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문한답] 돈 풀면 경제가 살아날까…재정을 통한 성장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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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재정 지출 확대가 경제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답변_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후 UCLA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한국지급결제학회 회장, 한국연금학회 수석부회장, 지역발전연구소 소장, 산업에너지환경연구소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정부가 전 국민 25만 원 민생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는데요.
“연이은 탄핵으로 국정이 마비되고 정치 투쟁으로 경제가 파탄 나는 상황에서 참 해괴한 정책이 아닐 수 없습니다. 돈 뿌리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선동하는 정치는 무능한 정치의 상징입니다. 표는 얻고 싶고, 정책을 만들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 의존하는 것이 곳간 정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시기에 돈을 푼 나라 중에서 지금 경제가 좋은 나라가 있습니까? 돈을 풀어 물가가 상승하고 고통받지 않는 나라가 있나요? 문재인 정부가 그렇게 많은 돈을 뿌렸어도 경제는 살아나지 못했습니다. 재정지출을 늘릴수록 경제가 성장한다면 정부가 지출을 주도하는 사회주의 국가들이 몰락하지 않았을 겁니다. 모든 것이 수령님의 은혜인 북한이 발전하지 못하고 사람들이 고난의 행군을 겪으면서 빈부 격차로 처참한 삶을 살지도 않았겠지요. 마구잡이 돈 풀기가 경제에 어떤 도움도 주지 못한다는 것은 이미 상식이 됐습니다.”
-일각에서는 재정지출 확대와 현금성 지원이 경제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합니다.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기에 구조조정을 회피해서는 경제가 살아나기 어렵습니다. 재정지출 분야에 따라서도 재정지출이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다릅니다. 애덤 스미스가 지적했듯이, 정부는 민간이 할 수 없는 대규모 사업을 수행해 경제를 견인할 수 있습니다. 과거 고도성장기에 추진했던 고속도로 건설과 같은 사회간접자본 투자는 경제성장의 동력이 됐지요. 반면 세금을 걷어서 아무런 정책 목표도 없이 누구에게나 나누어 주는 정책이 성장을 견인하는지는 의문입니다. 공급 역량이 제한된 경우, 풀린 돈은 투기성 자금으로 이동해 올라가는 집 값에 기름을 붓습니다. 이후 주택 가격의 거품이 꺼지면서 경제가 파탄 나게 되죠. 1990년대 스웨덴의 경제위기가 대표적 사례입니다. 더욱이 국가채무의 급증으로 재정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돈 풀기 정책은 경제의 강건성을 무너뜨리고 외부 충격에 경제가 쉽게 무너지게 합니다. 어떤 정권이 이러한 문제들이 있는 정책을 단순히 인기를 위해 추진한다면 사악한 정권이고 만약 모르고 추진한다면 무능한 정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부의 재정지출은 경제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정부의 재정지출이 경제성장에 도움을 줄 수도 있습니다. 바로(Robert J. Barro)는 1988년 내생적 경제성장 모형에 정부부문을 결합해 재정지출의 성장 효과를 이론적으로 보여줬어요. 재정지출 비중이 증가하면 소득이 증가한다고 가정했죠. 하지만 정부지출의 자금은 세금에 의해 조달되기 때문에 무작정 정부지출을 늘린다고 경제가 성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결론적으로 정부지출 비중이 경제를 성장시킬 수 있는 최적점이 있으며, 이 점을 넘어가면 재정지출 비중 증가로 경제성장은 둔화하게 됩니다. 기본적으로 민간투자의 수익률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이를 보완하고 생산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정부가 재정을 지출할 필요가 있지만, 이러한 경우에도 지나치면 안 된다는 것이 이론적으로 규명됐습니다. 우리나라의 정부지출과 경제성장률의 관계는 서로 상충적으로 변한 지 오래입니다.”
“재정지출이 승수효과에 의해 경제성장을 견인한다는 신화가 교육을 통해 사람들에게 통용되고 있지만, 바로의 1991년 논문에서는 이러한 케인즈적 신화가 실증되지 않음을 드러냈습니다. 바로는 1960-1985년 기간 동안 98개국의 자료로 가지고 정부지출 비중의 증가가 경제성장을 견인하는지 검토했고, 결과는 예상대로였습니다.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민간투자가 많을수록 경제성장률이 높았죠. 그러나 정부의 소비지출은 역성장을 유도하며, 정부의 투자가 경제를 성장시키는지도 유의적이지 않았어요. 비단 바로뿐 아니라 랜다우(Daniel Landau) 등 다른 연구자들의 연구 결과도 같은 결과가 나왔고요. 모든 일이 그러하듯 돈은 쓰는 방법과 분야가 성과를 결정합니다. 연구개발에 대한 재정투자마저 잘못 쓰면 효과가 없다는 것이 우리의 경험입니다. 연구개발 투자와 사회간접자본 투자는 경제성장에 중요한 투자지만 이러한 투자도 잘못 쓰이면 낭비가 될 뿐이지요. 25만 원 지역 상품권을 뿌리는 정책과 같이 정부 소비를 늘리면 성장이 아니라 역성장이 된다는 점이 역사의 교훈입니다.”
*승수효과:정부 지출이나 투자 증가가 소득과 소비를 유발해 더 큰 규모의 총생산(또는 국민소득) 증가로 이어지는 경제 현상
-재정 지출 확대가 어떤 문제를 초래할 수 있는지 좀 더 설명해 주세요.
“재정지출은 세금을 통해서, 민간이 쓸 돈을 정부가 쓰는 것입니다. 정부 지출 비중이 증가한다는 것은 민간이 번 돈을 정부가 대신 더 많이 쓴다는 의미예요. 번 사람과 쓰는 사람이 다를 때, 더 잘 쓴다는 법칙은 없습니다. 오히려 돈이 낭비될 확률이 높죠. 우리가 더 유능하고 효율적인 정부를 원하는 것은 민간보다 더 돈을 잘 쓰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정부는 효율적인 정부가 되지 못하고 민간이 번 돈을 낭비하기 마련입니다.”
“혹자는 세금이 아니라 정부 부채를 늘려서 재원을 마련하면 성과가 날 것이라는데 이는 낭설입니다. 19세기 경제학자인 데이비드 리카도의 이름을 따서 만든 ‘리카도의 동등성 정리’가 있는데요. 이 정리는 정부가 재원을 세금으로 조달하든 부채로 조달하든 결과에는 차이가 없다는 겁니다. 부채로 조달하더라도 어차피 갚아야 한다면 세금과 다를 바가 없는 겁니다. 더욱이 과도한 정부 부채는 나라 재정을 망치고 저성장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도록 만듭니다.”
-국가채무 증가와 경제 성장 둔화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구체적 사례를 들어주신다면요.
“문재인 정부는 대한민국 건국 이후 가장 많은 오점을 남겼다고 할 정도로 무능한 정부였어요. 문재인 정부는 사술에 매료돼 최저임금을 올리면 경제가 성장한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빚내서 쓰는 것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듯이 재정건전성을 걱정하는 학자들을 윽박질렀죠. 문재인 정부의 통계를 믿는 사람들도 없지만, 그 통계마저 이러한 문재인 정부의 실책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국가채무는 2017년 말 660.2조 원에서 2022년 말 1067.4조 원으로 급증했고, 2025년 말에는 1277조 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의 비율이 40%를 넘으면서 추가적인 재정 수입 증가가 이자 지출을 감당하기 어려워지고, 앞으로 재정수지가 균형을 이루더라도 국가채무는 증가하게 됐습니다. 더욱이 저성장 기조로 재정 수입은 줄고 늘어난 재정지출로 인해 균형재정을 이루기는 더 힘들어졌죠.”
-현재 우리나라의 가계 및 기업 부채 수준이 매우 높은데, 이는 경제에 어떤 위협을 줄 수 있습니까?
“치케티(Stephen G Cecchetti) 등은 2011년 과도한 부채가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는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치케티는 국가채무가 국내총생산 대비 85%가 넘어가면 국가채무는 문제가 생긴다면서 문제가 생기기 전에 재정 수요가 요구되는 특별한 상황에 대비해 완충적 재정건전성 관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치케티는 더 나아가 ‘기업 부채와 가계부채도 국내총생산 대비 각각 90%와 85% 이내로 관리돼야 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어요. 부채가 증가할수록 부채를 유지하기 위해서 지출해야 하는 이자 흐름과 이자를 지급하는 소득 흐름의 불균형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거시적 충격에 경제가 붕괴할 가능성도 커집니다.”
“국제금융협회의 ‘세계부채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2025년 1/4분기 기준 국내총생산 대비 90.3%로 조사 대상 38개국 중 캐나다(100.4%)에 이어 두 번째로 높습니다. 치케티의 기준보다 높아 언제 가계부채가 붕괴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죠. 가계부채와 기업 부채를 합한 민간 부채는 2024년 3분기 기준 201.9%로서 가계부채와 기업 부채 모두 기준선을 넘었습니다.”
“국가채무 비율이 급증하고 있고, 가계부채와 기업 부채가 기준선을 넘었으며, 물가 상승 압력까지 상존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은 분명히 한계를 보이는데요. 재정지출이 경제성장률을 올리는 최적 수준을 넘었고, 수도권 주택 가격은 거품을 걱정할 정도로 올랐죠. 저성장의 늪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금리를 낮추고 재정지출을 확대하는 정책은 부작용만 낳을 것입니다. 재정지출의 한계를 분명하게 인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면초가의 경제 환경에서 가장 시급한 대책은 무엇일까요?
“경제의 구조조정입니다. 부동산 PF의 부실을 정리하고, 금융기관의 강건성을 강화하는 게 최우선입니다. 지출의 구조조정을 통해 재정지출의 효과를 올리고, 재정의 건전성을 강화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가용 자원을 확보해야 합니다.”
“경제성장을 견인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강화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노인인구의 경제활동 참가를 활성화하고, 청년층의 고용률을 제고해야 합니다. 단순한 출산율 제고 정책보다는 현재 줄어든 인구에 적합한 맞춤형 시스템을 구축하는 저출산 적응 정책을 펴야 합니다. 지역의 재구조화로 국토 발전의 효율성을 제고해야 위기 없이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관세 협정 과정에서 양허안이 결정된다면 피해 분야에 대한 구조조정 비용도 필수적입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소요되는 재정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선심성 재정지출을 억제해야만 난국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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