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는 현대전 탄환…中 공급망 무기화는 안보 위협” 美 싱크탱크

“中, 시장 경쟁 아닌 기술 베끼기와 보조금으로 세계시장 지배”
“미국·동맹국이 공동 대응 나서야… 민간투자·광물확보가 관건”
중국공산당이 국제 시장 질서와 어긋나는 ‘비시장적 수단’으로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을 무기화하고 있으며, 이를 타개하려면 미국과 한국 등 동맹국이 민관 통합 전략을 서둘러야 한다는 경고가 나왔다.
미국의 민간 싱크탱크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 ‘베이징의 플러그를 뽑다(Unplugging Beijing)’를 통해 “중국의 전략은 본질적으로 기생적”이라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국제 규범을 따르는 타국과 달리, 중국은 이를 악용해 스스로는 규칙을 어기는 방식으로 세계를 조종해 왔다”며 그 대표적인 사례로 전기차·배터리 산업을 제시했다.
中, 왜 배터리를 장악하려 하나… “현대전의 탄환이자 전략 자산”
오늘날 고성능 배터리는 자동차, 스마트폰, 공장, 전력망 등 다양한 산업에 핵심 부품으로 사용된다. 또한 드론, 전자전 장비, 지능형 무기체계 등 현대전 주요 전력 구성에 배터리가 필수화되면서 사실상 ‘군사 작전의 총알’ 역할을 한다.
중국공산당은 이러한 총알 군수공장을 장악한 상태다. 배터리 생산은 리튬, 코발트, 니켈, 구리, 망간, 흑연 등 ‘핵심 광물’에 크게 의존하는데, 현재 중국은 전 세계 리튬의 65%, 흑연의 85%, 양극재의 70%, 음극재의 85%, 그리고 활성 음극재의 최대 97%를 정제·가공하고 있다는 게 보고서의 설명이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중국 업체들의 배터리 출하량은 약 1215기가와트시(GWh)로, 전 세계 총 출하량 1545GWh 가운데 80%가량을 차지한다. 전기차 배터리만 놓고 보면 중국의 시장 점유율은 63.5%에 달한다. 한국의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 등은 23.1%, 일본 파나소닉은 6.4%에 그친다.
특히 흑연은 전 세계 배터리용 흑연의 95% 이상을 중국이 가공하고 있다. 문제는 중국산 흑연이 값싼 가격과 환경 오염 허용 정책으로 가격 경쟁력을 갖춘 반면, 다른 국가에서는 이를 대체할 기술과 생산 인프라가 아직 미흡하다는 점이다.
“배터리는 전력 시대의 핵심 무기”…中 공산당, 10년 전부터 추진
대만 중화경제연구원 국제경제소의 다이즈옌(戴志言) 연구원은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과거 석유가 가장 중요한 무기였다면, 전력 시대에는 배터리 기술이 가장 중요한 무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중국공산당은 2010년대 초반부터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을 국가 전략으로 수립했으며, 2015년 ‘중국제조2025’ 계획에 이를 포함시켰다. 전기차 국가 보조금도 자국 배터리를 사용할 때만 지급되도록 설계했다.
다이 연구원은 “과거 일본의 파나소닉이나 소니는 자사 브랜드에만 배터리를 공급했지만, 중국 업체들은 외부 공급에도 적극적이었다”며 “이런 전략이 중국 배터리 산업의 외연 확장에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대만 국방안보연구원 전략·자원연구소 쑤쯔윈(蘇紫雲) 소장은 “중국공산당은 희토류와 희귀 금속을 미래 핵심 전략자원으로 분류하고, 전 세계 원광 확보부터 소재 정제, 완제품 제조까지 전체 공급망을 국가 전략에 편입시켰다”고 분석했다.
서방이 환경 보호를 위해 규제를 강화하는 사이, 중국공산당은 이를 역이용해 기술과 설비를 들여오고 이를 기반으로 자국 정제업을 육성했으며 남미·아프리카 광산을 인수해 수직 계열화를 완성했다는 것이다.
비시장 전략으로 글로벌 장악… “기업 아닌 국가가 경쟁자”
민주주의수호재단은 보고서에서 중국이 전 세계 배터리 공급망을 무기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중국공산당의 지시에 따라 국가 보조금, 지식재산권 강제 이전, 덤핑을 포함한 비정상적인 가격 정책 등을 활용해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시장에 참여는 하면서도 규칙은 지키지 않는 이중 플레이를 하며, 경쟁자들을 의도적으로 약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이나 서방 다른 국가에는 규칙 준수를 유도하면서 자신은 반칙으로 게임의 질서를 흐리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는 기업 간 경쟁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시장 지배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다이 연구원도 이러한 지적에 동의했다. 그는 “특허나 규제 같은 글로벌 기준이 중국에선 다르게 적용된다”며 “외국은 시장을 개방했지만, 중국은 비관세 장벽을 통해 역으로 외국 기업의 진출을 가로막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중국은 2009년부터 2023년까지 전기차 산업에 약 2309억 달러(약 316조 원) 규모의 보조금을 쏟아부었다. 이는 같은 기간 미국의 74억 달러(약 10조 원) 지원에 비해 압도적인 규모다.
보고서는 “중국의 보조금은 수익성을 무시하고 점유율만 노리는 기업 전략을 가능하게 했다”며 “이는 글로벌 공급망을 위협하고, 타국의 경제안보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기술은 베꼈지만 품질 관리 미흡…불량 문제 불거져”
대만 경제전문가 황스충(黃世聰)은 “중국공산당은 모든 산업 분야에서 ‘출혈 경쟁’으로 점유율을 높이는 전략을 쓴다”며 “전기차와 배터리 모두 이익 없이 판매하면서 세계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서방은 자본 시장 논리에 따라 손실이 나면 투자를 줄이지만, 중국은 손실을 보면서도 정부·은행·정책의 지원을 받아 규모를 확장한다”며 한동안 해외 시장에서는 소비자들이 저렴한 가격에 이끌리지만 장기적으로 해당 국가의 경제를 약화시킨다고 말했다.
다이 연구원은 “중국 배터리는 외국 기술을 모방하거나 불법 취득한 경우가 많다”이라며 “설계 완성도가 낮아 (배터리액) 누수, 과열, 폭발 등 안전 문제가 잦다”고 지적했다.
또한 “하청업체 부품을 이용할 경우, 표시된 스펙과 실제 적용된 품질 기준이 달라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할 위험이 크다”며 최근 중국의 보조배터리 업체도 하청업체가 저품질 부품을 사용해 소비자 피해가 대량으로 발생한 끝에 경영난에 빠졌다고 설명했다.
민주주의 수호재단 보고서는 “중국은 과잉 생산을 외국 시장에 의존해 해소하고 있다”며 “이는 역설적으로, 중국을 시장에서 배제하면 통제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의 지난해 리튬 배터리 수출액은 6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유럽은 최대 수출 시장으로, 2023년 중국 전기차의 약 40%가 EU로 수출됐다. 현재 EU와 미국은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시장 교란을 막고자 중국산 전기차와 배터리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황스충은 “중국공산당의 산업 전략은 자국의 이익을 극단적으로 추구하면서 세계 경제에 점점 더 많은 실질적인 피해를 주고 있다”며 “이제는 EU, 미국뿐 아니라 더 많은 국가가 중국의 산업 침투를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급망과 가격을 통제해 다른 나라를 쓰러뜨리려던 전략이 되레 자국 기업을 고립시켜 자멸의 길로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 동맹국과 협력하면 2~3년 내 공급망 재편 가능”
보고서는 “중국은 이미 흑연 수출 통제와 배터리 관련 기술 금수 조치를 통해 미국과 동맹국을 겨냥하고 있다”며 “이는 미국의 국가안보에 중대한 위협”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첨단 배터리는 원래 미국이 발명했고, 과거엔 리튬 생산·정제의 선도국이었다”며 “지금도 민간 투자를 유도하고, 핵심 광물 비축과 기술 인재 육성 등 전략적 접근을 통해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의 공급망 지배는 스스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며 “미국과 동맹국은 지금이야말로 반격의 타이밍”이라는 평가도 덧붙였다.
쑤 소장은 “서방 국가들이 기술은 갖고 있었지만 환경 규제로 상업화하지 못했을 뿐”이라며 “2~3년 내에 인도나 동남아 국가들과 협력해 빠르게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은 이미 생산 기반과 기술력을 갖추고 있으며, 일본 파나소닉은 세계 최고 수준의 배터리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은 결코 중국공산당에 대한 압박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 1기부터 시작된 전략은 단순한 관세 전쟁이 아닌, 화폐·금융 등 전방위 전쟁의 일부”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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