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라이프치히: 공산주의 몰락을 이끈 독일의 역사 도시

2025년 08월 04일 오후 3:36
1980년대 반공 시위대의 주요 집결지였던 라이프치히의 성니콜라이교회는 밝고 깔끔한 신고전주의 양식의 내부를 갖추고 있다 | Cameron Hewitt, Rick Steves' Europe1980년대 반공 시위대의 주요 집결지였던 라이프치히의 성니콜라이교회는 밝고 깔끔한 신고전주의 양식의 내부를 갖추고 있다 | Cameron Hewitt, Rick Steves' Europe

오늘의 라이프치히는 평화롭지만, 40여 년 전 이곳은 독일 현대사를 바꾼 조용한 저항의 무대였다.

한때 공산 국가 동독에 갇혀 있었던 이 도시는 이제 경제와 문화의 중심지로 활기를 띠고 있다. 라이프치히는 역사적으로도 깊은 의미를 가진 도시로, 마르틴 루터, 괴테,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 펠릭스 멘델스존, 리하르트 바그너, 앙겔라 메르켈 등 독일을 대표하는 수많은 유명 인사가 머물렀던 곳이다.

라이프치히를 방문해야 할 이유는 많다. 음악을 좋아한다면 바흐가 성가대 지휘자로 활동했던 성 토마스 교회와 그의 업적을 기념하는 바흐 박물관은 꼭 들러볼 만하다. 미술을 좋아한다면 뛰어난 컬렉션을 자랑하는 라이프치히 미술관을 추천한다.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도시 외곽의 나폴레옹 전투 현장을 둘러볼 수 있고, 트렌디한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면 도심 남쪽에 있는 ‘카를리(Karli)’ 거리를 가보면 좋다.

하지만 라이프치히가 정말 특별한 것은 이 도시의 주민들이 공산주의를 무너뜨린 ‘평화 혁명’의 선두에 섰기 때문이다. 베를린 장벽 위에서 환호하는 유명한 장면은 사실 1982년 라이프치히에서 시작된 조용한 시위에서 비롯되었다. 이 시위는 1989년까지 이어진 대규모 시민 불복종 운동으로 발전했고, 예상치 못한 평화적 성격에 당황한 공산 정권은 결국 아무런 저항도 못 한 채 시위를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

이 역사적 사건의 중심에는 1165년에 세워진, 도시에서 가장 오래된 성 니콜라스 교회가 있었다. 1980년대 이곳의 기도 모임은 공산주의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이는 장소가 되었고, 결국 평화 혁명의 주요 무대가 됐다. 시민들은 교회 안에 모일 때마다 밖으로 나가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랐지만 용기를 잃지 않았다. 지금 교회 앞에는 이 혁명을 기념하는 기둥과 밤에 다채로운 불빛을 밝히는 바닥 패널이 설치돼, 당시의 다양한 생각과 견해를 상징하고 있다.

미테 지역의 거리 곳곳에서는 평화 혁명을 기념하는 화려한 벽화들을 볼 수 있다. 또 동독 시절의 역사를 깊이 다룬 박물관 두 곳도 꼭 가볼 만하다. 첫 번째는 동독 비밀경찰 슈타지가 사람들을 체포하고 심문했던 악명 높은 ‘둥근 모서리 건물(Runde Ecke)’에 자리한 슈타지 박물관이다. 이곳은 1990년 시민위원회가 슈타지의 잔혹한 행위를 알리기 위해 임시로 만든 곳이었지만, 지금까지 그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

두 번째는 독일 정부가 지원하는 현대사 포럼이다. 이곳에서는 1945년부터 1990년까지 분단 독일의 삶을 동독 중심으로 생생하게 보여주고, 서독과 비교하는 전시도 함께 하고 있다. 현대적인 전시 방식에 오디오 가이드까지 더해 당시 상황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두 박물관도 잘 다루지 않는, 동서독 사람들 사이의 심리적 차이가 여전히 남아 있다. 서독 출신으로 지금 동독 지역에서 사는 한 가이드는 동독 출신 아내와 함께 식사를 하면서, 동서독 간 ‘혼합 결혼’이 독일 전체 결혼의 약 1%에 불과하고 통일 이후 수십 년이 지났어도 서독인 절반은 여전히 동독 지역에 가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아내는 “사람들은 여전히 자기 편견을 마주하는 걸 꺼린다”고 덧붙였다.

라이프치히 사람들이 용기 있게 공산주의 정권에 맞서 시위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가이드의 아내는 자신도 당시 조용한 저항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사람들은 촛불을 두 손으로 감싸 쥐며 자신들이 비무장임을 알렸고, 어떤 이들은 아기를 안고 나와 인간 방패 역할을 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남편은 처음 듣는 얘기였는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라이프치히는 과거 동독(베를린·드레스덴)과 서독(프랑크푸르트·뉘른베르크) 사이에서 두 세계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전통적인 독일 도시의 고풍스러운 매력은 조금 부족할 수 있지만, 그 깊고 흥미로운 역사만으로도 유럽 여행에서 꼭 가봐야 할 도시임은 분명하다.

*박병원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