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채 투매’ 카드는 허세였나…中 공산당 손 못 쓰는 진짜 이유

美 국채 시장서 中 보유 비중, 고작 2%…영향력 거의 없어
국채 던지면 금융위기에 위안화 절상까지 中 손해도 막심
한때 중국 매체를 중심으로 ‘미국 국채를 매도해 미국을 타격하자’는 주장이 흘러나온 적이 있다.
일부 기사들은 “베이징이 ‘금융 핵탄두’를 터뜨리면 트럼프 대통령이 무릎 꿇고 용서를 빌 것”이라고 기세를 높이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로 중국 공산당은 그 ‘비장의 카드’를 언급조차 한 적 없다. 왜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중국이 미 국채를 매각해 미국을 흔들 수 있을 만큼 영향력이 없기 때문이다. 미 국채는 36조 2,200억 달러(5경 555조 원)로 세계 최대 규모이자 가장 유동성이 풍부한 채권 시장이다. 대부분은 미국 내 기관과 개인이 보유하고 있으며, 외국 보유 비율은 25.4%에 불과하다.
올해 1월 기준 국가별(미국 제외) 보유량은 일본이 1조 793억 달러(약 1,480조 원)로 가장 많고 그다음이 중국(7,608억 달러), 영국(7,402억 달러)이다. 비율로 따지면 각각 2.98%, 2.1%, 2.04%이다.
즉, 중국이 보유 중인 미 국채를 지금 당장 전량 매도하더라도 시장에 일시적인 충격만 줄 뿐, 미국의 금융 시스템을 무너뜨리기엔 역부족이다. 국채 가격이 단기적으로 하락하고 금리가 오를 수 있지만 그 파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미 국채 팔면 中도 손해… “정권 안정 위협”
미 국채는 중국 외환보유액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이런 자산을 대거 시장에 내놓으면, 중국 역시 국채 가격 하락으로 인한 손실을 떠안게 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7일 자(현지 시각) 기사에서 “중국이 미국에 보복하려고 미 국채를 매각하진 않을 것”이라며 “그렇게 하면 자국 금융 시스템에 위기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WSJ은 “시진핑이 마오쩌둥식 대미 장기 투쟁을 준비하고는 있지만, 정권을 위협할 수 있는 대형 위기는 절대 용납하지 않으려 한다”며 “만약 미 국채를 대량 매각할 경우 금융 위기는 피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중국은 약 3조 2,000억 달러 규모의 외환보유액을 갖고 있는데, 국채 매각은 이 자산 가치에 큰 타격을 주고 위안화 방어 능력, 경기 부양 여력까지 떨어뜨린다. 중국 공산당이 미국 국채 ‘전면 청산’ 같은 극단적 카드를 꺼내 들 확률은 낮다는 것이다.
재닛 옐런 전 미국 재무장관 역시 지난달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미 국채를 팔 가능성은 낮다”고 못 박았다.
옐런 장관은 “중국이 대규모로 달러 자산을 매각하면 자국 통화 가치가 올라 수출 경쟁력이 떨어지고, 세계 금융시장에 불안이 전이되면서 결국 자국에도 손해가 된다”고 경고했다. 동시에 “그건 심각한 외교적 격돌로 이어질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미 국채의 대체재는 없다… “세계는 여전히 달러 중심”
미국 국채는 약 27조 달러 규모로, 독일·일본 등 다른 나라 국채 시장과 비교해도 깊이와 유동성이 압도적이다. 설령 일부 투자자들이 유로화나 엔화로 눈을 돌리더라도, 지금으로선 미 국채만큼 안정성과 거래 편의성을 동시에 갖춘 대체재는 없다.
모건스탠리 글로벌 리서치 책임자인 비슈와나트 티루파투르는 “지난 20년간 미국 경제는 다른 선진국들보다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여왔다”며 “위기 상황에서는 미 국채 같은 고품질 자산이 여전히 최우선 안전처로 꼽힌다”고 분석했다.
오히려 미 국채 시장을 위협하는 건 중국이 아니라, 미국 자신이다. 지난 20여 년 동안 미국의 연방정부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었다. 2001년 6조 달러에도 못 미치던 부채는 조 바이든 행정부를 거친 2025년 초에 36조 5,000억 달러로 폭증했다.
이는 한 해 약 29조 달러인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125%에 이른다. 이는 미국이 1년간 벌어들인 모든 생산과 서비스 수익을 국채 상환에 투입해도 25%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이대로 국채 잔액이 계속 불어난다면 언젠가는 미 국채 시장이 붕괴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세계 금융 시스템과 달러 패권까지 휘청일 수 있다. 미국이 글로벌 패권을 유지하는 데 있어 미 국채는 그만큼 중요한 존재다.
한편, 지난해 11월 대선 승리로 재집권에 성공한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의 도움으로 지출 축소와 세수 확대에 나서고 있다. 트럼프는 누구보다도 ‘부채의 위험성’을 잘 아는 사업가다. 언론의 십자포화를 맞으면서도 이전 정부의 퍼주기 정책에 텅빈 나라 곳간을 채우려 고군분투하고 있다.
‘미국 국채를 던져 트럼프를 무릎 꿇리겠다’는 중국 언론들의 호들갑과 달리 중국 공산당으로서는 미국의 국가 부채를 해결하려는 트럼프의 노력이 오히려 반가울 수 있다. 달러 자산을 대량으로 쥐고 있는 중국 공산당 입장에선 미국 국채가 무너지면 자신도 함께 무너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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