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美 7월 고용 ‘쇼크’…트럼프, 통계 조작 논란 노동통계국장 해임

2025년 08월 02일 오후 12:29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노동부 청사에 걸린 노동부 휘장. | 로이터/연합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노동부 청사에 걸린 노동부 휘장. | 로이터/연합

5·6월 고용 수치도 대폭 하향…연준 소수 의견 “고용 위축” 사실로
트럼프 “통계국장, 중요한 수치를 정치적 의도로 왜곡” 비판

미국의 7월 고용시장이 예상보다 큰 폭으로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발표된 5·6월 통계도 대폭 하향 조정되면서 금융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정확한 고용 수치는 필수이며, 정치적 목적을 위한 왜곡은 용납할 수 없다”며 에리카 멕엔타퍼 노동통계국장의 해임을 지시했다. 멕엔타퍼는 민주당 성향으로 분류되는 인물로, 전임 조 바이든 대통령에 의해 지명됐다.

미 노동통계국은 7월 신규 고용이 7만3000명에 그쳤다고 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11만5000명)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노동통계국은 5월과 6월 고용 증가 수치도 각각 12만5000명, 14만7000명에서 1만9000명, 1만4000명으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이처럼 두 달 사이 수정된 수치가 25만8000명에 달하게 되자, 경제학자 어니 테데스키는 “팬데믹 시기를 제외하면 1979년 이후 최대의 두 달 연속 하향 조정”이라고 평가했다.

고용 부진에 대한 우려로 미 증시는 하락 마감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약 2% 급락했고,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와 S&P500 지수도 1% 이상 떨어졌다. 미 국채 금리는 전반적으로 하락했으며, 10년물은 4.28% 아래로, 2년물은 3.79%로 떨어졌다. 달러 인덱스도 0.8% 하락하며 상승세가 꺾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고용지표 발표 직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멕엔타퍼 국장이 2024년 대선 전에 고용 수치를 부풀려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의) 승리 가능성을 높이려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처럼 중요한 수치는 공정하고 정확해야 하며, 정치적 목적을 위한 조작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에리카 맥엔타퍼 미 노동통계국국장 | 노동부 홈페이지

노동통계국은 2024년에만 바이든 행정부의 일자리 창출을 81만8000명 과대 집계한 사실이 노동부 감사 과정에서 드러나 논란이 됐다. 이에 공화당은 바이든 행정부가 해리스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통계를 의도적으로 조작했다고 주장해 왔다.

정치적 논란과 별개로, 노동통계국의 잦은 통계 방식 변경이 정책 혼선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멕엔타퍼 국장은 에포크타임스의 논평 요청에 즉답을 피했다.

잘못된 고용 통계, 연준 ‘금리 동결’ 결정에 영향 미쳤나?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올해 들어 인플레이션 우려를 이유로 기준금리 인하를 유보해 왔다. 하지만 고용 둔화 조짐이 현실로 나타나면서 금리 결정 방향에도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연준은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물가 안정과 최대 고용을 양대 목표로 삼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 상승이 우려되더라도, 고용이 약해 경기 둔화가 우려된다면 통화정책 결정에 중대한 새로운 요인이 됐을 수 있다.

실제로 지난달 30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동결 결정에는 2명의 위원이 고용 위축을 우려해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 이례적 현상이 발생했다.

연준 이사인 크리스토퍼 월러 위원은 “노동시장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으므로 선제적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연준 부의장 미셸 보우먼 위원은 “관세 인상으로 인한 물가 상승은 일시적”이라며 고용 위축 가능성에 주목했다.

이틀 뒤 발표된 고용 통계는 이 같은 우려를 사실로 확인시켰다. 6월 구인·이직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구인 건수는 743만 건으로 줄었고, 자발적 이직자 수는 3만1000명 감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멕엔타퍼 국장의 ‘정치적 의도에 따른 수치 조작’ 가능성을 제기한 것도 이러한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트럼프는 “연준 의장 제롬 파월도 이제 물러나야 할 때”라며 연준에 대한 압박도 이어갔다.

정확한 통계의 중요성에 대해선 연준의 파월 의장도 동의하고 있다. 그는 지난 기자회견에서 “정확한 통계는 연준뿐 아니라 정부와 민간 부문 모두에 중요하다”며 “100년 동안 우리는 이 점을 개선해 왔다”고 말했다.

일부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해임 지시가 ‘통계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으나, 이들 언론에서 지난해 80만 명 이상 신규 고용을 부풀려 사실상 민주당 후보를 지원했다는 논란이 일었음에도 또 다시 대규모 통계 오류를 일으켜 정책 결정에 영향을 끼친 멕엔타퍼 국장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한편, 노동통계국은 거듭된 통계 오류에 대해 추가 자료를 확보한 후 초기 수치를 수정하는 경우가 많다는 입장이다. 통계국 홈페이지에서는 “월별 수정은 마지막 추정치 발표 이후 기업 및 정부 기관에서 접수된 추가 보고서와 계절적 요인 재계산을 통해 이루진다”라고 설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