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中 보조배터리 로모스 경영진 말레이 도피설…‘먹튀’ 논란

2025년 07월 14일 오후 2:48
2023년 5월 29일 중국 베이징 지하철 7호선에서 한 승객이 소지하고 있던 보조 배터리가 폭발해 객차가 희뿌연 연기로 가득차는 사고가 발생했다. 문제가 된 배터리의 브랜드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이 사고 후 중국 당국은 자국 온라인에서 유통되는 배터리 35%가 '불합격' 제품이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 웨이보 화면 캡처2023년 5월 29일 중국 베이징 지하철 7호선에서 한 승객이 소지하고 있던 보조 배터리가 폭발해 객차가 희뿌연 연기로 가득차는 사고가 발생했다. 문제가 된 배터리의 브랜드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이 사고 후 중국 당국은 자국 온라인에서 유통되는 배터리 35%가 '불합격' 제품이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 웨이보 화면 캡처

중국의 대표적인 보조배터리 브랜드 ‘로모스(Romoss)’의 핵심 경영진 5명이 말레이시아로 도피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회사의 경영 정상화 약속만 믿고 한 달 가까이 초과 근무를 하며 밀린 급여를 기다리던 직원 수십여 명의 생계가 위험에 처했다는 비난 여론도 나온다.

14일 현지 매체 소후테크는 이 회사 중간 관리자를 인용해 “회사의 최고 핵심 고위임원 5명이 사건 직후 연락 두절”이라며 “은밀히 말레이시아로 도피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여러 차례 법인을 변경하며 회사 자금을 횡령해 중국과 홍콩에서 부동산과 고급 차량을 다수 매입하면서도, 경영 위기에 대비하기 위한 자금은 전혀 준비해 두지 않았다.

이들 먹튀 임원으로는 회사 지분 50%씩을 보유한 대주주 레이구이빈(雷桂斌)과 레이찬훠(雷燦伙), 대표이사 레이싱룽(雷杏容)과 레이서싱(雷社杏), 이사 레이옌링(雷燕玲) 등이 거론된다. 모두 레이 일가 사람들이다.

해당 관리자는 “경영진은 1인당 수억 위안(수백억 원)의 자금을 보유하고 있을 것”이라며 “이 가운데 5천만 위안(약 96억원)만 출연해도 직원 보상이나 리콜 비용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로모스는 파격적인 가격 정책으로 중국 보조배터리 분야를 석권했다. 2012년 설립 첫해, 당시 경쟁사들이 200위안(약 3만8천원) 이상 가격에 팔던 대용량 보조배터리를 69위안(약 1만3천원)에 출시해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이듬해 중국 연말 쇼핑 대목인 ‘광쿤제’ 기간에는 하루 평귱 30만 개 제품을 팔아치우며 2천만 위안의 매출을 기록, 알리바바 3C(컴퓨터·통신·가전기기) 카테고리에서 판매 1위를 차지했다.

로마스는 그 이후 11년 연속 1위를 유지하며 연간 출하량 5천만 개, 연매출 2억 위안(약 384억원) 이상을 기록하며 중국 대표 보조배터리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제품은 80여 개국에 수출되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2023년부터 곳곳에서 보조배터리 발화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저가 배터리의 품질 문제에 대한 우려가 깊어졌다.

2023년 5월에는 베이징 지하철 7호선 열차에서 여성 승객의 보조배터리가 폭발해 객차가 연기로 가득 차는 사고로 사회적 경각심이 고조됐다. 문제가 된 배터리의 브랜드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사고 영상이 중국 관영 CCTV를 통해 보도되며 전국적 관심을 끌었다.

품질 문제는 로모스도 피해가지 못했다. 이 회사는 저렴한 가격대를 유지하기 위해 수년간 저가 전지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꼼꼼한 품질관리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결국 리콜 사태를 맞게 됐다.

올해 6월 말 로마스는 저품질 배터리 원자재 문제로 인해 49만 개 제품의 리콜 명령을 받았고, 일부 제품의 중국 강제성 제품인증(3C)이 취소되며 공장 가동이 완전히 멈췄다. 3C 인증은 전기전자·자동차·완구 유통에 필수적인 안전 및 품질 인증이다.

이 회사 내부 관계자는 “문제가 된 제품 대부분은 몇 년 전 고수익 중심 전략으로 만든 것들”이라며 “내부에서 전지 품질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음에도 경영진은 고의로 무시하고 저품질 자재를 계속 사용했다”고 밝혔다.

리콜 조치 이후 폐업설이 나돌자, 회사는 이달 6일 소셜미디어 공식 계정을 통해 “7월 7일부터 6개월간 전면 휴업에 들어간다”며 단계적 급여 삭감 등을 포함한 자구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직원들 사이에서는 “집세도 감당 못 할 수준”이라며 불만이 터져나왔고, 사측이 의도적으로 자진 퇴사를 유도하며 해고에 따른 법적 보상을 회피하려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현재 로모스는 티몰, 타오바오, 핀둬둬 등 중국 유명 온라인 쇼핑몰에서 철수했고 징둥(JD) 자사몰만 운영 중이다. 300여 명에 달했던 직원은 현재 30여 명 정도만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