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수도를 다시 깨끗하게”… 노숙인 강제 퇴거 촉구

미 연방정부, 워싱턴DC 행정 개입할 권한은 없어
시당국에 “치안 개선” 압박…내일 ‘수도 미화 계획’ 공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수도 워싱턴 DC를 “그 어느 때보다 안전하고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노숙인을 수도 밖으로 내보내는 방안을 제안하겠다고 10일(현지 시각)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SNS ‘트루스 소셜’에 수도 인근 지역의 거리에서 촬영된 텐트와 쓰레기 사진 여러 장을 올리며 “노숙인들은 즉시 떠나야 한다. 머물 곳은 제공하겠지만 수도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노숙인과 범죄자는 구분해서 대할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그는 “범죄자들은 떠날 필요 없다. 그들은 있어야 할 감옥에 넣겠다. 모든 일이 국경에서처럼 아주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백악관은 현재 트럼프 대통령이 노숙인을 워싱턴에서 퇴거시키는 데 어떤 법적 수단을 사용할 계획인지, 그리고 이후 그들을 어디로 보낼 것인지에 대한 질의에 답하지 않았다.
비영리단체 ‘커뮤니티 파트너십’에 따르면, 워싱턴에는 매일 밤 평균 3782명의 단기 거주 노숙인이 머물고 있으며 이 중 약 800명은 쉼터 없이 노숙한다. 나머지는 긴급 쉼터나 임시 주거시설에 머무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추가 게시물에서 11일 오전 10시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숙인 문제, 폭력 범죄, 수도 미화 계획 등을 발표하겠다고 했으나, 구체적인 실행 방안까지 공개할지는 확실치 않다.
그는 “기자회견에서는 수도의 범죄, 살인, 죽음을 끝내는 것뿐만 아니라 청결 유지와 물리적 환경 개선에 대해서도 다룰 것”이라며 현 워싱턴 DC 시장 뮤리엘 바우저를 지목해 “좋은 사람이지만, 기회가 많이 주어졌음에도 (워싱턴 DC) 범죄율은 나빠지고 더 지저분해지고 매력 없어졌다”고 비판했다.
이어 “텐트, 비참한 환경, 쓰레기, 범죄가 나타나기 전 워싱턴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도였다”며 곧 아름다운 환경을 회복하게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트럼프의 이번 발언을 민주당이 우세한 워싱턴 DC에 대한 의도적 깎아내리기라는 프레임으로 접근하고 있다. 트럼프가 워싱턴 DC의 치안과 위생 상태를 거듭 비판해 왔지만, 워싱턴 지방 당국은 범죄율이 개선되고 있다고 반박해 왔기 때문이다.
지난 6일에는 앞서 3일 발생한 사건, 즉 연방정부 직원이 10대 갱단에게 차량을 빼앗기고 폭행을 당한 사건을 두고 트럼프와 워싱턴 DC 시 당국 간에 날 선 공방이 오갔다.
트럼프는 “워싱턴 DC 범죄는 완전히 통제 불능 상태다. 14세, 15세, 16세에 불과한 청소년과 갱단이 무고한 시민을 무차별로 공격하고 있지만, 이들은 강도·폭행·총격을 가한 뒤에도 곧바로 풀려난다”며 “이렇게 방치된다면 연방정부가 직접 시를 운영해 범죄자들이 더 이상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민주당 소속 바우저 시장은 MSNBC 방송에서 “수도가 범죄 급증을 겪고 있지 않다”며 “2023년에 큰 폭의 범죄 급증이 있었지만, 지난 2년간 폭력 범죄를 30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낮췄다”고 반박했다. 워싱턴 경찰에 따르면 올해 1~7월 폭력 범죄는 전년 대비 26% 감소했고, 전체 범죄도 약 7% 줄었다.
다만, 바우저 시장은 대통령이 필요할 경우 최근 로스앤젤레스 시위 진압 때처럼 워싱턴에 주방위군을 투입할 수 있다며, 치안 상황이 악화될 경우 주방위군 투입 카드를 동원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워싱턴 DC는 1970년 의회 결정에 따라 연방정부 지구로 설치돼 정부 예산을 배정받아 왔다. 그러나 시장과 시의회는 주민들이 직접 선출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워싱턴 DC를 연방 직할로 전환하려면, 의회가 현행 관련 법 폐지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저작권자 © 에포크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