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공산당, 미 법원 악용해 비판 봉쇄하고 미국 이익 훼손” 美 의회 증언

중국 공산당이 미국 법원을 악용해 비판 세력을 검열하고 자국의 이익을 관철시키는 동시에 미국의 이익을 해치고 있다고 전문가들이 22일(현지시간) 열린 미 의회 청문회에서 증언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 같은 중국 정권의 전략은 일종의 ‘법률전(Lawfare)’ 또는 ‘법률 전쟁’으로 불리며, 제3자를 내세워 표적 인물에게 소송을 제기하게 하고 막대한 법률 비용 부담을 지우거나 미국 법 체계를 교묘히 활용해 중국 측 불법 행위자들이 법적 책임을 피하도록 하는 방식이 포함된다.
에밀리 드 라 브뤼에르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은 이날 청문회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베이징은 미국의 법과 규정 그리고 그 집행 방식까지도 좌우하려 들며, 많은 경우 중국 자원이나 이익에 의존하게 된 미국 내 기관들을 통해 이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드 라 브뤼에르 연구원은 “중국 정권은 자국의 길을 막는 이들을 처벌하기 위해 미국 법률 시스템을 기꺼이 활용하려는 의지를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하원 법사위원회 산하 법원·지식재산권·인터넷 소위원회 위원장인 대럴 아이사(공화·캘리포니아) 의원은 이날 청문회 모두발언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이러한 일들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우리는 이런 악용 사례를 범죄 조직, 인신매매, 마약 밀수, 상업 사기에서 이미 목격해 왔다. 이것은 특정 국가에만 국한된 일이 아니지만 강대국이 이를 조직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은 특히 우려스럽다.”
이어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이는 하루 1만 건 이상 발생하는 사이버 공격을 넘어서고, 그들의 스파이 활동을 넘어서며, 중국 내 기업에 대한 각종 탄압을 넘는 수준이다. 실제로 그들은 미국의 특허 제도, 상표 제도, 법원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이용하고 있다. 우리는 더 이상 이런 남용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이 사안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
‘카르텔’의 표적
중국의 법률전 피해자 가운데 하나는 미국의 대표적인 주철 배관 제조업체 ‘샬럿 파이프 앤 파운드리(Charlotte Pipe and Foundry)’다. 청문회에 출석한 이 회사의 브래드퍼드 뮬러 부사장은 자사 제품을 방어하기 위해 약 700만 달러(약 94억5000만원)를 소송 비용으로 지출했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 경쟁 업체들이 제3국을 우회해 미국의 대중(對中) 관세를 회피한 뒤 정상적으로는 도저히 맞출 수 없는, 비정상적으로 낮은 가격에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샬럿 파이프 앤 파운드리는 우연한 계기로 자사 브랜드가 도용된 사실을 알게 됐다. 싱가포르에서 열린 한 무역 박람회에서 한 남성이 자사와 동일한 회사 이름과 로고가 인쇄된 명함을 배포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 명함에 적힌 주소는 중국 상하이에 있는 건물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에 회사는 중국 현지 로펌을 고용해 법적 대응에 나섰지만 아무런 진전도 없었다고 뮬러 부사장은 밝혔다. 그는 이어 “소규모 기업들은 이런 법적 대응을 감당할 능력이 없는 바람에 많은 기업들이 지금 문을 닫고 있는 실정”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2011년 4월 21일 중국 내몽골 바오터우 시의 한 공장에서 대형 강철 파이프를 통해 가공 중인 희토류가 물에 떨어져 냉각되고 있다. ⎥ Frederic J. Brown/AFP via Getty Images
뮬러 부사장의 경험은 중국 공산당이 이런 전술을 어떻게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에 불과하다.
지식재산권 소송을 통해 중국 정권은 소송의 ‘증거개시 절차(discovery)’를 이용함으로써 귀중한 기술에 접근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소송 당사자 간에 재판 전 증거를 교환하게 되며, 이를 통해 기술 정보가 유출될 위험이 생기는 것이다.
드 라 브뤼에르 연구원에 따르면 베이징은 미국 내 대리인 네트워크를 통해 영향력을 확장하면서 자국에 유리한 정책 혜택을 누리고 있으며 동시에 미국 체제를 약화시키기 위한 영향력 네트워크를 공고히 하고 있다.
그녀는 “중국 산업 전반은 민간 부문이 아니라 하나의 카르텔”이라고 지적했다.
드 라 브뤼에르 연구원은 이어 “미국에 진출해 있는 중국 기업들을 포함해 중국 기업들은 중국 체제의 일원이며 서로 담합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정권의 법률전 공세에서 주요 표적 가운데 하나는 션윈공연예술단이다. 션윈은 파룬궁(法輪功) 수련자들이 설립한 단체로, 공산화 이전 중국의 전통문화를 무대에 올리고 중국 공산당의 신앙 탄압 실태를 조명하는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2022년 말 시진핑(習近平) 중국 공산당 총서기는 고위 당국자들에게 미국의 법률 체계를 활용해 파룬궁을 공격하고 허위 정보를 퍼뜨리란 지시를 내렸다.
이후 중국 공작원들이 미국에서 국세청(IRS) 요원을 매수하려 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는 션윈의 비영리단체 자격을 박탈하려는 시도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법원 문서에 따르면 이 사건으로 형을 선고받은 두 명의 남성은 션윈 본부가 위치한 뉴욕주 오렌지카운티를 직접 방문해 파룬궁 수련자들을 감시하고 현지에서 ‘파룬궁 공동체의 성장을 저지하기 위한’ 환경 소송 자료를 수집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중국과 광범위한 사업 관계를 가진 한 미국인이 션윈 본부를 상대로 여러 건의 환경 소송을 제기했으나 모두 법원에서 기각됐다.
가장 최근 소송에 대해 판사는 ‘기각 후 재제기 금지(dismissed with prejudice)’ 판결을 내렸다. 이는 해당 소송을 다시 제기할 수 없다는 의미다.

2023년 10월 1일 미국 뉴욕주 오렌지카운티 커더백빌에 위치한 션윈공연예술단의 드래곤스프링스 캠퍼스 남문 바깥 정원. ⎜ Cara Ding/The Epoch Times
위축 효과
법률전은 정권에게 있어 매우 편리한 도구다. 뉴욕주 호프스트라대학 법학전문대학원의 헌법학 교수 줄리언 쿠는 “법률전은 합법성이란 겉옷을 입고 작동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에포크타임스에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매우 영리하게 이점을 취하는 방법”이라고 법률전을 설명했다.
법정에 가는 데 드는 비용부터 막대하며, 변호사들도 보복성 소송에 휘말릴 우려 때문에 사건 수임을 망설일 수 있다고 쿠 교수는 덧붙였다.
쿠 교수는 “법률전은 단순히 위협으로 사람들을 위축시키는 데에도 매우 효과적”이라며 “상당한 비용이 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중국계 이민자들은 미국 법원 제도에 익숙하지 않아 더욱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드 라 브뤼에르 연구원은 에포크타임스에 “중국 정권이 미국 법률 체계를 조작해 비판 세력을 공격하는 데 성공한다면 이는 ‘침묵 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의회 청문회에서 “사람들은 이미 공개적으로 알려진 문제에 대해서조차 정권에 반대해 발언하는 것을 두려워할 것”이라며 “그만큼 위험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쿠 교수와 드 라 브뤼에르 연구원 모두 소송 당사자의 배경에 관한 공개 의무를 강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쿠 교수는 “우리는 다른 상황에서 중국 공산당의 견해를 홍보하는 블로그나 기타 활동을 할 경우 외국 대리인으로 등록하도록 요구한다”면서 “하지만 소송 자금을 지원하는 경우에는 이를 공개할 의무가 없다는 점이 이상하다”고 말했다.
드 라 브뤼에르 연구원은 ‘외국 대리인 등록법(Foreign Agents Registration Act)’이 외국 적대 세력과 대리인의 활동 정보를 얻는 데 지침 역할을 해왔다고 밝혔다.
그녀는 “미국 기업들과 법률 사무소는 중국과의 관계를 가능한 한 최대한 제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5년 2월 20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기자회견 중인 공화당의 케빈 카일리(캘리포니아) 하원의원. ⎟ Patrick T. Fallon/AFP via Getty Images
공화당 소속 케빈 카일리(캘리포니아) 하원의원은 중국 정권의 법적 남용에 대해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의회가 미국의 개방성을 악용하는 정권 행태를 막기 위해 이번 청문회에서 제시된 제안들, 예를 들어 △미국 법원이 외국 법원의 판결을 존중할 경우 외국 법원도 미국 법원의 판결을 고려하도록 요구하는 방안과 △근거 없는 소송을 억제하는 조치를 신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일리 의원은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는 많다. 하지만 이는 심각한 문제”라고 밝혔다.
쿠 교수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한 걸음씩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정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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