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세 압박에 브릭스 균열…“中 반미연대 구상 좌초 조짐”

브라질 브릭스 정상회의…시진핑 불참하고 푸틴은 화상으로
남아공은 “반미 아냐” 선언하고, 베트남은 中 철강 반덤핑 관세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최근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가 내부 균열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브릭스 ‘투톱’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불참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화상으로만 참석했다. 이집트와 이란 등 회원국 정상 절반가량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은 브릭스를 바라보는 미국의 차가운 시선을 의식한 듯 “남아공은 반미 국가가 아니다”라고 공개 발언했다.
이러한 양상은 중국공산당이 주도해 온 ‘반미(反美) 연대’ 구상이 벽에 부딪히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브릭스를 통해 미국 중심 국제질서에 맞서려는 중국공산당 전략은 내부의 분열과 외부의 압박 앞에서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중국 관영매체는 시진핑의 불참 이유로 ‘일정상 불가피’를 들었지만, 2009년 창설 이후 브릭스에 공을 들여온 시진핑의 첫 불참 소식은 적잖은 파문을 일으켰다.
대만 국방안보연구원(NIDS)의 중즈둥(鍾志東) 박사는 “화상으로조차 참석하지 않은 점은 이례적”이라며 “중국 내부 권력투쟁에서 시진핑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의혹을 더욱 부채질한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도 화상으로만 회담에 참석했다. 러시아의 경우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해외 순방이 여의치 않은 데다, 푸틴이 브릭스의 전략적 효용성 자체에 회의적 시선을 보내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직접 참석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회의 초반부터 중국을 겨냥해 “중국은 카슈미르 테러 사태에 침묵하고, 희토류 공급도 차단했다”며 날을 세웠다.
이는 브릭스 내 민주주의 진영과 권위주의 진영 간 갈등이 더욱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번 정상선언문에도 각국 간 이견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탈달러화(de-dollarization)’ 같은 민감한 주제는 의도적으로 축소됐고, 미국 주도 국제질서에 대한 직접적 반발도 거의 드러나지 않았다.
에포크타임스 칼럼니스트 왕허(王赫)는 “인도는 사실상 미국의 준동맹국에 가까운 입장”이라며 “브릭스가 대외적으로 단일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반미하면 관세” 경고…브릭스 회원국 베트남은 친미 선택
브릭스 회원국의 갈등 이면에는 미국의 압박도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브릭스 회원국을 겨냥해 “미국 이익에 반하는 국가에는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이 발언 직후 브릭스 회원국 중 하나인 베트남은 중국산 열연강판에 대해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대만 국방안보연구원 중즈둥 박사는 “트럼프가 미국의 경제력을 관세라는 실질적 무기로 활용하기 시작했다”며 “미국의 영향력을 회복하려는 트럼프식 강경 노선이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9년 출범한 브릭스는 그동안 미국과 서방 주도 질서에 맞서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연대를 추구해 왔다. 국제 현안마다 미국과 반대되는 입장을 내왔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이란 문제,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서 러시아와 이란 편에 서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번 회담에서 그러한 ‘반미 상징성’은 현저히 약해졌다. 중국이 꿈꿨던 브릭스를 통한 대미 견제 구도는 내부 분열과 미국의 경제 압박이라는 이중 변수 앞에서 힘을 잃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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