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희토류 무기화한 베이징…서방 세계는 어떻게 대응하나

2025년 07월 09일 오후 8:42
2020년 1월 30일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 패스에 위치한 'MP 머티리얼즈'의 희토류 노천광 모습. MP 머티리얼즈는 이전 소유주가 파산한 후 2017년 7월 해당 부지를 인수했다. ⎜ Steve Marcus/File Photo/Reuters2020년 1월 30일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 패스에 위치한 'MP 머티리얼즈'의 희토류 노천광 모습. MP 머티리얼즈는 이전 소유주가 파산한 후 2017년 7월 해당 부지를 인수했다. ⎜ Steve Marcus/File Photo/Reuters

올해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서방이 중국으로부터 공급망 독립을 모색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물건 하나를 들어 보였다. 바로 희토류 자석이었다.

“이 자석은 에스토니아에서 제조됐고, 캐나다 기업이 호주산 원자재를 사용해 만들었으며, EU의 ‘공정 전환 기금’ 지원을 받았다.” 폰 데어 라이엔 위원장은 6월 15일(이하 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한 주요국 정상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해당 기금은 모든 온실가스 배출을 순제로(net-zero)로 만들려는 EU의 목표 달성을 위해 재정적 지원을 제공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세계 희토류 정제의 90%를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체 공급망을 통해 생산된 희토류 자석은 주목할 만한 사례다.

희토류는 고온에 견디는 자석 제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며 현대 제조업에 필수적인 자원이다. 이들 자원이 없으면 소비자들은 희토류가 들어가는 디스플레이, 배터리, 모터 등을 사용하는 자동차와 전자제품의 부족 사태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첨단 무기 시스템도 마찬가지다. 미국 국방부에 따르면 F-35 전투기 한 대에는 900파운드(약 408kg) 이상 희토류 금속이 필요하며 원자력 추진 공격 잠수함 한 척에는 9000파운드(약 4080kg) 이상 희토류가 사용된다.

희토류가 ‘희귀(rare)’하다는 명칭을 가진 이유는 지각 내 존재량이 적어서가 아니라 자연 상태에서 낮은 농도로 존재하며 다른 금속과 분리하는 데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중국은 희토류 채굴뿐 아니라 분리, 정제, 자석 제조에 이르는 전체 가치사슬에서 압도적 지배력을 갖고 있다.

이러한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바탕으로 베이징은 미‧중 무역전쟁에서 희토류를 전략적 무기로 활용해 왔다.

중국은 올해 5월 스위스 제네바, 6월 영국 런던에서 미국에 희토류 금속을 제공하기로 합의했지만 실제로는 지난 4월 수출 규제가 시행된 이후 공급량이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자국 내 공급망 육성을 위해 규제 완화 및 투자 확대를 추진 중이다. 미국은 이미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0년대에 중국의 핵심 광물 자원 지배를 인식했으며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통해 제조세 공제 및 연방 대출 지원 정책을 도입했다.

전문가들은 서방의 희토류 대체 공급망 구축 의지가 이제 중대한 전환점을 맞았다고 평가하고 있다. 과거처럼 중국이 수출 통제를 해제하고 값싼 제품(희토류 원소 및 가공품)을 다시 시장에 넘치게 공급한다 해도 더 이상 그 노력을 늦추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희토류를 채굴·정제하는 ‘레어 엘리먼트 리소스’의 최고경영자(CEO) 켄 무신스키는 “미국의 희토류 공급망 독립 추진은 ‘100% 확실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가진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 및 국방부 관계자들과의 면담 내용을 바탕으로 “현재 이 사안에 대한 관심은 매우 크며 미국 내 공급망 구축 필요성에 대해서도 완전히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워싱턴D.C.든 와이오밍 주정부든 내가 만나는 모든 인사와 부처가 한목소리로 이 사안을 시급히 전면 이행해야 할 국가적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2025년 6월 16일 캐나다 카나나스키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왼쪽부터)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안토니우 코스타 유럽이사회(EUCO) 의장,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회담을 갖고 있다. 정상들은 희토류 확보 전략과 중국 의존도 축소 방안에 합의했다. ⎜ Chip Somodevilla/Getty Images

레어 엘리먼트 리소스는 현재 미 에너지부와의 비용 분담 협약에 따라 시범 공장을 운영 중이며 향후 2~3년 내에 본격적인 상업 생산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럽정책분석센터(CEPA)의 수석 연구원인 기술 전문가 제임스 루이스는 미국이 자국 내 희토류 공급망 구축에서 가시적인 진전을 보이기 시작할 시점이 약 2년 후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루이스 연구원은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익이 보장되고 규제 장벽이 해소됐다고 판단된다면 사람들은 희토류 산업에 뛰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시간과의 경쟁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1월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이후 핵심 광물의 채굴과 정제에 관여하는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총 11건의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이들 명령은 인허가 절차 완화와 자금 지원을 골자로 하고 있다.

미 에너지부는 6월 말 광산업체들의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해 ‘전국환경정책법(NEPA)’에 대한 새로운 지침을 발표했다. 두 달 전에는 내무부가 오바마 행정부 시절 도입된 신속 승인 프로그램에 핵심 광물 관련 인프라 프로젝트를 포함시키고 인허가위원회와 협력해 이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2015년 의회가 설립한 인허가위원회는 각 부처가 심사 계획을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를 감독하고 의회에 보고한다.

레어 엘리먼트 리소스의 무신스키 CEO는 이제 광물 채굴 및 정제 기업들이 사업 착수 전에 환경 심사에 관여하는 연방 승인 기관들과 한자리에 앉아 전체 일정에 대해 논의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는 복잡한 행정 절차와 여러 부처 간 조율에 소요되는 시간을 대폭 줄여줄 수 있다.

무신스키 CEO에 따르면 이 같은 변화는 수년의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 예를 들어 그의 회사가 와이오밍 북동부에서 추진 중인 프로젝트는 인허가를 받기까지 10년이 걸렸다. 그러나 새 절차를 적용할 경우 같은 사업이 2~4년 내에 전면 인허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인허가 지연은 핵심 광물 업체들 사이에서 흔한 일이다. 워싱턴D.C. 기반 비영리 단체인 ‘인허가연구소’의 알렉스 허거트 소장은 핵심 광물 관련 프로젝트의 평균 인허가 지연 기간이 7~10년에 이른다고 밝혔다.

자금 지원도 프로젝트 추진을 앞당기는 중요한 요인이다. 일례로 광물회사 ‘크리티컬 메탈스(CMC)’는 올해 6월 그린란드 탄브리즈 희토류 광산 사업에 대해 미 수출입은행이 1억2000만 달러(약 1620억원) 규모의 대출을 검토 중이라고 발표했다.

미국 내 광물 생산 확대를 위한 새로운 행정명령에 따라 이제 채굴 프로젝트는 제품 전량 또는 일부를 구매할 ‘확정 고객’을 확보하지 않아도 보조금이나 대출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로 인해 지원 절차가 훨씬 빨라진다고 멜리사 샌더슨 미국희토류사 이사회 이사 겸 핵심광물연구소(CMI) 공동의장이 에포크타임스에 밝힌 바 있다.

완전한 희토류 자급자족을 달성하기까지는 약 10년에서 20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무신스키 CEO는 “미국이 단독으로 추진할 경우 20년, 동맹국들과 협력할 경우에는 10년 안팎으로 단축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네브래스카주 엘크 크리크 핵심 광물 프로젝트에서 광물회사 ‘니오코프’는 철광석을 지상으로 운반하기 위해 ‘레일베이어(Railveyor)’ 기술을 도입할 계획이다. 지난 6월 말 미 에너지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내 광물 채굴 및 정제 확대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전국환경정책법(NEPA)’에 따른 광산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새로운 지침을 발표했다. ⎟ Mark Smith/NioCorp

무신스키 CEO는 자신이 바라는 희토류 자석 생산 체계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그의 회사가 상업 규모로 광석에서 희토류 원소를 분리하고, 영국의 정제업체와 일본의 자석 제조업체가 미국 중부에 생산 시설을 세워 공급망을 완성하는 방식이다.

핵심광물전략센터(CCMS)도 지난 5월 열린 미 의회 청문회에서 호주·일본·인도·에스토니아 등 동맹국의 제조업체들과 협력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CCMS는 미국 워싱턴D.C.에 기반을 둔 비(非)당파 정책 연구센터로 안보와 제조업에 필수적인 핵심 광물 공급망을 확보하고자 설립된 조직이다.

G7의 행동 계획 일환으로 미국은 오는 9월 시카고에서 열리는 제15차 핵심 광물 관련 정부 간 회의를 주최할 예정이다.

데니스 깁슨 미국 핵심광물협회(CMA USA) 회장은 EU 집행위원장이 G7 정상회의에서 선보인 자석을 두고 “산업계가 국경과 분야를 넘어 어떻게 협력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훌륭한 구체적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 업계 베테랑은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몇 달 뒤 시카고에서 열릴 회의가 실제로 협력 구도를 구체화하고 산업 관계자들을 한데 모으는 계기가 되기를 매우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오는 7월 중순 G7 회의 준비를 위해 다른 산업 단체들과 사전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사라진 주도권

서방은 지난 30년간 중국 공산당 정권이 구축해 온 사실상 희토류 독점 체제에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미국 내에서 희토류 원소를 채굴 중인 유일한 광산은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마운틴 패스다. 라스베이거스 남서쪽 약 60마일(약 96.6km) 지점에 위치한 이 광산은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세계 희토류 생산을 주도한 바 있다.

현재 마운틴 패스는 전 세계 희토류 산화물 생산량의 약 15%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희토류를 정제하지 않으며, 채굴된 희토류 ‘대다수’를 중국에 판매하고 있다. 회사의 2024년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매출의 약 80%가 중국 판매에서 발생했다.

희토류를 이용해 전력 없이도 작동하는 ‘영구 자석’을 만드는 기술은 1960년대 미 국방부 연구소에서 처음 개발됐다. 오늘날 널리 사용되는 희토류 자석 기술은 1980년대 일본 스미토모 특수금속과 미국 제너럴모터스가 공동으로 발명한 것이다.

중국의 등장은 199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중국 공산당 최고지도자였던 덩샤오핑(鄧小平)은 “희토류는 매우 중요한 전략적 의미를 갖는다”고 선언했다.

2010년 2월 1일 미국 캘리포니아 보론에 위치한 리오 틴토 보랙스 광산 모습. 광산 소유주가 약 540명의 노동자를 퇴출시키고 대체 인력을 투입한 지 하루 만에 촬영됐다. 올해 1월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핵심 광물 채굴 및 정제업에 관련된 기업들의 인허가 절차 완화와 자금 지원을 확대하는 여러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 David McNew/Getty Images

“중동에는 석유가 있고 중국에는 희토류가 있다”며 덩샤오핑은 중국 내 희토류 매장량을 언급했다.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외국 광산업체들은 중국 기업과 합작 투자만 할 수 있었으며 중국 내 사업을 위해서는 기술 노하우를 반드시 중국 측에 제공해야 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산업 정책의 지원을 받으며 중국의 희토류 생산량은 1990년 전체 세계 생산량의 27%에서 2010년에는 95%까지 급증했다.

같은 해 중국 정권은 희토류 분야에서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희토류 수출 할당량을 거의 40%나 축소했고 일본에 대해서는 수출 금지 조치를 내렸다. CSIS는 이로 인해 핵심 광물 가격이 최대 50배까지 폭등했다고 보고했다. 이 여파로 마운틴 패스 광산을 소유한 ‘몰리코프’의 주가는 2011년 5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기록상 사상 최고치인 주당 약 80달러(약 10만8000원)에 달했다.

그러나 2015년 중국은 희토류 수출 할당제를 폐지했다. 가격은 2010년 이전 수준보다도 크게 하락했고 몰리코프는 같은 해 6월 파산 신청을 했다. 수년 뒤 이 광산은 라스베이거스 기반의 ‘MP 매터리얼스’에 인수돼 2018년 재가동됐다.

무신스키 CEO는 에포크타임스에 “희토류 시장에서 마지막으로 벌어진 ‘수급 조절용 감산과 대량 공급’ 비시장 행위로 인해 우리 회사 역시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그의 회사는 와이오밍 베어 로지 프로젝트 인허가에 3000만 달러(약 405억원)를 투자했으나 2015년 시장 가격이 폭락하면서 파산 위기에 몰렸다고 올해 6월 있었던 의회 청문회에서 무신스키 CEO가 증언했다.

시장 가격이 붕괴되자 미국 내 사업자들은 투자자들에게 수익성 있는 사업 사례를 제시할 수 없었다.

일본은 대체 희토류 공급원을 모색했지만 실패했다. 결국 세계 대부분 국가들은 다시 중국산을 구매하는 상황으로 돌아갔다. 중국 정권의 독점 체제는 본질적으로 변하지 않았으며 오늘날에도 여전히 전 세계 희토류 정제의 약 90%를 차지하고 있다.

2010년 9월 5일 중국 장쑤성 런양강 항구에서 한 남성이 희토류 광물이 포함된 토양을 일본으로 수출하기 위해 프론트로더를 운전해 옮기고 있다. 중국은 희토류 채굴과 정제, 자석 제조에 이르는 산업 전반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 STR/AFP via Getty Images

시대는 달라졌다

중국이 2010년대처럼 다시 수출 규제를 철회해 희토류 산업의 여타 참여자들을 무너뜨리고 대체 공급망 구축 노력을 좌절시킬 수 있을까?

기술 전문가인 루이스 연구원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중국은 이런 수법을 몇 번이나 반복할 수 있지만 결국 사람들은 지쳐서 ‘우리는 더 이상 너희에게 의존하지 않겠다’고 말할 것이다. 그런 변화가 이미 시작되고 있다.” 그는 “그래서 중국의 시장 점유율은 점차 줄어들 것이다. 다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무신스키 CEO도 같은 의견을 밝혔다.

“지금 체결된 거래가 내일이나 모레는 유지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모두가 인지하고 있다. 그래서 모두 매우 조심스럽게 상황을 바라보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미국 내 희토류 공급망과 관련해 무신스키 CEO는 “국방부와 미국 정부는 이 공급망을 반드시 미국 내로 되돌려야 한다는 점을 완전히 이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정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과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