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이후 미국 전기차 제조사 테슬라의 주가가 사흘째 급증하면서 시가총액이 1조 달러(약 1399조원)를 넘어섰다.
8일(현지시각) 뉴욕 증시에서 테슬라의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24.31달러(8.19%) 오른 321.22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오후 2시께 주가는 328.71달러(10.71%)까지 올라 약 1년 만에 최고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테슬라 최고 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이번 대선 기간 트럼프를 전폭적으로 지지했다.
그는 슈퍼팩(Super PAC·정치자금 모금 단체)을 설립해 트럼프에게 최소한 1억3천만 달러(약 1800억원)를 후원하고 주요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 곳곳을 직접 다니며 트럼프가 대통령이 돼야 할 이유를 유권자들에게 설명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국내 언론에서는 ‘금권선거’라며 비난했지만 미국에서 대기업의 정치인 후원은 오랜 관행이다. 이번 선거에서도 애플, MS, 인텔 등 다수 거대 IT기업들이 공화당과 민주당 양측에 수백억 원의 정치 자금을 기부했다.
또한 메타(당시 페이스북) CEO 저커버그는 지난 2020년 대선을 앞두고 중국계 부인인 프리실라 팬과 함께 선거 지원단체에 4억 달러(약 5300억원)을 후원했고 이 단체는 민주당 후보들에게 유리하도록 자금을 사용했지만 이를 비판적으로 보도한 국내 언론은 없었다.
투자자들은 트럼프 승리에 적잖게 기여했다는 점에서 머스크의 ‘올인’이 테슬라에 긍정적인 활력을 불어넣은 것으로 보고 있다.
다국적 투자은행인 바클레이의 분석가 댄 레비는 테슬라 주가의 강력한 상승세는 “트럼프 대선 유세에 있어 일론 머스크의 두드러진 역할을 잘 반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테슬라가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넘은 것은 2021년 10월 이후 두 번째다. 이로써 미국 증시에서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돌파한 기업은 엔비디아, 애플, MS, 알파벳(구글 모회사), 아마존, 메타에 이어 테슬라의 합류로 총 7개로 늘어났다.
미국 투자분석기관 CFRA 리서치의 개럿 넬슨 선임 주식 분석가는 로이터에 “테슬라와 머스크 CEO는 이번 선거 결과에 따른 최대 승자”라며 “트럼프의 승리가 테슬라의 자율주행기술 규제 승인을 신속하게 처리하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확대에 부정적인 트럼프의 입장과 전기차 제조사인 테슬라 CEO 머스크의 이해관계가 상충한다는 시각도 있지만 미국 웨드부시증권의 댄 아이브스 분석가는 고개를 저었다.
아이브스 분석가는 “테슬라는 전기차 산업에서 이미 비교할 수 없는 규모와 범위를 가지고 있다”며 “전기차 보조금이 폐지되면 테슬라와 머스크는 확실한 경쟁 우위에 설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트럼프가 예고한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 역시 테슬라에 호재가 될 것이라며 “비야디(BYD)와 같은 저렴한 중국 전기차 회사가 향후 몇 년간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전망했다.