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 상승에 정세 불안감까지…중국 내 일본인 20년만에 최저

강우찬
2025년 02월 04일 오후 4:41 업데이트: 2025년 02월 04일 오후 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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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내 경영 환경이 악화되면서 외국 기업들의 이탈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과 호주에 이어 중국에서 세 번째로 큰 외국인 집단인 일본인들의 규모가 2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닛케이 아시아는 일본 외무성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10월 기준 3개월 이상 중국에 체류하는 일본 국적자가 9만 7538명으로 12년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으며, 이 수치가 10만 명 이하로 떨어진 것은 2003년 이후 처음이라고 밝혔다.

중국 내 일본인들은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급격히 증가했다. 일본 기업들은 저렴한 인건비에 매력을 느껴 앞다퉈 중국 시장에 뛰어들었다. 중국은 2003년부터 브라질에 이어 일본인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외국이 됐다.

일본 기업의 중국 진출에 처음 제동이 걸린 것은 2012년이었다. 양국 사이에는 센카쿠 제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이 촉발됐고, 중국에서는 대규모 반일 시위와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번졌다.

2020년에는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중국 정부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일본인들을 비롯해 중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에게 깊은 영향을 끼쳤다. 외국인들은 중국 정부가 이동 제한을 비롯해 일상 생활에 심각한 제약을 가할 수 있다는 것을 체험했다.

이후 개정된 반간첩법 시행과 일본인들의 간첩 혐의 구금 등이 겹치면서, 외국 기업들의 중국 이탈이 거세졌다. 특히 2024년 선전과 쑤저우에서 발생한 일본인 어린이에 대한 중국인 괴한의 기습 사건은 일본인들의 탈중국 행보를 재촉하게 만들었다.

한 일본 기업의 중국 주재원은 닛케이 아시아에 “우리 회사에서는 중국에 주재할 직원은 원칙적으로 가족 없이 혼자 와야 한다고 통보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11월부터 한국, 일본, 불가리아, 루마니아, 크로아티나, 몬테네그로,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등의 국가에 무비자 입국을 허용했다.

이를 두고 중국 외교부는 “외국의 인적 교류를 더 편리하게 하기 위해 중국은 비자 면제 국가 범위를 확대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지만, 국제 사회에서는 반간첩법 개정안 시행 후 급감한 서방 외국인들의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한 국가 선정이라는 평가가 유력했다.

까다로운 비자 발급으로 빈축을 사던 중국의 이러한 조치에도, ‘싼 맛’에 중국을 찾는 한국 관광객들을 제외하면 중국을 찾는 외국인들은 크게 증가하지 않는 모습이다.

일본 기업들은 귀국을 선택하는 일본인 직원들이 늘면서, 중국에서 업무를 수행할 자국 인력을 찾는 데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닛케이는 중국의 인건비 상승도 외국 기업들이 해외 이전을 고려하는 요소라고 전했다.

일본 무역 기구의 조사에 따르면 광저우에서 일본이 운영하는 공장 근로자의 평균 월급은 2005년 102~190달러에서 2023년 721달러로 증가했다. 이는 2022년 방콕 근로자 평균 월급 385달러, 하노이 250달러의 2~3배다.

중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 수는 2019년 3만2887개에서 2023년 3만1060개로 감소했고, 일본 내 중국어 자격증 시험 응시자 수는 2023년에는 약 5만 명으로 2012년 대비 34% 감소했다.

2023년 일본 정부 여론 조사에 따르면, 중국에 대한 친밀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응답자는 역대 최고치인 87%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