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협상 돌파구 찾나…미 정부 “진전 있었다” 평가

미국 정부는 5월 11일(이하 현지 시간), 스위스에서 열린 중국과의 이틀간 무역 협상을 마친 뒤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다. 협상 세부 내용은 오는 12일 공개될 예정이다.
이번 협상은 최근 몇 달간 양국이 서로에게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며 고조된 무역 갈등을 완화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를 위해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과 허리펑 중국 부총리가 주말 동안 제네바에서 만났다.
베센트 장관은 협상 후 기자들에게 “미국과 중국 간 매우 중요한 무역 협상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고 말할 수 있어 기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도 이 내용을 보고했으며, 5월 12일 오전에 공식 브리핑이 있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은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과 관련해 구체적인 합의나 계약 체결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협상에 동참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번 협상이 “건설적이었다”고 평가하며 “중국 측 파트너들과 미국의 1조 2천억 달러 규모의 무역적자 축소를 위한 협력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리어 대표는 “우리가 얼마나 빠르게 합의에 도달했는지를 본다면, 양측 간의 의견 차이가 생각만큼 크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협상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아울러 “중국 측 협상 대표들은 매우 강경한 협상가였다”고 덧붙였다.
중국 측 참석자들도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이번 협상을 “솔직하고, 심도 있는, 건설적인 대화였다”고 평가했다.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는 양측이 “향후 무역 및 경제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협의 메커니즘을 수립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중국 측은 양국이 오는 월요일 공동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지만, 정확한 발표 시간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회담은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인 미국과 중국이 서로에 대한 100%를 넘는 고율 관세를 부과한 이후,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 대표, 허리펑 중국 부총리가 처음으로 얼굴을 맞댄 자리였다.
베센트 장관은 협상 이전부터 무역 갈등 완화를 위해 양국 간의 고율 관세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밝혀왔으나, 실제 감축 여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고 기자 질문도 받지 않았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10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글을 올려 “협상 첫날, 우리 행정부와 중국 간에 큰 진전이 있었다”며 “양국 관계의 전면적인 재설정(total reset)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인 미국과 중국이 관세 문제를 둘러싼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협상을 스위스 제네바에서 비공개로 진행 중인 가운데, 스위스 주재 유엔 대사의 관저에 다수의 검은 차량이 드나드는 모습이 목격됐다. 이곳은 현재 양국 대표단이 대면 협상을 벌이고 있는 장소다.

양국 간 연간 교역 규모는 2024년 기준 6600억 달러를 넘겼으며,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145%까지 인상한 바 있다. 이에 중국은 미국산 제품에 대해 125%의 보복 관세로 대응했다. 트럼프는 최근 ‘트루스 소셜’에 “중국에 대한 관세는 80%가 적정해 보인다. 결정은 스콧에게 달렸다”는 글을 올리며 조만간 관세율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번 주말 진행된 일련의 협상은 양국 간 관세 문제를 둘러싼 첫 공식 대면 접촉으로, 비록 소폭의 관세 인하에 그치더라도 실질적인 돌파구로 평가될 수 있다.
트럼프는 앞서 중국뿐 아니라 멕시코, 캐나다산 제품에도 각각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했는데, 이는 세 나라가 미국 내 펜타닐의 불법 유통에 관여했다는 그의 주장에 따른 조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산 제품에 대한 상호관세 조처로 총관세율을 145%까지 끌어올렸다. 트럼프는 특히 2024년 한 해 동안 미국의 대중국 무역적자가 2954억 달러에 달한 점을 강조했다.
워싱턴이 베이징과 진행 중인 협상에는 무역 문제 이외에 국가 안보와 지정학적 이슈도 포함돼 있다. 이는 중국공산당이 이란, 북한, 러시아 등 권위주의 정권에 외교·경제·군사적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미국의 글로벌 이익을 약화시키려는 시도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는 5월 7일부터 10일까지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 회담은 미·중 관세 협상을 계기로 양국 관계가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는 모양새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은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을 앞두고 발표한 성명에서, 이번 협상이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닌 국가안보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사안임을 강조했다. 그는 “경제안보가 곧 국가안보”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국내외에서 미국을 더 강하고 번영하는 국가로 이끌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국제 경제 질서를 미국의 이익에 더욱 부합하도록 재조정해 나가기 위한 실질적이고 생산적인 논의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기호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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