만한 장면이나 상황을 피하는 것이다.
실제 초청에 응했던 일부 유튜버들은 “겉으로는 자유 여행처럼 포장했지만 일정은 철저히 통제됐다”며 “공산당을 찬양하는 내용을 담으라는 요구도 받았다. 거부하거나 (그들) 마음에 안 드는 영상을 찍으면 강제로 삭제당했다”고 털어놨다.
지난해 대만 유튜버 중밍셴(鍾明軒)은 중국 여행 영상을 올리며 친중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반면 구독자 100만 명을 보유한 대만 유튜버 보터왕(波特王)은 “중국 공산당이 대만 청년을 상대로 ‘인지전(認識戰)’을 벌이고 있다”며 양심 선언을 했다.
인지전은 특정 정보에 반복적으로 노출시켜 상대 판단을 흐리고 인식 구조 자체를 바꾸려는 심리·여론전의 일종이다. 예컨대 ‘틱톡’에서 친근하고 가벼운 중국 콘텐츠를 반복 접하다 보면, 공산주의 체제하의 중국인들의 삶을 긍정적으로 여기거나 동경하게 되는 현상도 그 일환이다.
대만 안보협회 허청후이(何澄輝) 부회장은 “중국 공산당은 아첨 정도를 원하는 게 아니라 완전한 통제를 원한다”며 “거부하거나 이용 가치가 없다고 판단되면 제거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치평론가 리린이(李林一)도 “이번 사건은 일부 해외 유튜버가 갑자기 친중으로 돌아선 배경을 보여준다”며 “중국 공산당이 매수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양심 있는 인플루언서는 이를 거절함으로써 장기적으로 대중의 지지를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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