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아이 피부 닿는 건데”…中 어린이용 PVC 샌들, 유독 물질 ‘범벅’

2025년 06월 04일 오후 5:38

중국 환경단체, 현지 쇼핑몰 5곳 판매량 상위 10개 제품 조사
50%에서 독성물질…중국인들 “어떻게 이런 제품이 유통되나”

중국에서 시중에 유통 중인 어린이용 여름 샌들 상당수가 유해 물질에 심각하게 오염돼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한 켤레당 기준치를 최대 509배나 초과한 독성 화학물질이 검출된 사례도 있었다. 아이들이 무심코 신고 다니는 이른바 ‘수정샌들’, ‘젤리샌들’, ‘구멍 뚫린 샌들’이 자칫 건강을 위협하는 ‘독극물’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 선전에 기반을 둔 환경단체 ‘무독선봉(無毒先鋒)’은 다가오는 여름철을 앞두고 시중에서 유통 중인 아동용 샌들에 대한 조사 결과를 지난달 30일 단체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이 단체는 중국 주요 전자상거래 플랫폼 5곳에서, 판매량 상위 10개 아동용 샌들 브랜드를 무작위로 구매한 뒤 제3자 공인 검사기관에 의뢰해 검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PVC(폴리염화비닐) 소재로 제작된 50켤레 가운데 절반인 25켤레에서 내분기계 교란 물질로 알려진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기준치를 넘는 수준으로 검출됐다.

프탈레이트는 플라스틱 제품을 유연하게 만들기 위해 쓰이는 저가의 화학 첨가제로 피부·호흡기 등을 통해 체내로 흡수될 수 있다. 반복 노출될 경우 ▲남아 생식기 발달 이상 ▲여아 조기 성숙 ▲천식 및 알레르기 질환 ▲호르몬 교란 ▲정자 수 감소 등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문제는 검출 수치가 ‘치명적’ 수준이라는 점이다. 부적합 판정을 받은 25종 제품의 평균 검출치는 기준치의 365배였고, 일부 제품은 기준치의 509배에 달했다. 이 가운데 한 제품은 누적 판매량이 100만 족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부적합 판정을 받은 25켤레 중 19켤레는 제조사나 소재, 품질표시 등 필수 제품 정보가 하나 이상 빠져 있었다.

“값싸게 만들려 유독성 원료 사용”…규제당국에 비판 쏟아져

이번 사안이 알려지자 중국 SNS에는 분노한 시민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한 유명 웨이보 이용자는 “업계 관행을 아는 입장에서 말하자면, 문제의 대부분은 PVC 소재 제품이며, 싸게 만들기 위해 독성 가소제를 마구 투입한 결과”라고 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왜 유해 성분이 몇백 배 초과된 제품이 버젓이 유통되고 있는가”라며 “감독기관은 어디서 뭘 하고 있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살 때 소비자가 일일이 화학 성분 분석하란 말이냐”, “검사 못 할 거면 차라리 문제 브랜드 명단이나 공개해라”는 반응도 쏟아졌다.

중국 의료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 산부인과 전문의는 “플라스틱 샌들뿐 아니라, 아이들 교과서 포장지로 쓰이는 비닐 커버에서도 프탈레이트가 다량 검출된 바 있다”며 “아예 플라스틱 자체를 어린이용 제품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제조사 미표시, 저가 제품을 피하고 EVA, PU 등의 안전한 소재를 사용한 제품을 선택해야 한다”며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검증되지 않은 ‘3무(무상표·무생산자·무품질검사)’ 제품을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